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6대사령관 공정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37) - 야간 기습전

머린코341(mc341) 2015. 1. 13. 21:30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37) - 야간 기습전

도솔산 작전의 목표는 무려 24개 고지였다. 캔사스 라인 남쪽의 제1~14 목표를 차례로 점령한 뒤 라인 북쪽의 도솔산과 그 인접 고지들을 장악함으로써 철의 삼각지대 제1 요충지를 손에 넣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우리 해병1연대 3개 대대가 세 방면으로 나누어 시작한 공격은 대대 단위의 작전이어서 초기에는 성과가 지지부진했다. 고지 하나를 얻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많은 목표를 언제 다 점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그 난관을 돌파하려면 야간을 이용한 연대 규모의 기습공격밖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대 지휘관회의에서 나는 이 생각을 강력히 주장했다. 다행히 김대식 연대장과 여러 참모가 동의해 줘 연대 규모의 야간 전투작전이 결정됐다.

 

작전준비에 분주한 때 토머스(Gerald C. Thomas) 미 해병1사단장이 우리 부대를 찾아왔다. 일선 대대장으로부터 야간 공격작전 구상을 직접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둠을 틈탄 기습공격으로 목표물들을 차례차례 강습할 생각입니다. 벌써 준비는 다 돼 있습니다.”

지휘봉으로 작전지도를 짚어가면서 작전개요를 설명하는 나에게 토머스 장군은 “계획이 매우 치밀하고 특수하다”고 평가하면서 결과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우리 해병대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적극적인 함포와 항공지원, 그리고 야포지원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작전참모! 공대대장이 원하는 대로 해군 미주리함에 함포지원을 요청하고, 해병11포병연대의 전 화력을 집중 지원해 주시오.”

 

도솔산전투 후 필자를 격려하는 토머스 미 해병1사다장. 나의 야간공격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미군의 화력지원이 필요하다는 내 건의를 받은 자리에서 토머스 장군은 적극 지원을 지시해 주었다. 내 곁에는 앵글리코(ANGLICO, Air Naval Gunfire Liaison Company, 미 항공 함포연락중대) 소속 항공·함포 연락장교들과 야포·공병·통신·수송·의무 담당고문관 등 30여 명의 미 군사고문단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함포·야포·공중폭격…적 혼비백산

 

작전 예정시간이 되자 먼저 함포소리가 울렸다. 먼 하늘 저 너머에서 둔중한 포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적진에 화려한 불꽃이 피어오르면서 천지를 뒤흔드는 진동이 일어났다.

그 뒤를 이은 ‘콰광, 콰광’ 소리는 야포 소리였다. 어느새 동쪽 하늘에 나타난 콜세어(F4U, Corsair) 전투기 편대가 적진에 폭격을 퍼부었다. 함포와 야포, 거기에 공중폭격까지 더해지자 초여름밤 깊은 산속은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흔들리고 골짜기가 들썩들썩했다. 귀청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각 대대 장병들의 사기를 한껏 부풀려 주었다. 인접한 전선에서 같은 시간에 일제히 시작된 야간 공격 포화로 능선마다 불꽃 같은 화염이 물들었다. 한껏 고무된 한국 해병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경사면을 달려 올라갔다.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기세였다. 능선에 다다를 때까지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혼비백산한 적들은 진지를 버리고 달아나버렸다.

 

3대대 9중대장 강복구(姜福求) 대위는 15목표를 공격 중인 미 해병5연대와 연계하기 위해 1개 소대를 대암산으로 올려보냈다. 대원들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지나다가 적이 머무른 흔적을 발견하고 바짝 긴장했다.

야전밥통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조밥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사방을 샅샅이 뒤졌으나 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너무도 다급한 나머지 지어 놓은 밥도 먹지 못하고 도망치기 바빴던 모양이다.

 

“안 됐군, 밥 먹을 새도 없었나 보군.”

 

소대원들은 적을 동정하면서 목표 고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