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찾은 노병의 독백(獨白)
임 종 린(시인, 전 해병대사령관)
이 땅에 6월이 다시 찾았습니다
숭고한 희생 앞에 머리 숙이니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진혼곡이 구슬피 울려 퍼지는
동작동 국립 현충원 충혼탑 앞에서
여기에 새겨진 뚜렷한 귀한 글귀를
몇 번이고 되풀이 읽어 내려갑니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 하리라” 중략…,
하얀 밤꽃 향기 풍기는
녹음 우거진 숲 속에서
뻐꾸기가 구슬피 울어댑니다
한없이 푸른 6월의 하늘 아래
순국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메아리 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이 땅이 어떤 땅이며
어떻게 지켜 왔는지
저 한강물이 어떤 강물이며
여기까지 끊기지 않고 흘러 왔고
저 산야가 푸른 의미는 무엇입니까
빗발치듯 오가던 백 천의 포탄
붉은 피 풀잎에 물들고
젊음 그곳에 멎을 때
거룩하게 눈 감은 조국의 아들
그대 이름은 씩씩한 대한민국 국군 이였다
견뎌낸 슬픔도 지니고
못다 푼 서러움도 안고서
반세기 세월은 흘러 갔는데
포성이 하늘을 뚫던 싸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젊음을 송두리째 조국에 바치고
산골짜기에 쓸쓸하게 누운 넋
가시넝쿨이 휘어 감아도
국군이라는 영광된 이름 때문에
이슬 머금은 채 입 다문 한 맺힌 영혼
슬픔 맑아지면 하늘의 별이라도 되십시오
6월은 다시 찾아 왔지만
푸른 잎새에 아로새겨진
붉은 핏방울은 지워지지 않은 채
아직껏 한반도는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
길은 한 줄기
장엄하게 펼쳐진 우리 땅 한반도
6월의 숭고한 희생
더 높이 되새겨
응어리진 통일의 민족염원
하루라도 빨리 우리들이 이룩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살아있다는 죄책감 속에서
6월의 뙤약볕을 피하지 않고 옷깃을 여미며
호국영령들의 침묵 앞에 삼가 머리를 숙입니다
값있게 먼저가신 순국선열들이시여!
이제는 슬퍼하지 마시고 편히 쉬소서
침묵만을 이어가시는 호국영령들이시여!
가슴에 맺힌 한(恨) 푸시고 고이고이 잠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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