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346기 김선기

그때를 아십니까?..왕자식당..

머린코341(mc341) 2015. 7. 22. 19:42

그때를 아십니까?..왕자식당.. 


해병대 주계...

해병대 현역생활 하면서 다들 가장 애환이 많은곳 중 하나 일겁니다...

주로 식사를 하러 가는곳이지만 이곳 주계 뒤라는 공간은 항상 졸병시절 선임들에게 집합 당해서 열나게 갈굼 당하고 빳따 맞던 죽음(?)의 장소....ㅋㅋ

그곳에서 해병대 생활의 기본 정신자세 절반은  나오는듯...

 

진해 훈련소 시절..

훈련소 시절 다들 정말 처절하게 배고픔의 고통으로 ...아마도 왕자식당으로 식사하러 가는 그 순간이 가장

신나고 즐거웠던것 같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이라면 해병대 훈련소 식당 이름이 왜? 왕자식당일까 참 궁금해들 할 거 같습니다...

걍 들리기엔 공주, 왕자 뭐 이런뜻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왕자식당의 유래는 진해 훈련소 주계의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건물 모습이 한자의 "왕"자같이 놓여있다 해서 원 발음대로 한다면 "왕짜식당"였는데 걍 부르기 편하게 왕자식당이라 부르다 그렇게 불려지게 되었다 합니다...

그런것도 전부 오래전부터 내려온 해병대 전통의 하나 입니다.^^

 

우리 해병대엔 유달리도 참 남다른 전통들이 많은것 같습니다..전 그런게 참 좋더군요...해병대만이 갖고 있는 애틋한 전통..

 

일단 이곳 왕자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게되면 식당앞에 도열해서 열나게 군가를 부르다 들어가곤 했는데..

그 시절엔 일일이 츄라이판 들고 가서 밥을 타먹는 법이 없었습니다...


훈련병 중 몇 명이 식기당번으로 불려나가 식탁위에 모든 훈련병들 식사 정렬을 모두 마친 상태라..

훈련병들은 일제히 왕자식당으로 들어가 식탁에 앉아 교관의 구령에 맞춰 식사만 하면 되었는데...

 

이때 참 미치는게 식탁을 향해 좌우로 길게 늘어서서 있다 교관의 "식탁을 향해 좌향우~~"

소리와 동시에 식탁위 츄라이에 담겨 있는 내가 먹을 식사의 양을 보게 되는데...

정말 웃기는건 훈련기간 내내 항상 곁눈질해서 바라본 내 자리의 츄라이 식사량은 항상 옆 동기들거보다 그 양이 작아 보였단 겁니다.

그건 다른 동기넘들도 항상 그렇게 생각 했다고 하더군요...남의 떡이 커보인다?...지독한 배고픔으로 훈련소 내내 항상 허기져서 생활하던 우리들 눈엔 다들 자기 츄라이 식사가 옆에것보다 항상 작아 보일수 밖에 없었던거죠....ㅎㅎ

 

대략 좌향우 하기전에 스리슬쩍 곁눈질로 츄라이를 보고 서 있노라면...교관의 어김없는 한마디가 튀쳐 나오곤 했죠..

앙칼지고 투박한 갱상도 싸나이의 약간 쉰듯한 그 탁음......


아쭈~~ 이 쉐이들 지금 눈깔 돌아가는 소리 들리지~`??좋아 오늘 너희들에게 해병대 식사법을 가르쳐 주겠다~~~~

쓰~~파 언젠 해병대식으로 안 먹었나?--,,--

 

그 당시 좌향우 한 뒤 식탁을 향해 일렬로 서 있다가 교관의 명령에 따라...식탁 의자에 차려 자세로 앉게 되면 다들 교관의 한마디에 식사를 하게 되는데....


교관: 식사시작~~

우리덜: "무적 해병~`감솨~~히 먹겠습니다~~"가 끝남과 동시에 정말 정신없이 식사를 하곤 했었습니다...

교관"식사 끝~~

우리덜:수저 놓으며 동시에 "무적 해병~ 감사히 먹었습니다~~"

이렇게 끝내고 항상 부족한 식사량으로 아쉬움을 가득 안은체 왕자식당을 나오곤 했었습니다...


정말 훈련소 시절 왜 그리도 배가 고프던지....원 없이 먹어 보는게 소원 1호였죠...

물론 식사 마치고 나올때도 츄라이는 항상 식탁위에 놓고 나왔지 우리들이 들고 나온 적 없었습니다.

우리들 훈병들은 들어가서 식사만 하고 나오면 되는거라 츄라이를 닦거나 들고 다닌 기억이 없습니다..

후반기 교육대 포항에선 진해와 다르게 했습니다.

 

그런데? 입대 열흘이 지날 무렵부터 슬슬 왕자식당 분위기도 살벌해지기 시작합니다...

사회에서 먹었던 기름진 음식의 잔재가 몸속에서 서서히 빠져 나가고 훈련소 식당에 대한 적응이 시작될 무렵부터 교관의 훈련병 길들이기가 왕자식당서 시작 되었던거죠....정말 이때부터 무지한 배고픔에 시달리기 시작할때 입니다.


얼굴은 다들 기름기 빠져 푸석푸석해지고....허리 벨트는 일주일 간격으로 한칸씩 줄어들고..

박박 밀은 머리에 쾡한 눈....정말 볼품 없는 모습들...

 

항상 그렇듯 식사정렬하면서 식탁을 기준으로 좌우로 늘어서 정열하고 있음 저절로 식탁에 놓여있는 부식과

내 츄라이가 어떤것이 될까 하는 궁금증으로 교관의 그 살벌한 체벌에도 불구하고 곁눈질 하게 되는건 그당시 모든 훈련병들의 본능(?)였습니다...

 

드뎌 문제의 어느날 부터....

몇 일간 그나마 느긋하게 먹을 수 있던 식사 시간이 교관의 횡포로 확 줄어들게 됩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교관:아~~하~~!!이쉐이덜 눈깔 돌아가는 소리 들리지 말라 했는데 또 눈깔들 돌리지~~?

우리덜:(속으로만)닝기리 눈깔 돌아 가는 소리가 어케 들리냐?

교관: (식탁위에 올라서서 양손을 허리춤에 차고......)오늘 식사시간은 30초다 알겠나~~?

우리덜: 악~~`(대답은 했지만 모야? 30초라니???첨엔 어리둥절..)

교관: 식사시작~~!!

우리덜:무적 해병 감사히 먹겠습니다~~우다다다다닥..정신없는 숫가락질 소리...(순진하게 30초에 식사 끝내 보려는 초절정 식사법)

그런데 식사시작 30초 시작하자마자 바로 날라오는 교관의 다음 목소리....불과 2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교관:식사끝 15초전~~

우리덜:모야~`쓰파 이제 숫가락 두번 집어 들었는데? 식사끝 15초전이라니?..

아~~정말 맘 졸라 급해지며 똥줄 타는듯한 안타까움...그리고 더 빨라지는 숫가락질과 어금니의 화음.....

잠시후

교관: 식사끝 5초전~~`

정말 이때부턴 식사를 하는게 아니라 걍 입에 쓸어넣고 삼키단 표현이....

교관: 식사끝 3초전~~(이때 약 7~~10초간의 여유를 주더군요...)

그 다음 2초전~~글구 아주 길게 식사끝 1초 저~~언~~(교관의 목소리가 지옥에서 들리는 목소리 같더군요...)

글구 결국 식사끝~~~

우리덜:무적해병 감솨히 먹었습니다~~!!

닭장에 갇힌 닭새끼들이 모이 쪼아 먹듯..다다다닥 소리만 내다 끝나는데 이때 정말 식사 제대로 못한 동기들 많이 나오더군요..

몇 몇 동기들이 남긴 츄라이판의 식사를 보면 정말 미치도록 안타깝습니다..

아~~아까버라~~내가 먹었음?...하는 이기적인 생각...

이럴 경우 식사마치고 좌우로 정렬해서 나오다 꼭 한두넘이 츄라이판에 교관몰래 손을 얹어 남은 식사 짚으려다 걸려서 디지게 터지곤 했었는데..이땐 정말 본보기로 작살나게 얻어 터집니다....무시무시~~-+_=

 
30초자리 그 무시무시한 식사 시간도 시간이 지나며 노하우(?)가 생기니 걍 가볍게 해결할 수 있게 되더군요..

왕자식당에 들어가 교관 분위기 썰렁한 날이며 시작되는 30초짜리 식사시간...

교관이 식탁에 올라서서 앙칼진 목소리 뱉을라치면 그 목소리 끝나기 무섭게 교관 안보게 츄라이를 좌로 살짝 들어 국물을 밥쪽으로 슬쩍흘려서 순식간에 국밥을 만들어 버린뒤 걍 밥과 더불어 거의 씹는거 포기한체 밥과국을 마시는 수준으로 먹어 버리는 겁니다...ㅋㅋ

이래서 군대선 안되는게 없나 봅니다...-,,-


그건 누가 가르쳐줘서 배운게 아니라 생존본능적으로 터득한 해병훈병들의 노하우....^^

정말 그 당시 배고픔의 괴로움은 당해보지 않음 모릅니다..식사 마치고 나와서 군가 한 곡 부르다보면 2절도 부르기전에 소화 다 되버리고 마는듯한 그 안타까운 기분....


왕자식당에 대한 기억.....

넓고 긴 식탁들의 배열.

교관의 앙칼진 식사시작 구호~~

그리고 해병대 고유의 주계 짠밥 냄새.....


얼마전 사진으로 본 포항 훈련소 훈병들 식당 입구에 쓰여있던 "왕자식당'이란 간판(?)을 보면서 참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더군요..


이젠 우리 자식들이 현역 해병대 생활 마치는 나이가 되어가고....

세월은 흘렀어도 아직도 살아있는 왕자식당의 전설.....


이 겨울 29년전 그곳에서 먹던 추억의 짠밥맛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해병대 연구, 알카포네(346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