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의 추억(4)
2-3학년 시절
정신없이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1학년(4급생)생활을 마치고 나서 후배 신입생들이 들어오게 되면, 이제는 사관생도로서의 생활이 어느정도 기본 틀이 잡히고 익숙해 져서 생활하기에 다소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신입생의 때가 어느정도 벗겨지고 나니 한창 사춘기의 젊은이들로서 여학생들에게 시선이 가는게 사실이였습니다.
많은 생도들이 방학중 단체로 여학생들하고 미팅을 한 얘기가 만발하고 있었고 사귀고 있는 여학생들의 학교 면회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이때 두 사람의 여학생하고 잠깐씩 사귀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두사람 다 저를 자기집에 까지 데리고 갔었습니다.
-K 양은 (지금 생각해 보니) 저를 유인해 자기집에 까지 데리고 갔었는데 집을 지키고 있던 언니하고 집보던 일을 교대하고 언니는 외출을 했으니 텅빈 집에 둘이만 남아 있게 되었고, 그러니 한창 혈기 왕성한 남녀가 자연히 불이 당겨지고, 껴안고 입술까지 닿게 되었는데 그 이상의 행동은 사관생도 체면상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던지, 제가 하도 서툴고 부족 했던지 다음에 만나자고 했는데 나오지를 않아서 그냥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P 양은 상당히 영리한 학생 같았는데, 그 친구중 한 학생은 우리 친구하고 몇번 만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P 양이 자기 집에 저를 데리고 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소개하고 인사를 시켰는데 암만 생각해 봐도 그때 왜 나를 굳이 자기 집에 까지 데리고 갔었는지 그 이유를 알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오래 사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깊은 관계도 아닌 순수하게 친구같이 몇번 만난 사이인데, 사관생도의 멋진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려고 저를 데리고 갔었나요.
-1960년에 4 19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부정선거로 인한 사회의 혼란이 이승만 정권이 물러 남으로써 안정되고 있었음니다.
그런데 저희 사관학교에서도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4학년(1급생) 전원이 학교를 무단이탈하여 진해역에 서있던 기차를 탈취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국방부 장관등 고위층에 항소하러 가기 위한 단체행동이였습니다.
물론 대구역에서 대기중이던 헌병 1개 중대에 포위되어 전원 강제 귀교는 되었지만 이는 일종의 혁명적인 행동이였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보급품 중에는 질좋은 미제가 지급되었었는데 갑자기 얼마전부터 질이 아주 떨어지는 국산품이 지급되어 생도들이 불평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보급품들이 좋은건 위에서 다 팔아 먹고 질이 형편없는 국산으로 대체하였다는 풍문까지 나돌았고, 그간의 여러 가지 해군 내부에 있었던 부정 부패문제가 여론화되면서 정의감에 불타는 혈기왕성한 사관생도들을 자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주동자 5명은 퇴교 조치되고 며칠만에 사태는 진정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해군은 내부적으로 큰 진통을 겪은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그때 우리가 쓰던 생도사 건물은 다 헐리고 신형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그 당시 겨울에는 정말로 춥게 지냈습니다.
중대별로 내무실을 돌아가며 바꿔서 1년씩 사용했는데 당시 생도사 건물 한동은 엉성한 목제 건물로 들리던 말에 의하면 일본 군인들 마사(마구깐)로 쓰던 것을 개조해 사용했다고 했습니다.
내부에 스팀이 들어오기 시작할때면 멀리서부터 딱 딱 하며 스팀 파이프 울리는 소리가 나는데 건물 전체가 시끄러웠고 넓은 내무실의 높은 천정은 도저히 난방이 안되고 있었고 새벽에 일어나 보면 여기 저기 고드름이 기다랗게 늘어져 있는 것이 여기가 방인지, 밖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잘 때 옷장에 있던 여름옷까지 다 꺼내어서 모포 위에 얹어 덮고 잤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수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다가 발밑에 집어 넣고 이리 저리 돌려가며 발을 녹이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전에 졸업 37주년 기념으로 동기생들 부부동반 50여명이 사관학교를 다녀 왔는데, 여학생들이 다수 있는게 이채로왔고 내무실 환경이 옛날과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 그저 부러웠을 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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