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수기/해병158기 이장원

청룡 1진의 기억 -(11) - 월남으로 가는 거대한 수송선.

머린코341(mc341) 2015. 1. 7. 16:41

청룡 1진의 기억 -(11) - 월남으로 가는 거대한 수송선.

 

1965년 10월 3일 새벽 3시.
청룡부대 전원이 일어나 각자 군장을 꾸렸습니다.

M1 소총에, 천막, 모포, 식기, 내의 등
미군이 2차 대전 때 쓰고 남은 무기를 원조해준 것으로.
그리고 주먹 밥 한 덩이씩 받아 먹고 출정 준비를 했습니다.

 


지금은 월남전 하면 주로 미군 공수 부대의 모습을 떠 올리지요,

"디어 헌터" 로부터 시작하여 무수히 나온 映畵 탓으로.(나는 그런 映畵를 거의 보지 않았지만)
멋진 정글복, M16 소총, 정글화, 헬리콥터 공수, 어마어마한 화력 등등.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6.25 이후에 얻은 무장이 전부인 채로 떠났습니다.


(60년대 형산강 다리 자료 사진- 청룡 1진은 이른 아침을 먹고 새벽녁에 이 다리를 건넜습니다)

아침 6시 포항 역으로 트럭으로 이동하여 열차로 갈아 타고,
조용히 부산항 부두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11시, 부산항 도착 - 승선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이 보내 준 2만5천 톤급 수송선이라고 합니다.
그 때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대형 수송선입니다.
그래서 그 후 신문에 이 배에 관해서 자세히 보도가 된 줄 압니다.

여단 병력 3-4천명이 타는 배니까 어마어마한 배지요.
승선한 첫 날 저녁 실제로 나는 식당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저녁도 못 찾아 먹고
외할머니가 마련해 주신 비상식량, 미숫가루로 때웠습니다.

옛날에는 전쟁에 나간다고 하면 이렇게 비상식량으로 미숫가루를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청룡 부대가 떠난 이삼 주일 뒤에 맹호 부대가 따라 온 줄 아는데,
맹호 부대의 출정에는 여의도에서 대규모 환송연이 열려
연예인들이 나오고 했다는 소식을 월남 도착 후에 들었는데

우리 청룡부대는 지극히 조용히 떠났습니다.

한 편 좀 홀대 받은 듯 해서 섭섭하기도 했고
다른 한 편 해병대는 원래 이렇게 조용히 이동하는 거야 하고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승선이 끝난 이 날 오후 부두에 환송 나온 정일권 국무 총리와 김성은 국방 장관에게
목이 터져라 -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 하고 몇 번 소리치고 손을 흔들면서,
드디어 크게 기적을 몇 차례 울린 뒤, 배는 부산항 외항으로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이제 모두 映畵를 보셨을 터이니 “타이타닉” 호가 출항하는
장면을 아마도 연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광경이었습니다.

노 젓는 가장 작은 배가 5톤, 10톤, 동력선 고깃배가 10톤, 20톤,
참치 잡이 나가는 원양 어선이 200-300톤,
북태평양으로 명태잡이 나가는 트롤 선이 4-500 톤,

 


그리고 상륙작전 훈련 때 타 본 LST 가 700 톤인데,
월남 수송선이 자그마치 2만 5천 톤. 어마어마하게 큰 배였습니다.
눈썰미 없는 나는 어디가 어딘지를 몰라 식당 찾는데도 헤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배에 오르고 보니 가히 순식간에 미국에 온 것 같습니다.
선상의 식사 내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미국이라 해도 다 우습게 생각하지요?

(부산을 떠날때 10월의 서늘한 날씨는 월남이 가까워지며 더워졌습니다)

날씨는 맑아 조용한 바다 위를 편안하게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귀국 때는 이와 달리 풍랑으로 고생을 했는데 출국 때는 전혀 풍랑이 없었습니다.

낯에 갑판 위에 올라가 보면 망망 대해 바다 위에
날치들이 뛰어 날아 오르는 것도 보였습니다.

이틀인가 사흘 째 밤, 대만 해협을 지나 간다며 왼 쪽으로
불빛이 보이는 곳이 대만이라고 했습니다.

월남이 점점 다가 오는지 점점 더워지고 있었습니다.

무심한 수송선 --
월남으로 가는 수송선은 쉼없이 월남으로 향해갔습니다.


출처 : 파월 제1진 청룡부대 2대대 해병158기 이장원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