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숫탉

해병학교 출신 장교들

머린코341(mc341) 2015. 1. 4. 15:18

해병학교 출신 장교들

 

해병학교는 당시 민간인으로서 바로 해병대 장교가 되는 유일한 코스였다.

 

어떤 대학을 나오든지 4년제 대학(문교부인정)을 나오면 응시할 수 있었다. 물론 점수를 많이 받는 순서대로 합격한다.

 

신체검사는 모두 자신 있는 사람들이 오니까 성적이 제일 중요하다. 합격하여 3개월 훈련을 받으면 소위로 임관된다. 물론 임관후 6개월 훈련이라는 이란 복병이 숨어 잇지만 그걸 알 수는 없었다.

 

해서 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서울법대(고대 연대 등 일류대학)를 나와서 고시공부를 하다가 자꾸 떨어지기는 하고 나이가 차서 기피자가 될 운명에 처해 돌연 입대한 사람, 음대를 나와 점잖은 생활에 신물이난 사람, 체육과를 나와 신체의 자신감에 응시한 사람, 불경대학을 나온 스님, 약학과를 나와 의정장교로 가기 싫어 들어온 약사, 항공대를 나온 파일럿, 심지어 수의과 대학을 나온 수의사, 거기다가 영동, 명동의 학사 깡패들이 조직적으로 입대 한 사람 등, 20명이 모이면 20명의 전공과목이 모두가 달랐다.

 

한 가지 공통된 점은 까짓 "해병대 훈련이 쎄면 얼마나 쎌까? "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불란서 외인부대 같다고나 할까? 당시 불란서에서 중동으로 파견되는 외인부대에 지원만 하면 과거의 잘못된 전과는 일절 탓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각설하고 69년 임시 대위로 진급하여 11연대에서 대대 군수장교를 맞고 있었다.

 

3년을 기약하고 들어온 해병대 생활이 벌써 4년차이다. 그것도 언제 전역이 될지 기약조차 없는 아주 장래가 막막할 때였다.

 

군수장교는 일반 참모라 그 밑에 특별참모인 군의관, 병기관, 수송관, 보급관이 있다.

 

포병이라 훈련을 나갈때 양포로 주로 나가는데 차량으로 이동하니 그 연료가 항상 말썽이다.

 

당시엔 군대에서 휘발유와 쌀이 훔쳐먹기 제일 좋은 품목이었다.

 

작전작교에게 작전계획을 받아 거기에 필요한 군수품을 확보 하는게 나의 임무였다.

 

헌데 난 머리를 써서 항상 작전계획보다 30%정도 더 많은 물품을 청구, 수령해다 주고, 훈련은 잘 해봐야 80%를 한다.

 

그럼 이론적으로 50%의 연료가 남아야 정상이다. 헌데 귀대시엔 항상 엥꼬가 나서 내가 휘발유 통을 들고 이리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 또 대대장으로 부터 이상한 눈초리도 받는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훈련이 시작되기 전의 참모회의다.

 

대대장이 통제단을 대접해야 하니 보급관에게 쌀을 팔아 돈을 장만하라고 한다.

 

당시 보급관은 서울상대를 나온 사람이었고 계급은 중위이다.

 

"대대장님, 전 못하겠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든다. 난 발로 녀석의 쪼인트를 탁하고 찬다.

 

안할 땐 안하더라도 참모회의 석상에서 다른 참모들과 중대장들도 다 있는데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 필요가 뭐 있겠는가?

 

해도 녀석은 막무가내다. 해병학교 장교들의 기수 기합이 있는 마당에 이를 아주 무시를 하며.

 

"왜 못하겠다는거야? 하라면 해! 내가 책임진다."

 

"아니 못합니다. 아무리 대대장님이 책임진다 해도 전 못합니다."

 

- 사실 일이 잘못되면 대대장들은 꼬리 내리고 저 살 궁리만 한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야 임마!! 내 대대야 내가 하라면 해! 이건 명령이야!"

 

"뭐요? 이게 대대장님의 대대라고요? 이게. 국가의 대대이고 국민의 대대이지 이게 어찌 대대장님의 대대입니까?

 

그리고 명령이라니요? 내무규정에 명령이 무엇이라고 되 있습니까?

 

합법적으로 부대를 지휘할 때 발 하는 육성이나 서면이 명령 아닙니까? 이게 합법적입니까?"

 

이거 갈 때까지 다 갔다.

 

대대장은 얼굴이 퍼렇게 되고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참모회의를 하는 둥 마는 둥 끝이 나고......

 

보급관을 불러 타일렀다.

 

"야 임마! 네가 그렇게 나오니 내 입장이 뭐가 되나. 안 할땐 안 하더라도 말을 좀 가려서 해야지."

 

"선배님 대대장이란 작자, 부대 운영비에 훈련비는 몽땅 떼 쳐먹고 애들 먹는 쌀 팔아 오라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정말 성질 같아선 테이블을 확 뒤집으려다 선배님 때문에 참은 겁니다."

 

역시 상대를 나온 사람은 벌써 생각하는 게 달랐다. 돈의 흐름을 훤히 알고 있었다.

 

"아~ 그래? 잘 참았다"

 

"그리고요, 만약 일이 잘못되면요, 내가 꼼짝없이 덮어쓰고요, 대대장은 미꾸라지처럼 쏙 빠집니다.

동기생들 중 그렇게 당하는 사람도 봤어요."

 

"그리고요, 지가 서울상대를 나와 앞으로 장래가 창창한데 3년간 병역의무 마치려고 들어 왔다가 딱지나 달고 나가면 제 신세 완전이 조지는 거잖아요?"

 

아~ 대대장이 단기복무 장교를 잘 못 건드렸구나.

 

당시 중대장들이 모두 해사를 나온 사람들인데 아무 말도 안하고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평생 군 생활을 할 사람들이라 좁은 바닥에서 말썽나기를 싫어한다.

 

보급관은 한술 더 떠서

 

"선배님 우리 같은 해병학교 출신들이 해병대를 정화해야 합니다. 우리 말고 누가 있읍니까? 해사 출신이 할 수 있습니까?

 

하사관 출신들이 할 수 있습니까? 선배님도 걸릴게 없잖아요?"

 

"그래 그렇긴 해,............. 허지만"

 

"식량은 제가 통제 할 테니 기름은 군수장교님이 통제하세요. 작전장교는 제가 감당 못합니다."

 

이거 타이르려고 하다가 내가 도리어 포섭이 되였다. 허긴 보급관 말이 옳기도 하지만,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부대대장으로 부터 호출이 온다.

 

"군수장교, 보급관 어케 교육 좀 시켰어?"

 

이거 대대장에게 무슨 소릴 들은 모양이었다. 참 빠르기도 하다.

 

"아니요, 계가 하는 말이 맞긴 하잖아요?"

 

"뭐야?"

 

눈꼴이 심상치 않다.

 

반출증을 작성해서 결재를 올렸다.

 

형식상 부대대장부터 결재하지만 통상 부대대장은 그냥 결재만 하는 것이다.

 

결재라고 하기보단 협조 통보 한다는 편이다.

 

헌데 이게 결재를 하려고 시작한다.

 

훈련시 반출해야 할 품목이 거의 4~50가지 정도 되지만 그건 그냥 형식적이고 또한 정문에서도 헌병들이 그냥 형식적으로 반출증을 보는 체 하다가 스탬프를 찍어주는 그런 것이다.

 

이를 악용하여 부대물건을 그때 내다 팔아먹는 놈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헌데 부대대장이 그걸 따지고 있다.

 

아하, 이거 나를 "시보리" 하는구나 하면서도 꾹 참고 설명을 했다.

 

종당에 장교용 철침대를 잡고 늘어진다. 왜? 장교들이 몇 명인데 고작 철침대가 12개 뿐이냐는 것이다.

 

"우리 대대에 있는 철침대가 몽땅 이것밖에 없고 이것도 당직실과 잔유 병력이 쓰는 것을 빼면 이것도 많습니다."

 

"그래도 하급 장교들이 다른 대대에서 침대를 빌려오면 못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냐?"

 

이런 제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정문에서 헤아리거나 하진 않으니까요"

 

"글쎄 그런 안이한 생각이 문제란 말이야, 모든 문젠 완벽하게 해야지, 당장 예하 부대에 알려 다른 대대에서 침대 빌려올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파악해서 정리해 다시 결재 올려요."

 

야~~~~ 이거 미치고 환장하게 생겼다.

 

50가지도 넘는 물품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군수과 대원들한테도 얼굴 안서고 일도 되지도 않는다.

 

무슨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겠다.

 

어차피 보급관 문제로 일은 벌어진 것이다.

 

할 수 없다, 부딪치는 수밖에. 결국 이번 훈련은 기싸움이 되는 것이다.

 

지휘관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하가 막나오면 지휘관이 처리할 방법이 없다.

 

난 이것을 잘 알고 있다. 큰 위반도 아닌데 징계를 할 수도 없고 ,만약에 징계를 했다가 밑에서 재심이라도 요청한다거나 하면 그것도 망신이고, 또한 본인의 지휘능력도 의심받게 되고, 부대에 비리라도 있을 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난 한 번도 안 써먹었지만, 이런 사정을 일찍부터 터득하고 있었다.

 

재결재 올려? 이 무신 뭐 같은 소린가?

 

동기생 중대장실에 가서 벌렁 드러눕고 주보에 가서 소주를 사다가 한 병을 다 먹어버렸다.

 

원래 술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 얼굴 전체가 벌겋게 되었다.

 

퇴근 때가 되니 부대대장이 또 호출을 한다.

 

벌~건 얼굴로 부대대장실 문을 발로 탁 차며 들어갔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군수장교, 부대대장님께 호출을 받고 왔습니다." 출입법대로 거수 경례를 부치며 큰소리로 복창을 하며 들어서니......

 

부대대장이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서

 

"군수장교 술 마셨나?"

 

"네! 한잔했습니다."

 

"어~ 그래? 그럼 들어가서 자"

 

밖에 나와 선임하사에게 결재판 들려서 결재를 받아버렸다.

 

이번 훈련은 보급관과 입을 맞추어 쌀 한 톨, 기름 한 방울 못나가게 하자고 계획을 세웠다.

 

사실 운짱들이 엿장사한테 한 깡통씩 팔아먹는게 문제가 되는건 아니다. 대대장이나 간부들이 드럼으로 팔아 먹는게 문제이다.

 

그리고 팔아 처먹었으면 엥꼬는 안 되게 팔아 쳐먹어야 하고 설령 엥꼬가 당하면 팔아 쳐먹은 놈들이 수습해야지

 

한 방울 안 먹은 군수장교나 보급관에게 지랄을 떠는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를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나이 어린 단기복무자들을 호구로 보는게 틀림없었다. 자 이제 단기복무자들의 맛을 보여줄 차례다.

 

훈련장에 도착했다.

 

엉성하게 철조망을 치고 연료 창고를 만들었다.

 

군수과의 제일 고참이고 꼴통하사를 창고장으로 임명하고 보급과에서 2명, 군수과에서 2명을 배치하곤 어떤 놈의 차, 비록 대대장이나 작전장교의 차라고 해도 불출증 없이는 한 방울도 주지 말고 만약 줬다가는 네가 변상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운전병들을 전부 모아 놓고 어떤 차라도 불출증 없이는 기름을 타갈수 없고 불출증은 군수과에서 발행한다고 했다.

 

특히 작전장교와 대대장의 차는 무제한 불출증을 발행한다고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암튼 기름을 준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훈련만 나오면 간부들의 차 운전수들이 간부들의 이름을 팔아 기름을 과다수령해서 별짓을 다 하는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긴 부서장들의 특식도 거기서 나온다.

 

조금 있으니 야단들이 났다.

 

작전장교가 씩씩거리며 들어와서 호통을 친다.

 

"야~~! 군수장교! 너 훈련 중에 작전장교 차를 통제하냐? 너 눈깔에 뵈는게 없냐? 훈련을 누가 하는거냐?"

 

"그럴리가 있겠읍니까. 통제라니요, 작전장교님 차의 기름은 무제한 공급이 됩니다. 다만 불출증을 떼 가라는 거죠."

 

그렇게 해서 질서를 잡고 단속을 하긴 했지만

 

해병대에선 아무리 초급, 단기복무 장교가 떠들어도 전통적으로 흐르는 맥이 있다.

 

고급 하사관들(중상사)은 대대장이나 대대선임하사의 명령이면 아무리 부당한 명령도

부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도와주는것이다.

 

이를 막을 수도 없고 또 탓 할 수도 없다. 그들도 좁은 바닥에 외톨이가 될 순 없으니까.

 

그렇다고 이번만은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밤이다. 10시 취침후 곡괭이자루 한 개와 권총을 차고(난 항상 실탄 3발을 무허가로 가지고 다녔다)

도로의 길목에서 매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운행증을 발행하기 때문에 차의 이동은 내 허락없인 한 대도 못 움직인다.

 

단 대대장 차와 작전장교 차는 예외이다.

 

여름밤이라도 바다가 가깝고 하니 시원하다 쌀쌀해지기조차 한다.

 

밤 12시 차가 한 대 나온다. 가까이 오니 대대에 남겨둔 닺찌차다. 손을 들어 차를 세운다.

 

대대에 잔류한 대대선하가 승차 책임자였다.

 

"아니 김 상사가 웬일이냐? 대대에 무슨 일 있어?" 하며 뒤를 보니 드럼통이 4개나 실려있다.

 

"네 대대장님께 보고할 일이 있어서요."

 

"뒤에 실린 건 뭐야?"

 

"아녜요, 빈 드럼통이예요."

 

"그래? 빈거야? 썅!!! 신문지에 불 붙여서 확 던져도 괜찮겠네?"

 

"아~~아니 그게 아니라......"

 

"야!! 썅놈의 새끼 엎드려!! 너 같은 놈 때문에 부대가 개판이 되는거야."

 

당시 태권도를 10년이나 한 나는 적어도 나이 많은 상사 하나쯤은 뭐로 뭉게도 자신이 있었다.

 

보나마나 군수선하나 보급선하의 협조하에 기름을 싣고 나온 것이다.

 

멱살을 잡고 엎드려를 시킨 후 곡괭이 자루로 3대를 쳤다.

 

"일어나!! 너 같은 놈은 헌병대에 그대로 고발해야겠다."

 

"아임니다. 군수장교님, 실은 CO의 지시로......"

 

"그래? 그럼 CO에게 가자, 가서 확인해 보고 만약 거짓이면 너 오늘 나에게 죽을 줄 알아라."

 

하며 대대장실로 데리고 갔다.

 

"대대장님! 이 새끼가 휘발유 훔치다가 나에게 걸리니 이자식이 대대장님을 파는군요. 이새끼한테 기름 팔아 오라고 하셨어요?"

 

"아니~~ 내가 미쳤나? 그따위 지시를 하게?"

 

"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새끼 헌병대에 인계하고 오겠습니다."

 

얼굴에 곤혹과 당황함이 눈에 보인다.

 

" 야~ 이 대위! 그렇게 하진 마라. 우리 부대가 무슨 꼴이냐, 내가 알아서 처리 할게.

김 상사는 남고 이 대위는 그만 가 봐. 수고했다."

 

참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이다.

 

허지만 어쩔수 없다. 그래도 대대장이니까.

 

그 후론 한 번도 엥꼬 당하는 일은 없었고, 대대장이나 부대대장으로부터 쭁코나 "시보리"를 당하는 일은 없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과연 장기복무자들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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