미 해병대의 규정
68년 월남전이 한창 치열할때 우리 부대에 미 해병대의 통신반이 파견나와 있었다.
거기의 반장이 중위인데 그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당시 케손비행장을 미 해병대가 장악하고, 그걸 지키느라 죽을 고생을 할 때다.
4면이 포위가 되여 비록 비행장이지만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못하고 활주를 하면서 보급품과 보충병이 내려야하고 부상자 또한 그렇게 후송을 해야 하는 아주 절박한 상황이었다.
비행기가 활주를 하면 적들이 박격포를 막 쏘아데고 그 사이에 번개같이 타고 내려야 하는 지경인데, 미 해병대엔 장교가 새로운 임지로 발령을 받아 부임신고를 할 땐 정복을 입고 가야 하는게 규정이라고 한다.
헌데 일단 장교가 정복을 입으면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에 못이 박혀 있는 모양이다.
해서 활주하면서 뛰어내려 먼지를 툭툭 털고 앞으로 6인치 뒤로 3인치의 팔을 흔들며 정식걸음으로 토치카로 형성된 본부 건물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한다. 박격포가 작열하는 전장에서 말이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기엔 코미디 같은 이야긴데 그들에겐 그게 규정이여서 그렇게 박에 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해서 케손 비행장에 부임할 땐 정복을 입고 뛰어도 되게 예외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고, 시간이 흐르고 부임장교들의 희생이 늘자. 해서 또 케손에 부임할 땐 전투복으로 부임하게 해 달라고 했다가도 또 거절당했다고 한다.
부임도 못하고 희생되는 부하 장교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대대장이 다낭 Mac V사령부까지 나와서 전입신고를 받고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자기 중대에 부임을 하게 했다고 한다.
그땐 그들의 특유 민첩한 동작으로 별 희생이 없이 부임을 했다고 한다.
약간 코미디 같은 이야기지만 이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그들은 규정을 정할 땐 신중을 기하지만 일단 규정을 정하면 그걸 지키려고 무척 노력 하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월남에서 덥다고 작업복의 팔을 잘라 입는게 유행하자 여단에서 팔을 잘라 내지 말라고 훈시가 여러 번 내려왔지만 병들은 고사하고 장교들 아니, 대대장까지 전투복의 팔을 잘라내고 입고 있었다.
물론 불합리한 규정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 필요야 없겠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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