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교육대 포항.
진해서 꿈같이 달콤한 마지막 밤을 보내고 포항으로 떠나는 아침..하루 전날만 하더라도 이 세상을 다 얻은듯
날아갈듯 했던 동기들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각 병과별로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총원 220명 중 보병 110명 ..나머진 병과별로 갑사 대기로 넘어가고 6정문을 빠져 나오면서 훈련소 내내 때론 웬수처럼 때론 진한 전우애로 같이 고통을 함께하던 동기넘들과 이별을 하게 됩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낯설고 물설은 진해서 동거동락 6주만에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큰 우정이 각자의 맘에 쌓여 동기들과 헤어지는 순간 한 없이 눈물이 나더군요..
해병대가 아님 느낄수 없는 그 진한 동기애....
비로써 아기 해병들도 진정한 빨간명찰의 의미를 느끼는 순간 였습니다.
우리들 보병 110명은 진해역까지 도보로 걸어갔고 군악대의 행진곡에 맞춰 진해역서 포항 가는 열차에 몸을 실게 되는데 훈련기간 내내 그렇게 지독했던 박낙원 교관,,팔각모 밑으로 눈물을 보이더니 소주 한 박스를 열차에 올려 주더군요...
후배들 더 열심히 하라고...이젠 저흰 해병대로서 하늘같던 교관님에게 후배 대접을 받은겁니다...
교관님의 그 진했던 모습 정말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열차는 포항을 향해 달려 갔고 열차안에선 포항 생활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그 중 가장 궁금했던건 포항 훈련소는 밥을 많이 먹을수 있단 소문과 담배도 피울 수 있단 흐믓한 이바구를 나누다 어느덧 기차는 포항 제철소 안에 정차를 하게 되는데..
창밖에 펼쳐진 모습...
첨본 위장복 입은 군악대와 헌병들..글구 길게 늘어서 우릴 기다리고 있던 60트럭들..
그 느낌은 진해서 느꼈던 정갈하고 푸근함과는 거리가 전혀 먼 투박함 그 자체더군요..
위압감도 느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
열차에 내려 잠시 정리한 뒤 정신없이 올라탄 육공 트럭..!!
입대후 처음 본 해병대 현역 실무자 선임들...부릉 ~~부르릉~~육중한 육공 트럭의 시동 소리와 매캐한 자동차 매음을 뒤로 하고 달리는 트럭 안에서 착취란게 뭔질 처음 당해 봅니다..
착취~~!!
지금 군대서 우리때 같은 일을 당했다면 아마도 다들 영창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야 그런게 일상적인 생활중 하나 였으니....운전석 앞쪽에서 호로 뒤로 넘어오는 선임의 손바닥...
야~~신병 ~~..
악~~
담배좀 줘봐~~
악 알겠습니다..
수료식날 부모님이 사오신 사제 담배..그 이름 거북선~~순간 한 가치 주면 터질것 같고 한갑 다 드리자..
이런 맘으로 한 갑을 건넸는데...
야이~~개쉐끼들아 지금 장난치나?....
일순간 트럭안은 고요~~
우리 동기들은 놀란 토기 새끼들마냥 서로 얼굴만 보다 일단 눈치빠른 내가 언능 한보루를 앞으로 건네줬죠...그후에 나온 한마디~~
몇기야?..
악 346깁니다..
그래 알았어 346기 기억해 두겠다~~
뭘 기억한단건지?...
그렇게 놀란 가슴으로 들어간 상륙사단...
와~~첨본 상륙사단의 모습은 마치 무당집에 왔단 생각이 들 정도로 온통 빨간색과 노란색글씨로 도배(?)를 쳐놨더군요...
당시 포항 훈련소는 실무병들 해안방어 나가 비어있는 막사를 사용 했는데 우린 도솔관옆 3연대 막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3연대까지 가면서 바라본 사단의 풍경은 마치 금방 전장에 나갈것 같은 분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각 연대 내무대 앞에 놓여 있는 공수탑과 기습특공탑..글구 연병장에 IBS 꺼내놓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 하는 대원들, 길가엔 구보 하느라 무리지어 달려가는 실무병들..
우릴 바라보며 지르던 한 마디들......
야~~보급물~~~반가버~~우
리가 왜? 보급물야?..해병대지?...
하지만 실무 떨어지면서 왜 보급물인지 알게 되는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처음 도착한 3연대 내무실....
어두침침 음산함..2층 나무 침상들...글구 언제 불을 지폈는지 불피운 흔적조차 없을듯 보이는 시커먼 경유 난로...
하여튼 진해 훈련소완 비교조차 할수 없는 그런 분위기...
마치 호텔에 있다가 여인숙에 드간 기분 바로 그거였습니다.
첫날밤 소대장실에 불려 들어가 밤 늦도록 이유없이 꼬라박아에 구타~~
글구 빤쓰바람~~
진해에서 하던 빤쓰바람은 그나마 동기들 숫자가 많아 그럭저럭 버틸만 했는데 포항에서 빤스바람은 그 강도가 진해보다 대여섯배는 더 악랄해져서...정말 눈에서 피눈물이 날 지경이더군요...
하지만 서서히 생활이 몸에 익어 가면서 밤늦게 세면장서 냉수욕 하는 맘의 여유도 생기고...
하룻밤도 그냥 지나치지 않던 야밤 빤스바람 파티에 오히려 일찍 기합 받고 잣음하는 여유로룸까지 생기더군요..
초저녘에 별일없이 순검 끝나고 나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로 새볔 집합이 많았던 포항 훈련소 201지대...
그런속에서도 안갈것 같던 시간은 지나가고 드뎌 양포 야영지로 훈련을 떠나는 날이 돌아 왔습니다..
진해선 해보지 못했던 보전협동..글구 박격포..화염 방사기...60사격...
60사격을 야간에 하기 위해 언덕 능선에 앉아 계곡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을 보고 있던날 어이없는 찐빠가 납니다...
야간 사격시 60탄띠엔 5발에 한 발씩 예광탄이 끼어 있는데 이게 야밤에 빨간빛을 내며 계곡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불꽃놀이 같아 보이더군요... 60사수가 사격을 하고 뒤쪽에 정열하고 앉아있던 우리들은 야광탄 날아가는 모습에 우~~아 하고 작은 탄성을 내고 말았습니다.
순간 뒤로 확 돌아서는 소대장의 살벌한 눈동자...
동작그만~~아쭈?~해병대가 총쏘는거 보구 탄성을 질러?
지금 무찔서 가면 전방에 보이는 소나무 좌에서 우로 선착순 무찔러 간다...무찔러 ~~~가~~!!
아~~무찔러가~~!!
지긋지긋하게 들어본 그 소리,,,,,,
해병대 나오신 분들은 무찔러가의 힘찬 곡소리가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그날 양포 자갈밭을 원없이 저녘내내 선착순 하고...
피곤한 몸으로 텐트 안으로 들어 갔는데...
추위가 어찌나 심한지 3명이서 이빨만 덜덜 덜릴뿐 잠을 청할 수가 없더군요...
동초 외에 텐트밖에 나오는 넘 있음 밤새 굴린다는 소대장 엄명에 꼼짝없이 텐트속에서 동태가 되가려할때...동기넘 한 넘이 얼어 죽느니 뭐라도 하나 구해보자며 포복으로 나가더군요...
이거 걸리면 우리 동기들 다 작살 나는건데...불안..긴장 ..
한참후~~하여튼 이넘 돌아올때까지 한천년은 지나는줄 알았습니다.그 불안감이란.....
어디서 구했는지 양초 한 토막을 들고 왔는데 양초가 그렇게 따듯한진 그때 첨 알았죠..
해병대 긴빠이 정신...이거야 말로 정말 안되는게 없는 정신세계라 봅니다...
세놈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모포 뒤집어 쓰고 양초하나 켜놓고 있는데 정말 열 보일러 부럽지 않게 따듯했습니다..
그런밤이 지나고 아침에 총기상과 더불어 텐트에서 나오는 동기녀석들 얼굴을 보니 다들 푸르딩딩 부시시...
거의 서울역 노숙자 분위기.....어기적 어기적 기어나와 과업준비하고....우린 얼굴에 양초 끄름 검댕이까지 뭍어 정말 눈뜨고 봐주기 불쌍할 정도더군요...ㅋㅋ그지가 따로 없더라구요...
양포 생활 끝내구 탱크뒤에 매달려 사단으로 돌아가니 그 안갈것 같던 4주의 악몽같은 시간들이 지나가버리고 있더군요..
그해 겨울 팀스프리트 준비를 위해 오끼나와 미해병대원들 사단안으로 속속 집결하고 덕분에 우리 막사 근처에도 미해병대들 캠프가 들어 오기 시작 하는데...해병대 긴빠이 정신 여기서 살아 납니다..
미군 애들은 어딜 다녀도 짚차뒤에 물탱크 차 하난 꼭 달고 다니고. 물건 교환하길 좋아 하던데 가벼운 버클 정도야 간단 하지만 미해병대 군복 바꿔 입으려면 태권도복 한 벌이 필요하던 시절인데 우린 훈련병이라 그런게 없어 밤에 걍 짚차를 털기로 한겁니다.
훈병때 젤 하고 싶은건 배부르게 먹어보는게 소원였죠...
포항 훈련소선 진해보다 양은 많았지만 맛이라곤 전혀없는 똥국에 염정무하나 이런 정도의 식사이다보니 다들 수료식때 부모님이 갖다주신 미원과 라면 스프를 몸에 갖고 다니며 밥이며 국에 쳐서 먹을때 였습니다..
라면 스프 한 봉지면 모든 국물 요리 끝입니다.
같은 국이라도 스프 조금 쳐주면 그야 말로 예술의 맛~~~
야밤 동초..
드뎌 미군 짚차쪽으로 스물스물 걸어가서 망보고 급하게 뒤져 꺼낸게 C레이션 같은데....그나마 미군이 오는 바람에 달랑 하나만 갖고 튄게 과자 부스러기와 커피였습니다...
재수라곤..??
과자라고 해야 하얀 크랙카종류였는데 정말 맛이라곤 하나도 없더군요.
환경이 사람을 변화 시킨다고 하더니....
사회 생활 하면서 감히 남의것 훔치면 큰일 나는줄 알고 살아왔던 나도 어느덧 긴빠이 정신세계에 물들게 되고 ...그렇게 해병대원이 되가고 있었습니다...
4주~~
결코 올것 같지 않았던 포항 수료식을 마치고 이제 실무로 곤봉메고 떠나 갑니다..
친형제보다 더 진한 우정과 정이 깊게 베어버린 동기들...
이제 우리에겐 험난한 실무 생활이 눈앞에 닥친 겁니다...
해병 제2 청룡여단.....
그곳으로 올라간 우리에게 기다리던 건 총기사고.....험난한 여정은 부대배치도 받기전에 사고로 시작되고 맙니다.
출처 : 대한민국 해병대 연구, 알카포네(346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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