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58) - 해병대 창설 5주년과 이승만 대통령
나는 교육단 근무시절 제병지휘관으로서 대통령과 함께 열병차를 타고 부대를 사열하는 영광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54년 4월 15일, 한국전쟁이 끝난 지 1년도 못 되었던 그날 해병대 창설 5주년 기념일을 맞아 진해 해병대 교육단에서 성대한 행사가 베풀어졌다.
제2대 해병대 사령관 김석범 중장의 명의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들과 각국 외교사절, 국방부와 각 군 본부에 정중히 초청장을 발송하고 진해 시민들과 각급 학교 학생들도 초청하였다.
나는 명예롭게도 그 행사의 제병지휘관으로 임명되어 열병과 분열행사를 지휘하였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를 진행시킨 그 경험은 떨리고 조심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는 꿈도 꾸어 보지 못한 영광이었다. 특히 대통령과 열병차에 동승해 부대를 사열한 감격과 흥분은 잊히지 않는다.
붉은 카펫으로 꾸며진 귀빈석에는 이승만 대통령 내외, 국방장관, 주한 유엔군사령관과 연합참모회의 의장을 비롯한 한·미 고위 장성들, 진해시 유지 및 기관장들이 앉았고, 단 아래에는 많은 시민들과 남녀 학생대표들이 모여 성대한 창설 기념식을 축하해 주었다.
특히 미 해병1사단장 페이트 소장과 해병제1여단 수석고문 등 미 해병대 고위 간부들이 참석해 한·미 해병의 형제애를 보여주었다. 나는 해군·해병대 통합 제병지휘관으로서 진해 해병학교와 해군사관학교, 하사관학교 생도들과 신병 등 4천여 명을 지휘하여 화려한 분열식을 거행하며 해병대 탄생 5주년 행사를 장식했다.
진해 해병대 교육단에서 가진 해병대 창설 5주년 기념식.
열병차 왼쪽부터 이승만 대통령, 제병지휘관인 필자, 김석범 제2대 해병대사령관
이날 이 대통령은 해병대가 380명의 작은 조직으로 출발해 3만 명에 가까운 대군으로 성장한 경위를 거론하며 해병대 장병 모두의 노고를 극구 치하했다.
"해병대는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을 때 수많은 전투에서 이겨 상승(常勝) 군대로 국민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다. 5년여의 짧은 기간에 이토록 용맹한 무적해병으로 성장한 뜨거운 충성심과 애국심을 우리 국민 모두는 간직하고 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설한의 전선을 누비면서 겪었던 온갖 고난이 봄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해병대 일원이 된 것을 또 한번 자랑으로 여기게 되었다.
나는 콴티코 유학 중 미 해병대 창설 기념식 때 보았던 이벤트가 생각나서 비슷한 축하 케이크 절단 이벤트를 마련하였다. 해병대원 중 가장 기골이 장대한 8척 장신의 박재욱 병조장과 가장 체격이 작은 양상국 일등병이 대통령, 해병대 수뇌진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도록 기획하였다. 작은 양 해병의 키가 박 병조장의 허리밖에 닿지 않는 절묘한 조화를 보고 이 대통령은 빙그레 웃으며 절단한 케이크를 나누어 주었다.
평남 양덕 출신인 박 병조장은 관운장같이 멋진 구레나루 수염을 가진 대장부로 6·25전쟁 중 해병3대대가 양덕작전을 수행할 때 그곳의 향토 치안대장으로서 우리 해병을 도운 인연으로 해병이 되었고, 제주도 학도병 출신인 양 일병은 키는 작았지만 다부진 체격을 지닌 교육단의 인재였다.
대통령과의 인연
진해에서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 있어 내가 자주 이 대통령을 접견할 기회가 있었다. 또 도솔산전투 후인 1951년 8월 19일 홍천에서 생일 케이크를 하사받은 영광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둘이서 열병차를 타고 부대를 사열한 그날의 경험은 한 개인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영광으로 간직하고 있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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