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은 외과의사.
한기영.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저는 백령도로 배치 받은 해병입니다.
포항에서 백령도로 가려면 인천 해역사로 가서 LST를 타고 가야 했는데,
당시엔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배가 뜨지 않아서
우리 신병과 휴가 귀대자들은 가상이 좋아질 때까지 해역사에서 대기하다가
5일 후 날씨가 좋아져 인천 해역사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은 LST에서 먹게 되었는데
먼저 해군이 먹고 난후 우리 해병대가 먹는데
점심메뉴가 하필 군인이 제일 좋아하는 라면!
우리는 먹자마자 다시 돌아가서 줄을 서고 먹으면
또 뒤로 가서 줄을 서고 한 3번은 먹은 것 같습니다.
라면을 끓여도, 끓여도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으니까
나중엔 해군 하사관이 나와서 사정을 하더군요.
계속 라면만 끓이면 저녁 준비를 못한다고......,
귀대중인 고참해병이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그만 먹자고 해서
점심은 그렇게 소식하고 마쳤습니다.
아무튼 그날 군대라면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백령도에 도착, 소대로 배치 받아 소대에서 온 선도병을 따라
도보로 30분 정도의 거리를 갖은 기합을 받으면서 2시간 넘게 간 것 같습니다.
선도병 - “야! 한해병! 앞으로 내가 너 선도병이니까 고문관 짓 하지 말고 내말만 잘 들어 알겠지?”
나 - “네! 알겠습니다!”
기합 든 목소리로 대답하니,
선도병 - “지금 주계에 가면 해병 방위가 있는데 가자마자 기합 확실히 잡는다! 알겠지?”
나 - “네! 알겠습니다!”
소대에 도착해서 소대장님께 신고식을 하니
우선 밥부터 먹이라고 해서 문제의 주계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엔 막 식사를 마친 선임들이 있었고, 그 중 선임해병이
선임 - “야! 신병!”
나 - “네! 해병! 한 OO!”
하고 대답하니,
선임 - “너, 건빵 먹고 싶지?”
물어보길래 먹고는 싶었지만 그렇게 말할 군번이 못 되는 관계로
나 -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그 선임해병은 후임에게 건빵 한 봉지를 가져오라고 하더니
선임 - “훈련소때 건빵 많이 먹고 싶었을꺼야~
야! 지금부터 신병 입에 15초에 한 알씩 넣어줘라.”
하더군요. 강석우, 장용씨 건빵 15초에 한 알씩 먹어 봤습니까?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건빵이 얼마나 퍽퍽합니까?
처음 몇 알은 그런대로 먹었는데
조금 지나니까 침이 나오질 않고 건빵은 시간되면 계속 들어오고
입안에는 건빵이 쌓이길 시작하고,
이건 후임을 생각해서 건빵을 주는 건지 고문을 하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다른 선임이 말리지 않았으면 입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건빵을 먹고 나니 이번엔 밥을 주는데
남기지 말라고 하면서 주는 밥이......, 밥보고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산더미처럼 주는 겁니다.
소대로 오면서 얼차려를 받느라 배가 고프긴 했지만
보고 질릴 만큼 주면서 먹으라고 하니 이번엔 배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억지로 밥을 먹고 나니 선도병이 주계병에게 데려 가더니 기합을 확실히 잡으라는 겁니다.
저는 분위기 파악이 안 되서 머뭇거리는데,
그 방위 주계병이 먼저 절 보고 “엎드려 뻗쳐!” 하길래
아무리 봐도 방위 같지 않아서 엎드리려고 하는데 선도병이,
선도병 - “이 새끼! 방위한테 기합 들어? 똑바로 못 해!”
그때 나도 독이 오를 때로 올라 그 주계병에게,
나 - “이 새끼! 방위 주제에 빠져가지고 머리 박어!”
하니까, 그 주계병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시,
“엎드려 뻗쳐!” 하고, 옆에서 선도병은
선도병 - “한 해병! 방위 하나 기합 못 들이면 앞으로 군대 생활 괴롭다!”
이렇게 으름장을 놓고 또 옆에선 다른 선임들이 낄낄거리면서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웃고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그 주계병이 진짜 선임 해병일지라도 미친 척하고 선도병의 말을 듣는 척 해야 했습니다.
그 주계병은 당시 상병 말호봉 정도 되었고,
해병 전통으로 내려오는 선임에 대한 암기사항에
해병대 1기선임은 아들과 아버지이고,
하느님과 동기동창이며 태권도가 100단 차이가 난다는데,
신병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상병말호봉 선임에게 머리를 박으라고 했으니,
모두가 말을 맞춘 상황이지만 그 주계병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바로 “엎드려 뻗쳐!” 하더니 국자로 내 엉덩이를 내리 쳤는데
다행스럽게도(?) 훈련소에서부터 곪아서 고생하던 종기에 정확히 맞춰 속에 있던 고름이 터져 버린 겁니다.
제가 사회 있을 때부터 종기가 자주 생겨
한번 생기면 밖으로 곪지 않고 속으로 곪는 스타일이라서 항상 외과에 가서 째서 치료하곤 했습니다.
사실 훈련기간에 치료 받을 시간도 없고 말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참고 있었는데
그 주계병 선임이 고맙게도 국자 한방으로 정확히 제 고통을 덜어 준 겁니다.
병원에 가면 마취하고 째고 고름 짜고 봉합하는데,
이 선임 해병은 국 뜨는 국자 한방으로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그 일을 해내다니 정말 놀라운 의술입니다.
역시 군대는 짬밥인가 봅니다.
그 일 이후로 그 선임에게 밉보여서 무척 고생했습니다.
또 한번은 제가 일병때 훈련 중 다쳐서 의무대에 며칠 입원해서 링거액을 맞고 있는데 같은 병실의 선임이 들어오더니,
선임 - “이것 봐라! 쫄병놈들이 링거 맞는 속도 봐라!”
하니까 저를 포함해서 3명이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모두 벌떡 일어나 자기 스스로 링거 조절기를 올려서 “또~오옥~똑” 떨어지던 링거액을
“뚝! 뚝! 뚝!” 떨어지게 하더니
보통 2~3시간 맞는 링거액을 1시간도 안 돼 1병을 다 맞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해병 선임은 모르는 의료지식이 없나 봅니다.
국자로 종기 수술도 하고 링거액도 1시간 내로 맞게 해주고,
장 용씨! 지금 제 엉덩이에는 그때 국자로 맞아서 그대로 아문 종기자국이 뽈록 튀어 나온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 들은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긴데 다른 부대에서는 링거 맞다가 쇼크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땐 기합이 들어서인지 모든 걸 몸이 다 알아서 맞춰졌던 것 같습니다.
그 주계병 제대하고 동원훈련 때 김포에서 봤는데,
제대하고 밖에서 만나면 보자고 이를 갈았는데 막상 예비군 훈련에서 만나니까 해병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예비군인데도 그날 밤 집합해서 제대하고 예비군 되면 해병대 아니냐고 하면서 기합 받고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처음 맞는 동원훈련이라 예비군 중에 쫄병 축에 들어서 선임들 식판 들고 밥 타다 주고 식기 닦다가 동원훈련 5일 마쳤습니다.
해병대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추억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서 어려운 시기인 건 확실하지만
군대에 갔다 온 가장이라면 지금의 어려움이 신병 때라 생각하면
그 어려움도 몸에 맞춰져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모두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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