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人生旅路 - 2. 6·25전쟁
(3) 여군 특별분대
그 해 9월 20일이었다.
해군신병훈련소에는 제주도로부터 수송되어 온 120여 명의 여군신병이 도착하여 일선지구에서 갓 돌아온 대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나로서는 뜻밖에 맞이하게 된 그 여군 신병들은 해군본부에서 모집한 신병이 아니라 제주도의 해병대사령부에서 제4기 신병(학도병)들을 모집한 후 행정요원으로 확보하기 위해 모집한 특별한 신병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하기 10여 일 전 통제부로부터 해병대에서 인솔해 올 여군 신병들을 인수하여 교육시킬 준비를 갖추라는 지시를 받게 된 나는 그 금녀(禁女)의 훈련소에 수용하게 될 여군 신병들의 수용과 교육을 위해 별도의 내무실과 교장, 여성 전용 화장실과 세면장 및 위생재료 등 필요한 시설물과 재료를 갖추느라 무던히 신경을 써야만 했다.
제주도에서 모집한 그 여군 신병들은 일부는 지원을 해서 입대한 지원병들이었고, 일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입대한 제주출신 여성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의과대학 재학생도 있었고 여교사와 여중생 및 여고졸업생도 있었다.
그 여군들을 모집할 때 해병대에서는 간단한 신체검사를 거쳐 합격판정을 받은 자들 가운데 댕기머리를 한 처녀들은 단발로 자르고 남자군복을 입혀 입대식을 거행한 연후에 해군 수송선에 태워 진해로 보내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그 여군 신병들은 모병할 때는 해병대에서 했지만 교육은 해군신병훈련소에서 받고 해병 군번을 부여받은 해군 초유의 여군이었다.
그 여군 신병들을 해병대에서 직접 교육시키지 않고 해군신병훈련소로 이관하게 된 이유는 짐작컨대 그 당시의 해병대로서는 제주도에서 집단적으로 지원입대한 학도병들의 단기교육과 전투부대 편성 등 당면한 급선무와 예상되는 출동명령 때문에 그 문제를 해군본부와 협의해서 그렇게 처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여군 신병들의 수용과 교육을 위해 해군 신병훈련소에서는 특별분대(中隊)를 편성하게 되었고, 분대장으로는 제주도에서 여군들을 인솔해 왔던 김성대(金聲大)소위(해병)가 임명되고 진해 해군병원에 근무하는 해군1기 간호장교들인 배소재 소위와 서정애 소위가 특별분대의 분대사(중대선임장교)겸 교관으로 임명되었다.
특별분대의 교육기간은 3개월, 교과목은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대부분 신병교육대의 기존 교과목에 준하되 지상전술만은 분대(分隊)전술까지만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교육기간 중 그 여군 신병들은 정신력과 체력이 강한 제주도 여성답게 군기를 엄수하는 가운데 제식교련과 분대전술훈련 등 연일 계속된 고된 훈련을 끝까지 감내하며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어 열심히 교육에 임했다.
그러나 수료식을 앞두고 나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통제부에 보고하고 처리지침을 받았다.
내가 보고한 사항은 훈련병(여군)들의 여론을 조사해 본 결과 수료 후 실무에 배치되기를 원하지 않고 귀가하기를 원하는 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그 문제는 해군본부의 지침에 따라 귀가를 희망한 40여명은 군번을 부여하지 않고 귀가조치해 버리고 나머지 70여 명만이 수료를 했다.
그리고 수료생들 중 3명은 소위, 2명은 병조장(상사), 9명은 1등병조(중사), 20여 명은 2등병조(하사)의 계급을 부여받고 나머지 인원은 수병이 되었는데, 이러한 계급의 차등은 입대 전의 학력과 경력 및 교육기간 중의 성적 등을 근거자료로 해서 부여한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3명의 소위 임관자는 군의관으로 임관된 의과대학 재학생 신영희 소위와 간호장교로 임관된 강재삼 소위, 정훈장교로 임관된 성명 미상의 소위 등이었다. 그리고 수료생 중 4명은 헌병의 병과를 부여받고 해군헌병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군 특별분대(1개 교반) 옥외수업 장면(1950년 9월)
한편 수료 후 해군본부를 비롯한 진해 통제부 등 진해지구의 여러 해군부대에 근무를 했던 그 여군들은 내가 백령도 주둔부대장으로 부임한 후, 그러니까 그들이 실무에 배치된 지 약 7개월 후 귀가를 희망하는 자가 점차 늘어나는 바람에 해군본부에서는 더 이상 여군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장교로 임관된 자들을 제외하곤 전원 제대를 시키고 말았었다.
출처 : 예비역 해병대장 강기천(姜起千) 제7대 해병대사령관님 회고록 "나의 人生旅路" 중에서
'★해병대 사령관 글 > 7대사령관 강기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人生旅路 - 2. 6·25전쟁 (5) 전시하의 3형제 해군 (0) | 2015.01.29 |
---|---|
나의 人生旅路 - 2. 6·25전쟁 (4) 가족들의 수난 (0) | 2015.01.29 |
나의 人生旅路 - 2. 6·25전쟁 (2) 해군 육전대-(6) (0) | 2015.01.25 |
나의 人生旅路 - 2. 6·25전쟁 (2) 해군 육전대-(5) (0) | 2015.01.25 |
나의 人生旅路 - 2. 6·25전쟁 (2) 해군 육전대-(4) (0) | 2015.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