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 정예화훈련 끝과 해군함장의 작은 간
3박 4일간의 종합훈련을 끝내고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이상한 소문이 돈다.
울릉도에 무장공비가 침투 했는데 우리부대가 상륙하여 수색및 소탕하여야 한단다.
그러더니 바로 다음날
완전무장을 하고 종철부두(당사포항종합제철 부두)에 도착하니 오후 2시반경은 된것같다.
부두 에는 이미 LST 810함이 기다리고 있다.
중대별 인원 점검을 마치고 함상에 올라 내무반을 배정받으니 내무반실은 아예 창고나 다름없다.
2차세계대전때 쓰던 배라나 침상은 철거된지 오래고
그냥 창고같은데서 무장내리고 앉거나 누우면 된다.
아마 4시 경에 출발하고 쓸데없이 갑판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며
화장실 PX , 저녁식사시간 외에는 내무실에 있는다.
그래도 배를 탓다고 다들 어질어질 멀미가 나는지 벌러덩 누워 잡담만 하다.
자면서 잠을 청한다.
새벽 4시경에 울릉도 앞바다에 도착해 갑판에 나가보니 저 멀리 군함 한 척이 또 있다.
어~ 저 배는 뭐여...물으니 92 함 일명 DD전투함이다.
웬일인가 싶어 물으니 사단장님이 밤 02시에 출발 했다는데 먼저 와 있는거다.
당시 810함은 5~6 노트고 92함은 최대 20노트 이상이란다.
그렇게 도착 날이 새어 식사를 마치고 10시경에 LCVP에 하선망으로 탑승
울릉도 도동항에 단독무장으로 상륙했다.
물론 나는 PRC25 무전기를 메고 따라붙는다.
중대별로 작전지역으로 작전을 하는데 우리중대는 성인봉을 향하여 수색을 했다.
그런데 오전까지 잠잠하던 날씨가 정오경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차츰 태풍으로 바뀐다.
작전을 끝내고 하산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여기 저기 집 처마밑에 오징어가 수북수북 쌓여있고 걸려있고
마당에는 말리고 온통 집집마다 오징어 널려있다.
우리는 오징어를 긴빠이 할려고 들어보니 1축(20마리)이 들린다.
여기 저기 들춰봐도 마찬가지다.
한축을 해병창고에 넣을수도 없고 그냥들고 갈 수도 없고
축으로 묶은것을 어거지로 한 두 마리씩 빼 가지고 해병창고에 넣고 내려왔다.
오후 4시경에 도동항에 다다르니 11월의 강풍의 바다바람은 살을 에는듯 춥다.
어제 까지만 해도 따뜻한 가을 날씨였는지라 내의도 안입고 작업복만 입은 상태라 정말 추웠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함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위험하다고 해군에서 LCVP를 보내주지 않는다.
우리부대는 도동항 부두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급기야 어떻게 수소문했는지 냉동창고로 들어갔다.
냉동창고도 일부뿐이고 열받은 대대장은 무전기로
해군함장에게 LCVP를 보내라지만 위험해서 안된단다.
다행히 울릉도 경찰에 미팅해서 경찰배가 왔다.
그런데 울릉도 경찰배라는게 톤수도 없는 조그만 전마선이다.
그래도 엔진은 달렸다.
탑승하니 15~ 6명 정도 타고 함대에서 사다리를 내려주어
겨우 올라간 대대장님은 권총을 빼들고 함장을 찾으며
이정도 태풍에 LCVP도 못내주는 놈들이 무슨 해군이냐고
함장실로 쫓아가니 어디로 도망가고 없다.
그 뒤로 조그만 울릉도 경찰배도 태우는데 왜 못하냐고 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LCVP를 내어준다.
함상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해야겠는데 배가 로우링이 어찌나 심한지 거의가 식사를 포기한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기에 배식을 받아 식당에선 먹을 수 없고
하갑판(적재함)으로 내려가 한 숫가락 뜨고 배가 좌로 기울면 좌로 뛰고
또 한 숫가락 뜨고 우로 기울면 우로 뛰고 하며 반 가량을 먹었다.
내무실에서도 멀미에 앉아있질 못하고 누워있는데도 이리 둥굴 저리 둥굴 쓸려댄다.
그러면서 어찌 그 밤을 보냈는지 아침이 되니
언제 바람이 불었느냐고 바다가 조용하다.
우리부대는 하루를 더 울릉도 산골짜기를 헤메다 그 다음날 돌아왔다.
그렇게 120일 정예화훈련이 마무리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울릉도 상륙작전을 끝으로 120일 정예화훈련이 끝나는데
무장공비의 출현을 가상으로 우리부대는 울릉도 상륙훈련을 한 것이었다.
필승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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