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人生旅路 - 3. 해군 백령도 주둔부대
(9)4연대장 살해사건
1952년 1월 1일 마합도(麻蛤島)의 동키4연대 본부 병커 식당에서는 홍병수, 김준걸 등 2명의 대대장이 동키4연대장과 동키3연대장을 겸하고 있던 장석린(張錫璘)부대장과 그의 사돈뻘 되는 행정참모 이명준을 사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 마합도의 전방지휘소는 언젠가 나도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던 곳이었다.
사건의 발생 경위와 전말은 이러했다.
그 날 아침 장석린 부대장은 예하부대의 지휘관과 연대본부 참모들을 소집해 놓고 전투태세 강화를 위한 일장의 연두훈시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카랑카랑하고 야무진 목소리로 만약에 불평불만을 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하는 자가 있을 경우엔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자 특히 그 전날 연대장으로부터 힐책을 당한 일이 있던 홍병수 대대장과 김준걸 대대장은 수일 전 육도(陸島)의 박시택 특공대장이 그런 일로 소대장으로 강등되어 월내도(月乃島)로 들어갔다가 월내도 대대의 장석찬(장석린 씨의 친동생)부관에 의해 총살을 당한 일이 무서운 불안감으로 강박하는 바람에 그 모임이 파하는 즉시 연대장을 살해할 긴급 모의를 한 끝에 훈시가 끝난 후 그 모임에 참석했던 지휘관과 참모들이 설날 아침 특식(만두국)이 마련되어 있는 병커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을 때 맨 마지막으로 그 식당에 들어선 그 대대장 두 사람이 계획적으로 실탄을 장전해서 들고 간 칼빈M2로 그 두 사람을 사살했던 것인데, 그들이 행정참모까지 살해 대상자로 삼았던 것은 그자가 간부들에 대한 모함을 잘 하는 사람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목적을 달성한 그 두 사람은 그 길로 선착장으로 달려가 그곳에 정박 중인 발동선을 타고 기린도로 가서 그 곳 정보기관에 자수했는데 그 때 이미 그러한 소식을 접한 백령도의 동키부대 사령관의 체포령이 떨어져 있었으므로 결국 그 곳 기관원들에 의해 백령도로 압송이 되었다.
그리하여 신분이 민간인이어서 군법회의에 회부되지 않고 서울로 이송되어 서울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 그 두 사람은 결국 동키4연대와 3연대의 전우들과 그 밖의 여러 우군 유격대 동지들이 제출한 구명탄원서 덕분으로 무죄선고를 받고 석방이 된 후 다시 원대에 복귀하게 되었는데, 원대에 복귀한 그 두 사람 중 홍병수 대대장은 애석하게도 전사를 하고, 김준걸 대대장은 휴전이 될 때까지 계속 대대장으로서 활약하다가 유격대가 해체될 때 육군에 편입되어 공병장교로 근무하다가 중위의 계급으로 예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이 4연대장 살해사건의 개요이다.
그런데 사건 당일 기린도로부터 백령도로 압송이 되었던 그 두사람의 대대장이 진촌국민학교의 특설 영창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나는 이런 소문을 들었다. 즉, 그 두 사람의 구명운동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문의 탓이었는지도 몰라도 당시 피살을 당한 부대장에 대한 동정론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내심으로 그 두 사람의 가해자를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들이 수감되어 있는 진촌국민학교로 가서 미군 헌병들이 서 있는 교실 한 쪽 칸에 수감되어 있는 김준걸이라는 사람을 눈여겨 보았더니 그는 용모가 매우 단정하고 얌전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그들의 살해 동기를 나름대로 짐작을 하고 있던 나는, 아무리 부대장의 처사가 온당치 못했다 하더라도 참고 견더 나가야 할 일이지 법을 무시하고 살인을 하다니 말이 되느냐며 딱한 심정으로 그를 나무랄 수밖에 있었다.
이 회고록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만나 본 증인들의 발에 따르면 그때 내가 만나 보았던 그 김준걸 씨는 군에서 예편한 후 경북 포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가 1990도에 병사를 했다고 하니 피살을 당했던 그 부대장이나 그를 살해했던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저승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출처 : 예비역 해병대장 강기천(姜起千) 제7대 해병대사령관님 회고록 "나의 人生旅路"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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