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내가 살려준 친구......

머린코341(mc341) 2015. 1. 30. 02:50

내가 살려준 친구......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 손필수

 

때는 지금으로 부터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2000년 6월 21일에 해병 880기로 입대를 하여 포항 훈련단에서 훈련을 받고 자대배치를 백령도로 지정을 받아 100일 때 나오는 위로휴가를 저는 먼저 나왔습니다.

 

친구들이 해병대에 입대한 친구도 많았고 앞으로 들어갈 친구들도 많았던지라 제가 백령도로 자대배치 받았다니 그중에 해병대를 지원은 했지만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았던 ‘홍승해’라는 친한 친구가 저를 보며 불쌍하다고, 하필이면 백령도냐며 위로하면서 엄청 웃는 겁니다.

 

그때의 휴가는 이래저래 정신없이 지나가고 백령도에서 열심히 군 생활을 하던 중 친구들이 생각나서 연락을 했더니 홍승해가 해병대 입대 후 백령도로 자대배치를 받아 섬에 들어갔을꺼라는 겁니다.

 

그리하여 저는 친구들에게 어느 부대인지 확인 후 전화를 하였습니다.

 

너무나 반가워서 당장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아직 저는 일병인지라...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하면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중...종교 활동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부대에 px가 없어서 일요일에 종교 활동을 신청하여 잠시나마 필요한 용품들과 먹고 싶은 것들을 사먹을 수 있게 조금이나마 시간을 주던 것이 생각나서 친구에게 전화해 그 주 종교 활동에 꼭 나오라고 하여 만나봤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만나던 중 이젠 서로 짬빱 좀 차갈 무렵, 외출을 같이 맞춰서 나오기로 하여 백령도 내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을 주는 외출을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친구를 만나 너무 기쁘고 주위에 누구 눈치도 안보기에 무언가는 해야 하고 배는 고프고. 우선 먹고 싶었던 짜장면을 먹기 위해 중국집으로 갔습니다. 백령도에서 유일한 중국집이기도 했지만 정말 맛있었던 집입니다. 그 친구와 사회에서도 술을 많이 먹기로 알아줬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났으니 얼마나 먹었겠습니까?

 

아마도 그때 당시에 짜장면 한 그릇, 짬뽕 한 그릇 시키고 소주 4병을 거의 말도 안하고 부어 마신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 대략 30~40분정도. 그 후 치킨집으로 갔습니다. 치킨 한 마리에 맥주 피쳐 3개. 먹는데 걸린 시간 1시간 반.

 

그런 후 다시 중국집으로 가서 탕수육에 소주 3병, 걸린 시간 1시간.

대충 계산해도 3~4시간 만에 소주를 7병, 맥주 피쳐 3개.

 

오랜만에 술을 마신 것도 있지만 이정도 먹고 누가 안취하겠습니까?

 

이때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이미 서로 취해서 길바닥에 앉아 있다가 필요용품이 있어서 마크사에 들렀는데 친구놈이 그때 일병이었는데 상의를 밖으로 빼고 걷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래도 선임이라고 정신을 그나마 차리고 있었는데 친구놈은 완전 정신 줄을 놓고 비틀 거리며 마크사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해병대 머리스타일의 중년의 남자가 그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백령도는 남자의 80%이상이 해병대 현역이거나 예비역출신입니다.) 저는 슬슬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그 중년의 남자가 복장을 똑바로 갖추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제 친구는 눈이 풀린 상태에서 “네가 몬데 훈계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러자 그 중년의 남자가 “나 대대장이다. 정신 차리고 복장 똑바로 갖춰!”

그러자 제 친구는 “웃기고 있네~” 하며 웃는 게 아닙니까?

 

이런 맙소사! 그러자 중년의 남자는 차에 가더니 메모지를 꺼내서 이름을 적으려는 순간 차에는 말똥 두개가 달린 팔각모가 있는 게 아닙니까?

 

진짜였던 것입니다. 저는 대대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 드리고 재발 한번만 봐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제 친구가

“나 포 3중대 홍승해니깐 적어 가 임마!”

“........”

 

이런! 이런! 이런 게 어딨습니까? 저는 친구 때문에 계속 빌고 있는데 이름까지 말하고 적으라니요. 좀 더 강하게 죄송하다고 하니...

 

그럼 제 친구보고 머리 박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친구는 싫다고 하자, 번개의 속도로 “제가 박겠습니다!” 하며 머리를 박고 있는데 친구놈이 저를 발로 계속 발로 차면서 “손필수 일어나! 손필수 일어나!” 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친구인 것도 있지만 자기보다 선임이고 현역 대대장 앞인데....

저 그날 머리 박은 상태에서 친구한테 엄청 맞았습니다.ㅎㅎ

 

저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대대장님께선 아무 징계 없이 넘어가 주셨습니다.

(참고로 백령도는 여단이라 대대가 꽤 있습니다. 저희랑 친구네 대대장님은 아니었습니다)

 

그 후 7~8개월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백령도 전체 체육대회가 있어서 그때 역시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 하였습니다. 그날은 전체가 축제 분위기여서 대회가 끝난 후 모두 모여서 술 한잔씩 하고 있었는데 친구놈이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때 당시 저는 상병 말호봉이라 짬빱도 있고 제가 축구, 족구 대표선수여서 간부 사모님들께서 이뻐 하셔서 안주를 엄청 얻어왔었습니다. 그 안주로 친구와 술을 엄청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친한 여자친구들이 생각나서 같이 가서 전화나 하고 오자고 하여 친구를 데리고 전화박스에 갔습니다.

 

저는 후임들에게 어디에 있겠다고 말하고 친구한테도 말하고 오라고 하니 말하고 왔으니 상관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같이 사회에 있는 여자 친구들과 통화를 하다 보니 엄청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겁니다.

 

너무 오래 시간이 지체 되서 친구보고 가자고 하여 전화를 끊고 운동장 가장자리로 해서 저희부대 쪽으로 걸어가는데 수십 명이 헐떡이며 뛰어다니는 게 아닙니까?

 

저는 궁금해서 상병을 잡고 무슨 일이냐고 하니 부대원 한명이 탈영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생이 많다.” 하고 걸어가고 친구는 저를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그 상병이 “홍승해!” 이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니 그 탈영병이 제 친구였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전후 상황을 들어보니 친구는 타 부대에 친한 친구가 있으니 인사만 하고 오겠다고 한 후 저와 몇 시간을 술을 먹고 한 시간 가량 통화하느라 자기네 부대가 복귀하는지도 모르고 저와 있었던 것입니다.

 

그 부대는 인원 파악 후 출발하는데 한명이 빈다는 보고가 들어와서 전원 다시 체육대회 장소로 복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서 저는 친구를 살리고자 몇 개월을 같이 운동하며 정이 들었던 대대장님과 선임하사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려 그 친구의 영창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요? 그날이후로 쥐죽은 듯 조용히 군 생활 하다가 무사히 잘 전역해서 지금도 서로 가까이 살며 매주 만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친구로 인해 저는 군 생활하면서 힘들었을 때도 있지만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군 생활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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