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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서살아남기 <6> 불 만드는 법

머린코341(mc341) 2015. 1. 7. 15:15

야전서살아남기 <6> 불 만드는 법 (국방일보, 2009.02.13)

 

‘마그네슘 막대’ 비가 와도 가능

 

 

지난 9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화왕산 억새태우기’ 산불사고를 뉴스를 통해 접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동시에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 오늘 다룰 내용은 ‘불’이다. 불은 재난과 재해를 상징하지만 생존자에게 또한 없어서는 안 될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존재다.

◆불의 3요소 공기·부싯깃·발화열


불을 만드는 능력은 상황에 따라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 불이란 단지 음식을 조리하고 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고 물을 정수·소독하거나 도구를 제작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조난을 알리는 구조신호나 거친 야생동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수단도 된다.


보통 불을 피우는 방법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하지 않는다. 현대에는 불을 피우는 도구가 다양화돼 손쉽게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전에서 이러한 도구가 없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워야 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이 불의 기초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불은 공기, 부싯깃(불 피울 재료), 발화열(재료에 가해지는 열)의 세 가지가 충족돼야 피울 수 있다. 공기는 부싯깃과 땔감에 산소를 공급하는 공간이나 바람을 불어줘 확보하고, 부싯깃은 마른 나뭇잎·깃털·송진·탄의 장약 등을 활용한다. 발화열은 불꽃이 만들어지기 전에 요구되는 열이다.


◆다양한 불 피우기 방법

불을 피우는 것은 현대적인 방법과 원시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현대적인 방법은 불을 쉽게 피우기 위해 만든 물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성냥·라이터·돋보기·점화봉·마그네슘 막대 등이 그것이다. 특히 마그네슘 막대는 고장날 확률이 없고 비가 와도 사용이 가능하며 약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하기를 권장한다. 독도경·돋보기·망원렌즈·안경 등도 유사시 불을 피울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원시적인 방법은 인류가 불을 발생시키기 위해 자연 재료를 사용해 불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무 마찰을 이용한 방법이 대표적이다. 나무 마찰로 불을 피우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근성·기술이 필요하다. 영화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생존훈련하는 사람들이 나무 마찰법으로 불을 피우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할까.


◆인내와 끈기의 불 피우기 : 나무 마찰법


3년 전 가을 처음으로 나무 마찰법을 시도했었다. 가지고 있던 품목은 위장모와 다용도 칼 한 자루·물통·배낭, 그리고 전투화끈이었다. 목표는 나무 마찰법으로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 커피를 마시자는 것이었다.먼저 적당한 재료를 찾았다. 두께 2cm, 길이 30cm 정도되는 잘 마른 나무와 나무를 마찰해 열을 발생시킬 밑판(화상)을 구했다.

 

알고 있던 이론에 따라 가지고 있던 칼을 이용해 밑판에 작은 구멍을 내어 공기가 통하게 했고 그 위에서 서서히 돌려보았다. 처음 시도해서 그런지 손에서는 열이, 몸에서는 땀이 났지만 나무는 연기조차 나지 않았다. 연기가 날 만큼의 충분한 압력과 속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방법을 바꿨다. 마찰 면적을 높이기 위해 앞뒤로 나무 끝을 마찰해 봤다.

 

서서히 속도를 높여 가며 지속적으로 동일한 부분을 마찰했다. 연기가 조금 나고 타는 냄새도 났지만 불이 피워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10회, 20회, 30회 되풀이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왜 그럴까. 준비한 재료를 발화점 이상으로 열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발화점은 약 450도 정도. 마찰되는 부분의 온도를 이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방법을 바꿨다. 이번에는 활돌리기 나무 마찰법이다. 비교적 넓은 나무판을 구해 가장자리에 작은 공기구멍을 뚫었다. 다음 적당한 크기의 잘 마른 나무(송곳나무)를 구해 끝을 뾰족하게 깎았다. 마지막으로 나무를 구해 전투화끈으로 양 끝을 묶어 활을 만들었다. 밑판을 견고하게 밟고 활을 송곳나무에 묶어 고정되게 누르며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30초쯤 돌렸을까. 이내 연기가 조금씩 나더니 밑의 화상구멍에 나무 입자들이 갈리고 목탄처럼 작은 입자들을 만들어냈다. 계속 마찰을 가하자 밑에 있는 구멍을 통해 담뱃불똥만한 불씨가 생겼다. 부싯깃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으므로 마찰을 멈추고 바람을 서서히 불어넣어 줬다. 이내 부싯깃에 불이 붙어 적색 불꽃을 만들어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됐지만 그래도 성공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즐거워했다.경험은 그래서 중요하다. 나무 마찰 방법은 인내력과 완력·압력·속도가 요구되는 어려운 방법이다. 특히 밑의 부싯깃은 인화성이 좋은 재료를 써야 하며 화상의 압력구멍에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활돌리는 방법을 활용할 때는 활시위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게 같은 높이로 고정해야 한다. 과연 이러한 방법으로 불을 피운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바로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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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방일보, 임승재 대위 육군특수전교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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