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1진의 기억 -(12) - 월남 상륙.
<청룡 1진의 월남 상륙>
엿새 만인 10월 9일 아침 - 드디어 수송선이
월남 중부의 주월 미군 군수기지 사령부가 있는 캄란 만 앞에 멈추었습니다.
바다의 배 위에서 바라보는 월남 해안의 전경은
무한한 호기심과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한 편 형언할 수 없는 상념을 불러 일으킵니다.
-- 이국, 남국, 전쟁, 용병, 생사 --
전쟁을 한다는 것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일까?
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과연 살아서 돌아가는가?
(해간3기 이근식 대령님의 자료사진 )
하선 하여 부두에 대기하고 있는 트럭으로 옮겨 탔습니다.
길 양쪽으로, 파초로 만 알고 있던 바나나 나무가 즐비하고,
우리나라 한 여름 같은 무더운 날씨인데도 전혀 더위를 느껴지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여
사주 경계하며 재빨리 트럭에 오르자 마자
마치 베트콩이 금방 길 옆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하는 양,
길을 지나다니는 월남 사람들이 모두 베트콩인 양
총구를 밖으로 겨누고 긴장한 채로 지정된 주둔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름하여 “똥바틴”.
LST 로 먼저 온 선발대 군수 요원들이 반갑게 마중합니다.
(해간3기 이근식 대령님의 자료사진 )
지금 돌아보면, 미군 군수 기지가 있는 그런 안전한 지역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우습게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것은 훈련이 아닌 실전 상륙이 아닙니까?
주둔지가 정리되 가면서 조금씩 긴장도 풀어져 갔습니다.
미군 공수 부대 교관들이 와서 현지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월남 말도 몇 마디 우선 배웁니다.
“짜오 옹”짜오 바” “짜오 꼬”-“옹” 은 남자, “바”는 결혼한 여자, “꼬”는 미혼녀.
처녀는 “꽁가이” “깜온 옹” ? 고맙습니다 ? “깜온 바” “깜온 꼬”
월남 여자들이 입는 옷은 “아오쟈이” 바나나는 “여”.
“못(1), 하이(2) , 바(3). 본(4), 남(5), 따이(6)……무이(10), 짬(100)”
나는 대한민국 해병대이다 - “또이 꿘륙전 따이한”등.
베트콩의 게릴라 전술의 특징도 강의합니다.
게릴라는 아군이 공격하면 도주하고, 정착하면 교란하고(harassment),
치고 빠지기(hit and run)에 매복(ambush) 전술을 쓴다고.
그리고 최초로 M16 사격시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때도 미군 공수 부대만이 M16으로 무장했고 일반 보병은 M14을 쓰던 때였습니다.
M1 보다 가벼우면서 거의 기관총의 성능에다 파괴력이 엄청난 화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자봉이 그려준 캄란만과 동바틴 - 당시는 미처 몰랐지만 미군기지가 자동차로 직진 1시간이 걸리는
거대한 천연 요새)
월남 도착 직후,
현지에 적응 훈련을 받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첫째 야간 보초 근무입니다.
보초 근무는 본국에서도 힘들기는 했지만 월남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베트콩에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은 엄청 되지요,
근무 나가려면 우선 모기 약 바르고 모기 망을 철모 위로 써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쉽습니다.
대대 본부 사병 만으로 일조에 두 사람씩 근무를 서려니 한 조가 세 시간씩 근무를 서야 합니다.
한 낮은 타는 듯이 덥다가 오후에 스콜이 한 번씩 지나가고 저녁이 되면
시원해 지기는 하지만 세시간 근무는 익숙해지기 까지는 고역중의 고역이었습니다.
(전장터의 두려움을 아직 모르던 동바틴 적응기 시절의 천막 생활)
재미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루 저녁은 154기 선임 신윤제 상병과 한조가 되어 12시부터 3시까지 근무를 섰는데,
이 선임이 입씸도 좋고 오래 동안 일보병을 해 주계에 끗발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계에 가 파인애플 청크(잘게 으깨어 놓은 것) 1 파운드 짜리 캔을 얻어 와
뚜껑을 따 놓고 둘이 움직이는 중간 지점에 스푼을 꽂아 놓아 둔 것입니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서 근무 시간 내내 왔다 갔다 하면서
그 달고 시원한 파인애플을 한 스푼 씩 퍼 먹으면서 근무를 섰더니
3 시간이 금방 지나 갔습니다.
(캄란만 동바틴 해변에 세워진 ~ 대한 해병 상륙 기념비)
그렇게 월남전 적응을 해가던 어느날,
첫 전투 명령이 떨어졌읍니다.
출처 : 파월 제1진 청룡부대 2대대 해병158기 이장원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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