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꼈다고 기합 받아 본 적 있어? 없으면 말을 하지 말어~~~ㅋㅋ
이봉석.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
출근하기위해 평소보다 10분 더 일찍 나와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얼 멀리서 어디서 본 듯한 웬지 낯설지 않은 얼굴이 점차 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웬지 낯설지 않은게... ‘기억엔 없지만 그냥 오다가다 몇 번 스친 얼굴이라서 그러나....?’ 하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점점 내 앞으로 웃으며 다가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날 아는 사람인가? 어디서 봤지? 저 사람이 반갑게 인사하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른데도 아는 척해야 하는 건가....?’
온통 머릿속엔 이런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르는데도 아는 척 연기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든 알아내 보려고 최대한 머릿속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끄집어내어 안간힘을 썼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끝에 드뎌! 노력의 성과를 얻었지요.
그 사람은 바로 김포 해병대에서 군 복무했을 때 살면서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제 맞선임 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잠재의식 속에서도 완전히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 순간 생각이 바로 안 났나 봅니다.
나이는 나랑 같았지만 해병대에선 기수로 계산하기 때문에 저보다 몇 개월 먼저 입대했다고 깍듯이 고참 대접을 받을려고 했던 인간, 아니 선임이었죠.
제대한지 1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렸어도 그 선임은 날 보는 순간 멀리서도 한눈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선임 - “어이~ 이게 누군가~~? 791기 이봉석이 아니던가?”
나 - “필승!”
선임 - “야~ 이거 진짜 오랜만이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너였어! 변한게 없어서 그런지 한눈에 알아보겠더라~ 진짜~ 반갑구먼~~ 이게 몇 년 만이지? 제대하고 나서 처음이쥐~?!”
속으론... (니나 반갑겠지... 난 절대 아니거든....!)
나 - “네... 절 알아보시네요....”
속으론... (니가 날 잊을 수나 있었겠냐? 군 생활동안 나만 괴롭히며 좋아했던 인간인데... 흐~미 웬수는 외다리 나무에서 만난다고 하더니만 그 말이 따~악 맞구먼...)
나 - “근데... 어쩐 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선임 - “어~나?! 우리집이 지하철역에서 10분 거리밖에 안 돼~ 출근하는 길인데, 너두 이쪽동네에서 사냐~?”
나 - “네...”
아차! 하는 순간 “아니요” 라고 대답을 했어야 하는건데 나도 모르게 “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산다고 하면 자주 만나자고 할꺼 뻔한데 아차 싶었죠.
선임 - “엇! 진짜? 이렇게 가까운데 살고 있었는데 왜 한번도 마주치지 못 했을까~~?!하하하~ 암튼 등잔 밑이 어둡다니까~ 우리 이젠 알았으니까 자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나 하면서 회포나 풀자! 어~~이 알았쥐?!”
나 - “네... 알겠습니다... 저... 지하철이 와서 타야겠는데요. 선임께선 반대편 쪽에서 타십니까?”
선임 - “어! 그래. 잘 가고 또 보자~~!”
나 - “안녕히 가십시오!”
경례를 하고 지하철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얼른 올라탔지요.
그 선임의 모습이 점차 사라짐과 동시에 군대에서 있었던 사건들 중 진짜 말 그대로 어이없고 황당하고 민망했던 사건이 무언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처럼 제 머릿속에도 하나둘씩 떠올랐지요.
1998년 무지 추운 겨울, 뒤돌아서면 배고프고 뒤돌아서면 또 배고팠던 이등병때 있었던 일이지요.
새벽부터 내리 쌓인 눈 때문에 제설 작업을 끝마치고 저녁밥을 먹으러 취사장으로 향했습니다.
그 1킬로미터 정도 되는 긴 전술로에 쌓인 눈을 치우느랴 힘들었는지 그날따라 더 배고픔을 느껴 평소보다 밥을 두 배 양만큼 먹었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먹는 밥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꿀맛이었지요.
밥 한 톨도 싹싹 긁어 먹을 정도로 그렇게 맛나게 밥을 먹고 나서 그 원치 않던 선임이랑 2인1조가 돼 보초를 서게 되었습니다. 속으로... (정말 하필이면 허구 많은 선임 중에 왜 그 고참이랑 근무를 서게 되다니.... 나참.... 복도 지지리도 없지....)
그런데 저녁밥을 너무 많이 먹어선지 계속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해지더니 배에 가스가 차기 시작하더군요.
그때부터 왠지 오늘 뭔가 사건이 터질것 같은 안 좋은 불길한 징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맘 편하게 시원하게 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었죠.
그냥 꾸~~욱 참을 수밖에.... 가스 샐까봐 괄약근에 힘을 줘 틀어막다보니 온 세상이 온통 새까만 밤이었는데도 제 눈엔 하늘조차도 온통 노랗게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생리현상인데도 불구하고 맘대로 뀔 수도 없으니 이것 또한 고문과도 다를 바 없었지요.
그러던 중, 마침 그 선임이 다짜고짜 저에게 던진 말은....
선임 - “어이~ 이등병, 나 잘테니까 나 업어라!”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확인 차 다시 물었습니다.
나 - “네?! 업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선임 - “야! 인마! 이게 업으라면 업을 것이지.... 당장 업어라!”
나 - “앗! 네! 알겠습니다!”
속으로..... .(아~ 미치겠구만, 속도 안 좋아 죽겠는데...)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마음속으로 외쳐댈 뿐 입 밖으로 꺼냈다간 죽음이었죠.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만 할때니 어쩔 수 없었답니다.
그 멧돼지 같은 선임을 업은지 한 10분정도 지났을까.... 선임이,
선임 - “야! 이만 내려라. 나졸려서 초소 안에 잠깐 들어가 한숨 잘테니까 넌 근무시간 끝나 가면은 나 깨워라 알겄냐?!”
‘아싸~!!! 드뎌 하늘이 날 도우네~~ㅋㅋㅋ’
나 - “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가스폭발 일보직전이라 어떻게 해야만 했는데 알아서 들어가 준다니....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고참이 초소 안으로 들어간지 한 10분정도 지났을까... 지금쯤은 잠들었겠지.... 하고 싸~~알짝 “뽀~옹” 꼈습니다.
맘 같아선 시원스레 끼고 싶었지만 웬지 선임이 내 방귀소리에 깰 것 같아 뭐든지 처음부터 조심하는게 낫겠다 싶어 싸~알짝 “뽀~~옹~~” 꼈지요.
하지만 그 생각은 내 큰 오산이었습니다.
잔다고 들어간 고참이 다시 나타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요.
다시 나오더니 뜬금없이 내 정강이를 발로 차는 겁니다.
“퍽!” “윽....”
선임 - “야! 인마! 네가 작게 뀌면 내가 못들을 줄 알았지?! 감히 선임앞에서 겁도 없이 방구를 껴?!!!
이게 죽을려고 환정을 했나! 군기가 빠졌어! 이등병! 당장 엎드러 뻗쳐 실시한다!
하나에 정신! 올라오면서 둘에 차리자! 실시!!”
속으로... (앞에서 안 꼈는디... 아~우 아파 죽겄네... 지는 방구 안 뀌고 사나....참.....)
나 - “네!! 알겠습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거라 어리벙벙한 기분은 들었지만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요.
엎드러 뻗친 다음 시키는대로 하나에 정신! 올라오면서 둘에 차리~자!! 하는 순간, “뿌~~~웅!!!”
에그머니나~ 괄약근을 조절을 못하고 잠깐 방심한 순간 가스 분출!
‘소리는 왜 이렇게 또 큰 거야~’ 눈앞이 깜깜 정신이 번쩍!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하지만 수습할 방법은 없었지요.
내가 지금 간절히 바랄 수 있는건 관대한 용서를 바랄뿐....
선임 - “이~~야! 이젠 아주 대놓고 뀌네~잉! 봐줄려고 했는데 넌 도~~저히 안 되겠다!
너는 호되게 기합 좀 받아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먼?!”
저는 이 상황이 긴장이 되는 것보다 그 상황에서 방구를 꼈다는 민망함에 더 어쩌지 못해 도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나한텐 보초선 그 2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1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민망했던 추억은 잊혀 지지 않더군요.
어제 일어난 사건처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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