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6대사령관 공정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36) - 2인의 결사대(2목표)

머린코341(mc341) 2015. 1. 13. 21:28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36) - 2인의 결사대(2목표)

전투에서는 때때로 상식을 초월한 결과가 생긴다. 좋은 무기와 장비로 무장한 다수의 병력보다 소수 특공대가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유효할 때가 있다.

도솔산 전투 당시 우리 1대대 3중대 소총수 양두현 2조는 제2 목표 점령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소대공격이 실패한 뒤 두 사람으로 편성한 특공대원의 한 사람이 그였다.

 

지금도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상할 정도로 두려움이 없었다”고 술회한다. 인천상륙작전을 겪어본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제1 목표를 점령한 뒤 3중대에는 계속해서 제2 목표를 점령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미 해병대의 야포지원과 항공지원을 등에 업고 야간공격을 감행한 그날도 가랑비는 계속됐다. 간단없는 포성이 온 산을 뒤집어엎을 기세로 울었다. 아군 진영 머리 위를 날아간 포탄이 적진에 떨어질 때마다 핏빛 같은 화염이 피어올랐다. 그 빛에 반사된 전우들 눈빛이 맹수처럼 사납게 보였다.

비에 젖은 옷으로 포복을 계속해 고지 가까이 이르자 적진에서 신호탄이 오르면서 적의 일제사격이 시작됐다. 빗발치듯 날아드는 총알 사이로 방망이 수류탄이 흘러내린다. 머리를 들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수류탄만은 처리해야 한다. 총대로 그것을 막아 멀찌감치 쳐내면 또 굴러 오고, 쳐내면 또 온다. 제2 목표만은 절대 내주지 않을 심산 같다.

김동운 소대장은 할 수 없이 철수신호를 내렸다. 썰매를 타듯 반쯤 앉은 자세로 미끄러운 비탈길을 내려와 한숨을 돌렸다. 소대장은 전열을 정비하면서, "특공조가 먼저 나가고 소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르라"는 지시를 내렸다.

 

양 2조와 강수병이 특공조로 뽑혔다. 두 사람은 그 임무가 자신들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여겼다. 소대가 이루지 못한 일이 두 사람에게 맡겨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소대장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원수를 갚으리라'

 

먼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 어스름에 고지에 접근했을 때 적 초병과 눈이 마주쳤다. 포복 중에 난 소리 때문이었다. 양 2조는 재빨리 M1 소총을 발사하고 비호같이 토굴 진지 입구로 날아들었다. 수류탄을 안으로 던져 넣었다.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주위가 조용해졌다.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적병 몇이 수류탄 파편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이때 적 후방에서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고지 주위에 포탄이 작렬했다. 포연이 자욱하게 퍼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고지 아래로 몸을 숨기기 위해 구르듯 내려가는데, 강 해병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상반신은 아래쪽, 다리가 위쪽으로 향한 채 널브러진 그의 옷이 피로 물들고 있었다. 양 2조는 전우를 둘러업고 비탈 아래로 뛰었다. 특공조를 뒤따라 오르던 소대원들도 여기저기서 포탄 파편에 다쳐 신음하고 있었다.

“강수병, 정신 차려. 죽으면 안 돼. 다 왔으니 조금만 참아.”

 

양 2조는 등에 업힌 전우가 축 늘어진 것을 알고 울부짖듯 소리쳤다. 그래도 반응이 없는 것 같았다. 안전지대에 도착해 전우를 땅에 내려놓았을 때, 강 해병은 숨을 쉬지 않았다. 양 2조의 울부짖음이 계곡을 메아리쳤다.

“야! 임마, 죽으면 어떡해 ! 살아서 같이 고향 가자고 약속했잖아.”

 

양 2조는 전우의 시신 앞에 거수경례를 붙여 정식으로 고별 예의를 갖추고, 다시 고지를 향해 뛰어갔다. ‘반드시 고지를 빼앗아 너의 원수를 갚으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그때 고지 위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나가자 해병대’ 노래가 들렸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