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1진의 기억 -(9) - 다가오는 출정 전야.
<다가오는 출정 전야>
월남을 갔다 왔다고 하면 흔히 사람들이
-- 지원해 갔느냐 ?
-- 타의로 갔느냐 ?
-- 어떻게월남 전장에 갈 용기가 났느냐? 대단하다! - 등등 묻습니다.
사실은 나는 우리 부대가 지명이 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고,
함께 있던 부대원이 다 함께 가니까 그냥 간 거지요.
은근히 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그러나 온 몸이 저려 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한 때도 없지 않았습니다.
(어느 철학자도 해병정신을 딱히 정의한 사람이 없다한다 - 해병 자신들도 모르는 프라이드 -
교관들은 가공할 무용담으로 고달픈 시간을 잊게 하곤했다)
1965년 9월 초순인가에 종합 훈련 때였었습니다.
가적 부대를 배치하고 각 부대 지휘자가 지도를 보며
독도법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대규모 이동 훈련이었습니다.
나는 대대 본부의 최하 말단으로 선임 하사를 따라 다녔는데,
한 순간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가적에게 잡히지 않고
무사히 본대와 합류할 수 있는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선임하사가 나더러 - 야! 너 이 쪽으로 나가서 상황 좀 살펴 보고와 - 했습니다.
실전 상황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적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지역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 온 직후, 아찔한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이것 봐라!!!!! 만약 월남에서도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제일 말단인 나 보고 먼저 나가 보라고 할 것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미친 것입니다.
그 때부터 한 동안 이공포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전전 긍긍했습니다.
어떤 때는 이동하는 트럭 위에서 그냥 아래로 떨어져 버릴까 하는 충동이 심하게 밀려 왔습니다.
-- 팔 다리 어디가 부러지면 후송되어 2,3 개월은 있을 터이니 월남가는 것은 면제되지 않을까? --
일부러 한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소대장 한 사람(윤종고 소위)과
2 대대 대대장 (오 모 중령)이 양포에서 유격 훈련 중 발목을 삐어서 교체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윤진 중령(해간 7기, 해병 소장으로 5공 초기 예편)께서 2 대대 대대장을 맡게 된 것입니다.
(진해 신병훈련소 6정문 앞에 세워져 있는 출전준비탑)
거꾸로 매달아도 해병대 시계는 간다고 했던가 !!!!
그렇게 고단함과 불안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출정의 날이 다가왔읍니다.
출처 : 파월 제1진 청룡부대 2대대 해병158기 이장원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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