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人生旅路 - 3. 해군 백령도 주둔부대
(11)장 창장의 노부모
백령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 당시 해군공창장으로 있던 장호근(張湖根) 중령(예비역 준장)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다음과 같은 일을 추진한 적이 있다.
즉, 어느 날 장 창장의 고향인 황해도 사리원(沙里院)지구에서 유격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격연대의 부대장에게 장호근 씨의 고향 주소를 알려 주며 그의 노부모가 그의 고향집에 그대로 살고 있는지 그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했더니, 그로부터 10여 일 후 그 연대장은 인편을 통해 장 창장의 노부모가 그의 고향집에 그대로 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후방지구에서 백령도를 내왕하는 해군함정 편으로 그 소식을 장 창장에게 전했더니 장 창장은 "세상에 이처럼 기쁜 소식이 또 어디 있겠냐."고 말하면서 노부모를 후방으로 모시고 올 방법이 없겠냐며 나에게 간청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재차 그 연대장에게 부탁하여 그 일을 추진시켰는데, 그 난리통에 뜻밖의 인편을 통해 자식에 관한 소식을 전해들은 그 노부모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반가워했으나 정작 유격대원들이 남으로 모셔 가겠다고 했을 때는 조상의 뼈가 묻혀 있는 이 땅을 어찌 등질 수가 있겠냐고 말하면서 공산당이 이 늙은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을 테니 부모 걱정일랑 하지 말고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 달라는 말을 진해에 있는 자기 자식에게 전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장호근 창장의 노부모를 모셔 오기 위한 그러한 시도는 장 층장의 간청으로 그 후에도 두세 차례 더 거듭 되었지만 번번이 같은 말만 듣고 되돌아오고 말았는데, 비록 그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마는 내가 베푼 협력에 대해 장 제독과 그 분의 가족들은 지금도 그 때의 일을 고맙게 여기고들 있다.
그리고 그 후 내가 진해에 들렀을 때 장 제독은 나를 그의 자택으로 초대하여 환대를 하며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일이 인연이 되어 나는 장 제독과 가족적인 친분까지 두터이 하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20세나 더 많은 장호근 씨는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처 : 예비역 해병대장 강기천(姜起千) 제7대 해병대사령관님 회고록 "나의 人生旅路"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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