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베이비 복스다...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2동 / 이형석
때는 1999년 11월 초, 전역을 10여일 정도 앞둔 말년 아주 말~말~년 어느 날, 그날은 제가 당직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상황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한 새벽 4시정도 상황실 행정전화가 울렸습니다.
나 - “필승! 델타! 병장 이형석!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상병 - “필승! 알파 상병 ###입니다!”
(보통 행정전화는 대대 근무보고나 순찰 때문에 내려오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 그런 전화인데... 이어지는 상병의 말)
상병 - “네! 요번 11월5일 사단에 위문공연 행사 있습니다.
델타중대에서 공연관람 인원 10명, 내일 아침10시까지 대대 상황실 보고 하시랍니다!”
나 - “위문공연? 누가 오는데?”
군 생활 중 처음으로 있는 위문공연이라 전 조금 흥분된 어투로 물었습니다.
상병 - “네! 베이비복스랑, 강수지, 그리고 홍콩배우 적룡인가 그렇게 온다고 합니다.”
나 - “리얼리?”
상병 - “네!”
나 - “정말?”
상병 - “네!”
나 - “진짜가?”
상병 - “네~!”
나 - “진짜지?”
상병 - “네! 확실합니다.”
‘베이비복스라니? ㅋ 꿈의 걸그룹 우리의 여신 베이비복스님께서 서부전선 최전방에 강림하신다니......, 근데 강수지는 좀 지나지 않았나? 글고 적룡은 영웅본색 나온 그 사람인가? 그 사람이 군 위문공연에 왜 온데?’
라는 생각도 잠시 베이비복스님께서 오신다니 헤헤~
대충 근무자들 보고 봤고 그러니 시간이 6시정도 됐습니다. 저는 이 기쁜 소식을 우리 전우들과 조금 더 빨리 느끼고 싶어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총 기상을 불렀습니다.
나 - “화기중대! 총 기상 5분전~! 총 기상~ 5분전~!”
사실 15분전이 있는데 생략을 했습니다. 좀 더 일찍 기쁜 소식을 우리 아이들과 느끼고 싶어서 우리 아이들을 신나게 해주고 싶어서~
나 - “화기중대! 조별과업 병사 떠나 5분전!”
마찬가지로 15분전은 생략했습니다.
원래는 기상시간을 앞당기거나 시간을 지키지 않고 과업을 하면 안 되는데 육군 투스타보다 높은 해병 병장, 거기다 중대1수인 저한테는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할 수 있는 그런 파워와 권한이 있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헐레벌떡 뛰어나온 우리 착한 후임들한테 저는 기쁜 소식을 아주 기쁘고 힘차게 알렸습니다.
나 - “당일 과업은 군 위문공연관람과 중대정리다!”
위문공연이란 말에 모든 중대원들은 웅성웅성했습니다. 중대 1수인 제가 첨보는 위문공연인데 당연 우리 후임들은 당연히 처음이었습니다.
나 - “위문공연은 우리가 전방경계근무 관계로 10명으로 한정됐다.
병장2, 상병2, 일병3, 이병3 이렇게 8시까지 상황실로 보고하기 바란 다! 참고로 위문공연에는 홍콩배우 적룡이랑 강수지
그리고~그리고~ 베이비복스가 온다~!”
병사들 - “와~~!!!”
중대는 난리가 났고 애들은 완전 미칠 듯 좋아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나 - “누가 온다고?”
병사들 - “베~이~비~복~스~~~입니다~!”
나 - “다들 병사 청소하고 8시까지 복장 A급으로 갖추고 위문공연 가는 9명은 상황실보고해라 이상~!”
(저희 중대는 서부전선 최전방에 있기에 밤에는 모든 인원이 경계근무를 서기 때문에 낮에는 오침이란 걸 합니다. 아침9시 부터 12시까지 저는 특히 24시간을 당직근무를 섰기 때문에 너무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베이비 복슨데~ㅎ 아무리 피곤해 쓰러지더라고 나는 간다~)
병장2, 상병2, 일병3, 이병3. 그러나 계급장만 그러했고 내 밑으로 기숫발대로 제 밑으로 다 병장들이 애들 옷 입고 왔던 것이었습니다.
나 - “야~ 아무리 휴일이라고 병장들이 다 빠지면 중대장님이나 간부들이 뭐라고 하니까, 밑에 두 명은 중대 막내 2명으로 바꿔!”
후임 - “에이~ 이형석햄~!”
(원래는 해병님 인데 짠밥을 먹을수록 기압이 빠질수록 해병님 해임, 햄~이렇게 변합니다.)
나 - “시끄러워! 내가 햄이냐? 차라리 쏘세지라 불러~!
막내 2명으로 바꾸고 10분후 출발한다.”
중대장님께 보고를 하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
후임 - “이형석햄! 큰일 났습니다! 중대 트럭이 고장 났는데 말입니다.”
나 - “뭐~?”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
“지금 몇 시야?”
후임 - “9시10분입니다!”
나 - “뛰어~!”
저희중대에서 대대본부 까지는 차로 2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베이비복스님을 본다는 일념 하에 진짜 젖 먹던 힘을 짜내서 대대본부 까지 뛰었습니다. 절대 뛰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닌데 해병대가 못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10시 조금 못 돼서 헐떡이며 뛰어서 대대본부에 도착했습니다.
대대본부에 도착해보니 다른 중대원들도 베이비복스 본다고 들떠서 서로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중대에서도 10명씩 와서 총50명의 인원이 있었습니다. 마침 저를 보신 대대간부님께서
간부 - “내가 안가도 되겠네. 피곤했는데 잘 됐다. 여기 분대장 있고만~
니가 인솔해서 데리고 갔다 와~ 알았나?”
나 - “네, 알겠습니다! 제가 인솔해서 다녀오겠습니다! 필씅!!”
50명의 인원이 버스를 타고 위문공연이 열리는 연대본부로 들어갔는데 저희가 다른 대대보다 늦게 도착해서 좋은 자리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대대는 뒤쪽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병 2사단에서 모인 1천 여명의 대원들이 연병장에서 저희들처럼 베이비복스 본다는 생각에 웅성웅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바로 밑에 후임이,
후임 - “이형석햄! 앞으로가지 말입니다~”
나 - “글까~?” ㅋㅋ
다시 말하지만 저희는 해병대 해병대는 기숫발 미제철책은 녹슬어도 해병기숫발은 녹슬지 않는다.
저는 오른손을 오른쪽 눈썹에 붙이고(경롄데 절대 경례는 아닌...)
나 - “필승~ 814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제대가 10여일 앞둔 해병 병장입니다. 다시 말하면 제위로 병은 없습니다. 높아야 동기 해병1수였습니다.
나 - “미안한데 좀 비키라~”
이렇게 쭉 밀고 올라갔습니다. 제 밑으로 49명의 나의 후임들은 다른 대대원의 눈치 때문에 고개도 못 들고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거의 맨 앞까지 올라왔을 때, 이게 웬일? 분명 내가 해병1수인데... 오른손을 오른쪽 눈썹에 붙이고 “814깁니다~” 라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선임 - “미친 거 아냐?”
나 - “네???”
선임 - “나도 여기 있는데 이런 개쫄이...
나 813기야! 거기 있어 더 올라가지 말고”
그렇습니다. 군 영창을 다녀와서 제대가 누락된 나의 맞선임이 베이비복스를 본다고 창피함을 무릎 쓰고 온 거였습니다.
나 - “네, 알겠습니다. 야, 여기서 자리 잡아~ 어쩔 수 없다.”
후임들 앞에서 개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완전 나빠졌습니다.
나 - “근데 저 선임은 쪽팔리지도 않으신가?
제대도 누락되고 여기까지 오구......,”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는데, 앞에 앉은 그 영창 다녀오신 성격도 좋지 않아 보이는 선임께서 들은 거였습니다.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선임 - “이것들이 죽을라고~?
나도 안다! 쪽팔린 거! 그래도 니들 선임이다~ 말조심해라~!”
나 - “네,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얼어붙고 위문공연도 베이비복스도 갑자기 피곤이 밀려오는 듯 했습니다.
저는 해병1순데 이런 말을 들으니...그렇게 어색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위문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와~!!!” 갑자기 함성소리에 무대를 보니 TV에서 보던 아니 봤던 한 남자가
사회 - “필승! 저는 해군~ 어쩌고~ 저쩌고~그래도 해병이랑 같은 핏줄이니 반갑게 맞아 주십시오. 장용 인사드립니다~!”
‘오잉! 장용? 그럼 적룡인가하는 홍콩배우가 저 사람?’
그렇게 생각이들 순간도 없이 장용형님께선 진행을 너무 재미있고 신나고 활기차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공연은 장병들 장기자랑에 의장대 사열에 흘러갔습니다.
하나씩 우리 애들은 졸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희는 밤새 근무를 하고 베이비복스를 보려고 잠도 못자고 40분을 전력으로 달려서 여기까지 온 멋진 해병 졸린 해병들이었습니다. 그때!
사회 - “자! 이제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던 바로 그 가수~ (강수진가?)
신이 내린 몸매에 섹쉬한 춤을 추는 (강수지가 춤도 추나?)
신인 (오래 됐는데?) 수지양을 소개합니다~!”
와~~!!! 진짜 몸매도 좋고 춤도 잘 추는 첨보는 가수가 나와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강수지가 아님 어때? 몸매도 좋고 이쁜데 ㅎㅎ 다시 말하지만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렇게 또 공연은 계속되고 갑자기 무대 뒤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간부석에 앉아 있던 간부들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아! 왔나보다~ 드디어~’ 바로 그때 장용형님께서
사회 - “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여러분의 슈퍼스타~!
(와~!!하고 연병장이 난리가 났습니다.)
배~일호씨를 소개합니다~~~!”
저희는 그 자리서 다들 얼어붙었습니다.
배! 일! 호! 라니요? 으악~!ㅠ.ㅠ
그렇습니다. 군 행정전화로 전해 전해지면서 장용이 적룡, 수지가 강수지,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배일호씨가 베이비복스 라니요?
다시 말하지만 저희는 밤새 근무하고 40분을 전력질주고 여길왔는데요.
저는 제대가 10일박에 안 남았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저의 군생활의 마지막 추억은 지금까지도 못 잊는 기억으로 남았네요
'★해병일기 > 해병들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귀꼈다고 기합 받아 본 적 있어? 없으면 말을 하지 말어~~~ㅋㅋ (0) | 2015.02.04 |
---|---|
차라리 군생활을 못할걸.. (0) | 2015.02.01 |
1%확률 (0) | 2015.01.30 |
고참은 외과의사. (0) | 2015.01.30 |
귀신보다 더 무서운 고래 잡는 해병! (0) | 2015.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