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사17기 오창근

사관학교의 추억(7) 졸업반 시절(원양 항해)

머린코341(mc341) 2015. 1. 13. 21:54

사관학교의 추억(7)

 

졸업반 시절(원양 항해)

 

졸업이 임박해 오면, 4학년(1급생) 전원은 해군 군함에 분승하고 원양 항해를 떠나게 됩니다.


저희들은 호위구축함(71함 및 72함) 두척에 분승하고 월남 공화국의 싸이공을 거쳐 씽가폴을 지나, 적도를 지나 갔다 와서 필리핀의 마니라를 거쳐 대만의 기륭항을 다녀오는 약 45일이 걸리는 동남아 항해 코스 였습니다.

지금은 각 기생별로 매년 그 항로와 기간이 달라진다는데 우리손으로 만든 구축함으로 2-3개월은 보통이며, 호주의 시드니와 뉴지랜드의 오크랜드 항 까지, 또 어느 기수는 하와이와 미 본토 항구를 거치는 코스, 또는 구라파의 여러 유명항구를 다녀 오는 등 세계 곳곳의 항구를 다녀 옵니다.

1960년대에 동남아를 다니던 우리 해군이 이제는 국력의 부강과 더불어 세계 곳곳의 항구를 누비고 다니는 막강 해군으로 성장 했음을 알수 있습니다.

항해중에는 각부서에 배치되어 4년간 배워온 모든 교리와 학술에 대하여 실습을 하게되며 앞으로 해군장교로서 겪어야 될 함상생활에 대하여 직접 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기간은 그야말로 사관생도 4년간의 생활을 총 결산하는 기간이라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해군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동 지나해(EAST CHINA SEA)를 건너 보지 않은 해군은 진정한 의미의 해군이 아니다.

과연 동지나 해협의 파도는 대단했습니다.


우리는, 당시 우리 해군이 보유하고 있던 군함중 가장 큰축에 든다는 호위 구축함(DE 71함과 72함) 두척에 분승하여 설레이는 마음으로 원양 항해에 나섰는데 며칠후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해협을 지나면서 흔들리는 배의 로링(좌우로 흔들림)과 핏칭(앞 뒤로 흔들임)에 거의 다 녹초가 되어 한사람, 두사람 떨어지기(침대위에) 시작하였습니다.

파도,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리고 보아오던, 해안에 밀려오는 파도는 파도가 아니였습니다.


앞에 가고 있는 우리 군함이 어느 순간 남산 같은 산위에 있는 듯이 보이다가 얼마후 바로 그 배가 저 산아래 자락에서 흔들이는 작은 한 개의 낙엽같이 보일듯 말듯 하는데, 과연 하나의 파도 크기가 얼마나 큰지 상상이나 할 수가 있겠습니까.

망망 대해를 며칠간 항해하던 끝에 저멀리 육지가 보인다는 전갈이 함내에 퍼지자 며칠을 굶고 녹초가 되어 누워 있던 생도들이 한사람 두사람씩 갑판위에 나와 신선하고 찬 공기를 마시면서 정신들을 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항해중 배의 흔들임에 취한 병(배 멀미=SEA SICK)은 육지만 보이면(육지에 닿으면) 저절로 낫는다는 신기한 병이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