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사17기 오창근

사관학교의 추억(5) 2-3학년 시절(계속)

머린코341(mc341) 2015. 1. 12. 19:45

사관학교의 추억(5)

 

2-3학년 시절(계속)

 

-사관생도들은 세탁소에 맡겨 다림질하는 종류의 근무복이나 정복 이외의 속옷, 양말, 침대 씨트 카바등은 자신이 직접 빨아서 말리고 처리하는데, 그때는 지금같은 세탁기도 없었고 하니 직접 손으로 빠는 수 밖에는 딴 도리가 없었습니다.

생도사 바로 뒤쪽 산 밑에는 굴이 두어개 있었는데 그 안에는 큰 씨멘트 탱크가 여러개 있었고 지하수였는지, 수돗물이였는지는 확실치 않았는데 청결한 물이 펑펑 흘러 나와서 우리 생도들이 빨래하기에는 그야말로 안성 맞춤이였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오후에 수십명의 생도들이 이곳에 모여 빨래하는 모습은 정말 볼만했습니다.

그 빨래터 더 깊숙한 굴속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곳이 여러곳 있는데 그곳은 당시 흡연을 하던 생도들의 은밀한 장소로 어떤때는 선,후배가 불이나 담배도 빌려 주면서 같이 피웠다는데 들켰으면 가히 퇴교감이였지만 서로 비밀들을 굳게 잘도 지켜 주었다고 하더군요.

-약 2년간 축구부에서 열심히 뛰며 공을 찼는데 별로 실력이 향상되지도 않고 늘 여러개의 공이나 메고 다니면서 정식 선수도 못되고 후보로 심부름이나 하자니 면도 안서고 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하니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결심을하고 축구 지도관으로 있던 선배 S중위에게 더 이상 축구부에는 못있겠다고 했다가 정말로 엄청나게 두드려 맞고 나서야 겨우 축구부에서 나올수가 있었습니다.

그후 그 선배를 아직까지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생도시절에는 교실에서 받는 학과 수업외에 야외에서 각종 군사훈련 중에서도 제식 교련을 많이 하는데 특히 자다말고 한밤중에 비상소집하여 연병장을 수없이 구보하고 또 심한 경우에는 학교앞 바다에도 심심치 않게 들어가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좋은데 겨울의 바다속은 피부를 수 없는 바늘로 찌르는 듯 따가운데 밖에 나와서 뛸때는 생도들의 몸의 열기로 하얀 증기가 뿜어 나오는데 추위는 어디 가고 얼마후엔 옷이 마르면서 땀까지 나게 됩니다.

야간에 이렇게 집합해서 뛰다가 정열을 하면 바다쪽을 바라 보면서 각종 군가와 각 기생가(교가 이외에 각 기별로 자기 기생의 노래가 있음)를 부르게 되는데 앞쪽에 서 있는 생도가 선창을 하고나면 모두 따라서 힘차게 부르게 됩니다.

제 동기생중에는 노래를 정말로 잘 못부르는 친구가 한사람 있었는데 키가 커서 앞쪽에 정열해 섰다가 선창을 하게되면 박자가 맞지를 않고 음절이 이상하니 다들 끼득 끼득 웃게되고 그러면 지휘하던 선배는 화가 나서 더 심한 기압을 주게 되는데, 처음에는 일부러 그러는줄 알던 선배들이 나중에는 이 친구가 음치인걸 알고선 다른 생도에게 선창을 시키곤 했습니다.

크리스 마스나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으레껏 이 친구에게 노래를 시키고서 그 틀린 박자와 책의 글을 읽어 내리는듯한 노래 가사를 들으며 온 가족들이 대경실색들을 하는걸 저는 여러번 보았습니다.

많은 해군가를 작사, 작곡하신 해군의 어머니 홍은혜 여사가 이 친구의 외숙모가 되시는데, 피아노를 치시며 반주까지 해가며 이 친구에게 그렇게도 여러 가지 군가며 노래들을 가르쳐 주시려고 하셨는데 도저히 구제불능이라 나중에는 손을 드시고 말았습니다.

노래를 하지않고 있으면 좋으련만 남이 하는 노래를 따라 하게되면 그 친구따라 다들 박자가 억망이 됩니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이 친구가 이젠 십팔번이라고 부르는 " 동숙의 노래"는 노래 실력이 제법 향상되어 들을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