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346기 김선기

그때를 아십니까?.."해병박수"

머린코341(mc341) 2015. 7. 22. 19:52

그때를 아십니까?.."해병박수" 


제가 현역시절 두번의 위문공연을 봤습니다.

졸병시절 군복을 입고 접해보는 첫 위문공연은 참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아~~나두 군복 입구 이런거 보게 되는구나?....흐믓믓~~~^^

 

여단 본부가서 접해본 첫 위문공연.......서울  무교동에 있던 아마죤이란 술집에서 왔던 공연 였는데 그 시절엔 서울에 큰 술집들이 주축이 되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군방송 이런거보다 사실 이런게 더 재미있습니다....^_^

 

전방 소초생활 하느라 사람구경이라곤 소초 뒷동네(동네랄것두 없었습니다..민가 몇 집이 전부였으니?)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몇 분외에는 민간인 구경이라곤 할 수 없던터라...위문공연 가본단건 정말 행운중 행운였죠...


선임들의 위문공연 무용담 들을때도 이때죠...

복장들 갖추고(단독무장...)대대본부에 들려 위문공연 장소인 여단본부까지 가게 되었는데...

위문공연이란게 가서 걍 우두커니 앉아 침 흘리고 있는게 아니라 졸병들은 정말 "악기"있게 놀아야 합니다.


60트럭 타고 가는 내내 해병박수에 맞춰 해병대 싸가로 목청 가다듬고...

선임들 귀를 즐겁도록 정말 목소리 날라가게 소리 지르고 손바닥 부서지게 박수쳐가며 가죠...해병박수~~!!

 

소초출발부터 나온 선임들 한마디..

오늘 위문공연가서 ..내 밑에 기수라 여겨지면 다들 제대로 놀아라~~~??

오늘 노는거 함 보겠어~~ 얼마나 "악기"있게 노는지?..알았나~~??..살짝 공포 분위기....

 

대대본부에 집결하니 여기서도 또 똑같은 말 한마디...

오늘 일삼대대 위문 공연가서 어케 노는지 함 보겠어~~??

졸병들 박수소리 제대로 나오나 함 보겠다~~알았나~~??..

닝기리~~~뭐야? 위문공연가는거야? 겁주러 가는거야?..


사실 이런 분위기면 졸병땐 슬쩍 떨리게 됩니다....위문공연 보러 가는건지 위문공연 해주러 가는건지?...ㅋㅋ

우리 대대가 이때 전부 전방 근무서던 시절였는데 얼마후면 전방 철수후 예비대로 들어갈 시절이라 대대에서 만나는 선임들 잘 기억해 놓지 않음 예비대 들어가 고롬 당할꺼 뻔하기 땜에 소초생활 한다고 어영부영 했다간 걍 작살 나던 시기였습니다...

 

해병박수...!!

머리위에서 시작해 배꼽까지 내려오며 위에서 아래로 주~~욱 내리며 쳐대는 박수..

그런데? 보통 박수라는건 신이나서 박자와 맞춰서 쳐야 되는게 통상적인 일이건만 위문공연가서 노래 듣다보면 가장 난감한게 박수소리완 전혀 동떨어진 트로트 메들리 같은거 나와버림 정말 사람 미쳐 버립니다..박수란게 신나는 음정과 마주쳐야 되는건데 무대 위에선 늘어지는 트로트 노래 부르고 있는데 우린 선임들께 갈굼 안당할려구 시종일관 해병박수 "악기"있게 쳐대느라 거의 무아지경에 빠지고 맙니다....노래야 늘어지던 말던..군바리 정신...+_+

 

같은 해병부대 위문공연 온거지만 타 대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는듯한 인상 보였다간 부대 복귀해서 열나게 깨질게 뻔하기땜에 당시 후달리는 기수였던 나는 정말 열나게 해병박수에 올인했던 기억이 납니다..거의 노동이다 이건....ㅋㅋ^^

 

그 당시 공연엔 아마죤 업소 여자 무용수들의 단체 반스트립쑈가 있었는데..이거이 보구 있음 거의 다들 죽습니다..

그 당시 느낌은 거의 성고문 당하는 기분^^..뭐 그런거였죠....하여튼 이런공연 보고 돌아옴 근무지나 화장실등등....정체모를 휴지들이 걍 날라 다녔던 기억이.....ㅋㅋㅋ..다들 그 느낌은 비슷할듯.....--,,--

 

공연중 여자 가수들 이 무대 등장 했을때 뻘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간 정말 그날 부대 돌아가 죽음 입니다..

타 대대원들 올라가기전에 젤 먼저 올라가 여자 가수 머리에 팔각모 씌워놔야 그나마 걉 들었단 소리 듣게 되는데...

 

당시 코미디언 출신 이미#이란 여자가수가 등장 했는데..타 대대원이 먼저 올라가 팔각모 씌우고 춤을 쳐버린 겁니다..

이제 우린 집합당하는 시간만 남았을 즈음 우리 열한중대 중대원 한 명이 뛰어 올라가 정말 너무나 신랄한 쑈를 연출했습니다.

노래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 가수를 뒤에서 껴안은뒤 손으로 거시기 털을 한웅쿰 뽑아 든겁니다...

 

이미 팔각모 먼저 씌우지 못해 기선을 제압 당했던 우리 대대는 우리중대 대원이 뽑아든 거시기털을 하늘로 치켜 세우는걸 보며 다들 일어서서 거의 미친넘들 처럼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죠...

그때 젤먼저 힐끔 쳐다본건 뒷줄에 앉아있던 선임들 모습였는데...다들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소리 지르느라 난리가 낫더군요..흐믓~~


이 일은 무용담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그간 위문공연 전설의 한 토막이 되어버렸고....

그 당시엔 위문공연에 대한 무용담이 전설처럼 참 많이 떠돌던 시절였습니다...

 

어떤 가수가 위문공연 와서 털을 누가 뽑았다느니 또 다른 모 가수 부라자 뜯어 냈다는등...등등

하여튼 요즘 같음 아마 전부 영창 보낸다고 난리칠 일들이 그 당시엔 걍 서스럼없이 쉽게 일어나던 시절였으니까요..ㅎㅎ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해병박수친 손바닥이 얼얼하고 때론 우리들의 걉든 박수소리에 빠른 노래 부르던 가수들은 정말 흥겹게 노래 부르던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두번째 위문공연은 고참이 되어 79년 가을 국군의날 행사 준비때 위문공연에 갈 수 있었습니다..

 

한참 국군의 날 행사 준비를 하던 9월 어느날...

대대적인 위문공연이 왔는데 이땐 정말 분위기 틀려집니다..

타군들과 섞였을때 해병대 모습 ...정말 "악과 깡" 안보임 그날 저녁 내무실 돌아가 죽음입니다...

 

일단 앉는 자리가 맨 좌측에 해병대 가운데 육,해,공군,앉고 맨 우측에 특전사 애들 앉히더군요...

위문공연장 무대 밑엔 좌우측에 헌병들 뻩쳐 자세로 서있고 우리들과 무대 사이엔 적당한 간격이 떨어져 있었죠...


일단 분위기는 무대위에 올라가지마라 였는데....

공연이 시작되고..단연 해병대 자리에선 연신 해병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이미 기선 제압...ㅎㅎ

이건 정말 아무도 흉내낼수 없는 해병대 정신 그 자체 입니다...^^


어느 정도 물이 오를 무렵 여자 가수가 한 명 나오는데.....해병대..가만있지 않죠....그 당시 행사참여 부대가 1사단 7연대 병력 였는데..걍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장군들 앉아 있는 자리 향해 "필~~썽~~"(완전 날라가는 걉든 목소리)함 때리더니 여자가수 머리위에 팔각모 씌우더군요. 글구 막춤...ㅋㅋ...좀 있다 특전사 쪽에서도 한넘 늦다리로 뛰어 올라왔지만 이미 깃발은 해병이 꼽아 버렸고...나머지 타군들은 걍 멀건히 자리에 앉아 구경하고....

 

역시나 공연내내 해병 박수는 그치질 않았고...정말 이때 기분 좋더군요..해병대란 자부심 만방~~^^

그 당시 인상 깊었던건 첨 보는 코메디언이 나와서 무쟈게 웃겼는데...정말 그렇게 웃기는 코메디언은 첨 봤습니다.

정말 넘 배꼽 빠지게 웃기던데...그 분이 나중엔 우리나라 코메디계를 점령해 버리더군요....

훗날 전역하고 나서 방송에 나오던데 바로 "이주일"~~그 당신 무명시절이라 그런지 와이당(음담패설) 이야기 섞어가며 웃기는데 그날 공연중 "이주일"씨 나올때가 젤 인상깊게 재밌었습니다.....

 

79년 행사 위문공연땐 군생활 21개월 접어든 상병때라 그나마 여유있는 맘으로 위문공연 볼 수 있었지만....

지금도 가끔 TV에서 우리 후배들 위문공연시 해병박수 치는 모습 보면...

졸병때 박자 음정 무시하구 걉든 모습으로 열나게 박수 때리던 생각이 납니다..

하하 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듯 하더군요..

 

훈련소 시절부터 시작한 해병박수...!!

우리만이 갖고 있는 이런 전통들이 걉든 모습으로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래 봅니다.....

 

출처 : 대한민국 해병대 연구, 알카포네(346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