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서살아남기 <8> 설산 속 숨은 위험 - 눈사태 (국방일보, 2009.03.06)
눈 표층이 얼었을때 가장 위험
◆죽음의 계곡을 가다
1969년 2월 14일 국내 최초의 히말라야 원정대가 해외 원정을 앞두고 눈이 많은 설악산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히말라야는 오랫동안 쌓인 눈이 차가운 바람 등으로 얼어 있는 곳이므로 유사한 지형에서의 사전 훈련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훈련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청봉(1707m) 하단부 건폭골에 눈이 내린 후 바람과 찬기온으로 얼었다가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여 또 다른 표층을 만든 판상눈사태인 줄 모르고 훈련하던 중 10여 명이 희생된 것이다. 이후 이곳은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기 시작했다.2주 전 주말을 이용해 후배 장교와 함께 겨울산에서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이 죽음의 계곡을 찾았다.
한눈에도 눈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경사가 30도에서부터 약 60도로 원정대가 훈련한 곳은 이러한 산으로 빼곡히 둘러싸여 다른 곳으로 피해갈 수 없었다. 정상에 오르려면 오로지 눈이 쌓인 그곳을 극복하고 가야 했을 것이다.한반도의 무대는 70% 이상이 산이다.
특히 겨울산에서, 높은 산에서, 산세가 험한 곳에서는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원정대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경우나 우리 군인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혹한기 훈련을 하는 것이 고립무원의 생소한 지역에서 활동할 때의 위험성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곳에서의 위험성에 대한 지식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
◆20도 경사면 눈사태 잘나
산등성이에 쌓인 눈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 낮은 하늘에서 급발진하는 전투기에 의해서, 눈과 사람의 무게 때문에, 또는 메아리로 인해서도 눈사태는 발생할 수 있다. 눈사태가 나기 쉬운 장소는 20도 이상의 경사면이다. 60도 이상의 경사면에는 많은 눈이 쌓이기 어려우므로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적설량이 많거나 얼어붙었거나 초지(草地)에서는 20도 전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첫째로 유의할 것은 밑에 있는 오래된 눈 층과 표면 눈 층의 상태다. 오래된 눈 층이 두껍거나 표층이 얼어붙어 거친 상태가 되면 아주 위험하다. 이것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판상눈사태다.눈의 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새로 내려 쌓인 눈은 결합력이 약해 눈사태가 일어나기 쉽고, 젖은 눈은 중량이 늘어 지탱하기 어려우므로 위험하다.
봄의 해빙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수목이 적은 급사면에서는 눈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강한 바람이 불거나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사지지 않은 능선을 활용한다. 눈 표면 상태가 안개 등으로 판별이 어려울 때는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많은 눈이 내린 후에는 세심한 주의를 하자. 그래도 사면을 걸어야 할 경우에는 옆으로 비켜 걷지 말고 일직선으로 올라간다.
횡으로 걸으면 사면을 발자국으로 자르게 되기 때문에 눈사태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훈련 중 그러한 눈사태 위험구간을 발견하면 돌아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그 지역으로 가야 한다면 개인별로 약 20m 정도의 끈을 몸에 묶는다. 혹 눈사태에 파묻히면 바깥쪽으로 나온 끈을 따라 구출될 수 있다.
◆눈사태에 휩쓸리면 수영을
눈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눈사태가 일어난 지역의 위쪽에 있을 때는 주변의 나뭇가지나 잡을 것을 이용해 신속하게 몸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눈에 휩쓸려 내려갈 때는 군장을 벗어버린다. 눈 위로 뛰어오르며 차츰 눈사태의 바깥쪽으로 이동하려면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돌출된 바위나 나무를 향해 간다.
만일 눈사태에 휩쓸리면 물속에서 헤엄치듯이 눈 속을 헤쳐나와야 한다. 깊이 묻히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더미에 묻힐 것 같은 상태라면 즉시 몸을 공처럼 구부린다. 즉, 무릎을 가슴쪽으로 끌어당기고 양팔로 얼굴을 감싼다.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질식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안면부를 보호하지 않으면 코와 입 등 호흡기를 눈이 막아버릴 수도 있다. 눈사태가 멈추면 팔로 숨 쉴 공간을 확보하고 팔을 들어 눈더미를 파헤쳐 빠져나오기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디가 위쪽이고 어디가 아래쪽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입에서 침을 흘러내리게 해서 침이 흐르는 방향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혼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도우러 올 때까지 체력과 산소를 아껴야 한다. 공포감을 떨치고 침착하게 행동한다. 가까운 곳에서 발자국 소리나 말소리가 들리면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한다. 혹 눈사태로 파묻힌 동료를 구출하려면 구부러진 파이프를 이용해 그 지역을 수색한다.
끝이 구부러진 파이프나 도구로 옷이나 신체 부위가 걸리도록 해야 한다. 신속한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난자는 대부분 질식과 저체온증으로 동사한다. 개구리·뱀 등이 숨어 있다가 놀란다는 뜻을 의미하는 ‘경칩’이 지났다. 전군 대부분이 혹한기 훈련이 끝났겠지만 향후 폭설지역에서 훈련하는 부대가 있다면 주의해 안전하게 훈련하기를 바란다.
글=이주형·사진=이헌구 기자 jataka@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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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방일보, 임승재 대위 육군특수전교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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