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1진의 기억 -(7) - 월남 특수전 교육대
1965년 5월인가 6월에 드디어 -----
월남으로 전투 부대 파견이 결정됐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습니다.
해병대도 1개 여단이 파견된다고.
졸병으로 부대 안에 있을 때라 자세한 소식은 몰랐지만,
술렁대는 가운데 드디어
포항 1사단, 내가 소속된 2연대가 파월 부대로 지명됐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즉시, 충청남도 서산이 고향이고
6.25 참전 경험이 있는 인사 선임 하사이던 이 영 중사는 전역 신청을 내면서
“아! 전쟁은 이제 더 이상 싫어. 고향 가서 농사나 지을래.” 했습니다.
월남 파병에 제외되는 기수가 있는가 하면 그 중에 자원하는 사람도 있고,
여단 편성을 위하여 부족 인원을 타 부대에서 지원병을 받기도 하고,
끝내 충원되지 않은 인원은 차출도 해 왔다고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고 싶은데 제외되었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가고 싶지 않은데 포함되거나 차출되었다고 불안해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장기 복무 장교와 하사관들은 대부분
"군대생활을 하려면 전쟁 경험이 있어야 진급이 빠르다"
고 지원을 했고 일반병들은 빠졌으면 하는 추세였습니다.
이렇게 부대안이 매일 저녁 곤뽕 맨 인원이 오고 가고,
나가고 들어오고 하면서 어수선한 가운데 드디어 사령부로부터
7월부터 3개월간 - "월남 파병 특별 교육 명령" - 이 하달되었습니다.
(그떄 이 간판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없지만 자료를 보니 나중에라도 생긴 모양입니다)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의 느낌은 이랬습니다.
첫째,
--- 아! 드디어 6.25 이후로 이제 우리가 전쟁을 경험할 일은 없겠지 - 생각했는데,
--- 우리 전쟁이 아니라 남의 전쟁에 가서 전쟁을 경험하게 되는구나!
둘째,
--- 자유 수호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고,
--- 6.25 때 우리를 구해 준 미국에 보답을 하기위한 국가의 결정인가 ??
세째,
--- 내 개인적으로도, 등록금이 없어 군대에 입대한 처지에다
--- 월남 가서 받을 한달 45불(상병 월급)로 식구들 먹여 살리고,
--- 동생들 공부 시키고, 제대 후 복학 등록금 마련할수 있겠구나 -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피할수 없는 운명 앞이서 그랬을까 ????
하여간 그 순간엔 -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은 아직 없었다
이윽고 월남 적응 훈련이 시작되었다.
훈련소에서 지겹게 받았고,
실무 배치 뒤에도 소총 소대는 끊임없이 받은 - "각개 전투" 부터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위장 - 산개 - 철조망 통과 - 수류탄 투척 - 총검술 - 사격,
유격 훈련 - 분대,소대, 중대 T.T.T" 등등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특기할 사항은, 훈련소에서나 실무 훈련에서나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누구든지 “내무반 감시”로 남고 싶어했지요.
이제는 모두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아무도 감시로 내무반에 남으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피를 적게 흘린다” - 는 말이 온 몸으로 그대로 느끼는 겁니다.
(땀과 피는 반비례한다 - 스스로 훈련에 참여하니 힘든게 사실인데 힘든줄 모르는 묘한 날들이 지나갔읍니다)
월남 가서 살아 돌아오려면 한 번이라도 더 훈련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느낌이 생각이 아닌 몸으로 그냥 감전이라도 된 듯 찌르르 오는 겁니다.
장교나 하사관들이 몰아 세울 필요도 없이 일사분란, 한 마음으로,
그 7,8,9월 염천 아래 아침 일찍 내무반을 나서서 저녁 식사 시간이 되기까지
오천 일대 훈련장에서, 사격장에서, 양포 유격 훈련장에서,
모두들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땀이 범벅이 되어 기고, 구르고, 뛰고, 쏘고, 찌르고,
10분 간격으로 쪼그려 뛰기를 시켜도, 아무도 불평 없이 다 해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번 한다면 하는 민족" 아닙니까?”
그 중에서도 해병대입니다.!!
월남전의 신화가 그저 그냥 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 훈련의 결과는 훗날 월남에서,
칠흑 같은 밤 베트콩과의 백병전에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 파월 제1진 청룡부대 2대대 해병158기 이장원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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