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지원...
77년 한여름..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현역 입대하고..
당시 방위병이란 제도가 있었는데 그 복장이 하두 후줄근해 멍쩡한 사람도 그옷만 입혀 놓으면 모자라게 보일 정도였는데..방위를 가면 일단 짧은 기간땜에(6개월짜리도 있었죠..) 복장이 후줄근하던 말던 현역생활하기 싫어 하던 사람들은 서로 빠져 나가려하던 시절 이었습니다.
그당시엔 육군도 구타가 심해서 군대가면 무슨 큰일 나는줄 알던 시절이었죠..
사귀던 여친들은 대부분 고무신 거꾸로 신는게 당연시 되던시절 ...군대하면 춥고 배고픈게 대명사처럼 여겨지던시절...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내가 방위나 소집면제를 당할일은 전혀 없었고..같은과 선후배들이 군입대했다하면
어김없이 특전사나 육군 수색대 착출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끌려(?)가는 군대는 가고싶지 않단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대학 2학년....
한참 꿈 많고 혈기 왕성한 나이에 장래를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건 일단 군문제를 해결 하는거였습니다.
그해 여름방학 강원도로 대학 하계봉사를 떠나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현역(육군들...)들의 모습을 보면서 해병대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뭔가 모르게 지루하게 느껴졌던 그곳 군인들의 모습이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더군요..
그 당시 동방사에 친구넘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군대생활 지루하다며 달갑지 않게 얘기하는 모습이 더욱 육군을 가기 싫게 만들더군요..
하계봉사 마치고 돌아와 곧장 후암동 병무청을 찿았습니다..
그 당시 병무청 벽에 걸려있던 해병대 훈련 흑백 사진들(입대후 생각해보니 수색대 사진였더군요..)을 바라보며 궁금증 반 걱정 반으로 지원서를 내고 몇 일후 대방동 해군본부 병원서 신체검사와 간단한 필기 시험을 보고 돌아 왔습니다.
당시 해병대에 입대한다면 말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일단 집안엔 얘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두 시험이라 만약 떨어진다면..(당시 지원율이 5:1정도 였습니다)창피한 일이라 그렇게 몰래 해병대 입대 지원을 하고 그해 가을(10월초 일겁니다) 병무청에 가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병대 입대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뭐든지 합격이란 확실히 기쁜 겁니다.
고난의 시작이란 생각도 없이 날아갈듯 기쁜 맘으로 받아든 해병대 합격증...
같이 지원을 했지만 기수가 나눠져서 나오는터라 어떤 사람들은 바로 몇 일후 입대 통지서를 받았고 나와 같은 기수를 받은 몇 명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같이 입대 하기로 약속을 하고(동기애가 뭔지도 모르면서 이미 동기란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함..)우리보다 뒤에 입대 영장을 받은 친구들은 벌써 아래로 보이더군요...ㅎㅎ
그 당시 해병대가 해군에 통합되어 해군 상륙군이란 합격증을 주던데..사실 이때부터 해군에 대한 반감이 마구 생기더군요.
씨댕~~내가 해병대지 해군야? 왜? 내가 해군 상륙군이야? 합격증 기수란에 통합기수261기란 기수도 찍혀 있었구(해병대 기수 346기는 아예 없더군요..) 그렇게 받아든 합격증을 몰래 가방에 넣고 다니다 입대 1주일전(77년 12월22일 입대)에야 집에 얘길 했더만...
어머님이 거의 기절직전까지 가시더군요...
서울에서 비교적 유복한 집 큰아들로 생활했던터라 집안에선 해병대 가는걸 꿈에도 생각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험하고 힘들다던 해병대를 왜? 가냐며 울며불며 잡으시던 어머니....
이모부님이 해병대 장교로 월남전까지 다녀 오셔서 해병대에 대해선 익히 잘알고 있던 집안 분위기라 해병대가 힘들다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계셨죠...그런데 갑자기 아무 소리 없던 큰 아들넘이 해병대 입대 한다니 소동 수준의 난리가 집안에 난 겁니다.
어머님이 나이 20에 큰 아들인 나를 낳은 바람에 그 고통은 더욱 컸던거 같습니다.
삼남매 형제중 유독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걸 항상 피부로 느낄 졍도였으니까요...
어쨌거나 그해 겨울 47년만의 한파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그렇게 해병대 입대는 소원(?)이 이루어지고 서울역에서 진해(부산 경유)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나게 됩니다..
이제 고생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는 줄도 모르고 경화동 6정문을 향해 기차는 떠나고 있었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 해병대 연구, 알카포네(346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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