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상남으로...
훈련소 생활에 적응해 갈 무렵 어느날 부터인가 양쪽 귓볼이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태어나 첨 겪어보는 동상이란 병을 얻게 됩니다..
그 당시 47년만의 한파라는 매서운 동장군과 진해 바닷바람이 어울어져 우리 동기들 대부분은 동상이나 목뒤에 나는 종기, 관절염 등 작은 부상(?)등에 시달리고 있을 때 였습니다.
동기란 무엇인가?
입대시작부터 터져 나온 이말~~동기..!!
기합을 받을때마다 터져 나오는 함성소리.
"동기야 잘하자~~~"
늘상 입버릇처럼 외치던 이 구호가 결국 동기애를 부추키고 그 와중에도 항상 고문관짓을 하는 넘들은 어김없이 있었으니?
그런 동기들 덕에 항상 기합받게 되고...
하지만 어차피 훈련소 생활이 거의 기합의 연속이라 아마도 동기들이 잘했다 하더라도 교관이나 소대장들은 무슨 이율 만들어서라도 우리들 기합 주려고 했을 겁니다.
해병대 신병 훈련소를 거친 분들은 누구가 겪는 찐빠...
국기에 대한 경례할땐 절때 "필승~~" 구호 외치지 마라..
하지만 예외없이 필승 외치는 미친넘들이 하나둘씩 꼭 있습니다..
대략 2주정도 지나니 이런건 혹독한 기합덕에 사라졌는데 그래도 사라지지않는 정말 고통스런 찐빠...
자~팔벌려 높이뛰기 50회~~실시~~
하나 두울~~세~엣 마흔 아~~홉~~
제발 제발 오십 외치는 넘 나오지 말아라 맘속으로 기도하며 마흔 아홉을 외치고 나면 어김없이 튀쳐 나오는 한 넘~~
오~~오 십~~
닝기리 엿됐다...아~~이건 동기가 아니라 웬수지~~
자 다시 실시한다 팔벌려 높이 뛰기 50회~~~아 흑~_-
하지만 3주차 넘어가면서 피티체조 요령들 자동으로 터득하게 되더군요...
마흔 아홉을 길게 늘여트려 소리 질러..오십을 불면 안된다는 무언의 약속이~~
그런 와중에 점점 동기들은 일체감을 느끼며 동기애란게 싹트기 시작하더군요...
4주차 훈련이 끝나고 드뎌 무장 꾸려매고 상남을 향해 진해 눈물고개를 넘어 창원으로 들어 서는데.
그 당시 창원은 개발 초기라 길가에 펼쳐진 5일장도 구경할 수 있었고...
몇 주간 굶주렸던 여인 향기에 먼발치서 여인네 한 명만 봐도 다들 눈이 휘둥그레 돌아가고 마는 우리들은 사람이 아니라 정말 늑대 무리같았죠...
하지만 그런 순간을 순순히 넘어갈 교관이 아니죠...
아쭈~~이 쉑들 봐라?포탄낙하~~
그 말과 동시에 우리 동기들은 죄다 길 양옆으로 푸다닥 튀쳐 들어가며 엎드리고
동시에 11시 방향 적기
"대공사격~~~"
"빈총 하늘에다 대고 열나게 갈겨 대길 수십번....
하여튼 상남 가면서 이놈의 대공사격과 포탄 낙하를 어찌나 많이 했던지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래도 갖혀있던 훈련소에서 나와 세상 구경을 한다는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더라구요...
상남도착...
연병장 사열이 끝나고 들어간 내무실은 말이 내무실이지 진해 훈련소와 비교함 완전 돼지우리 같더군요...
그러나 몇 일후 도착한 마산 벽암지 내무실을 들어가보면 이것마져도 호텔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벽암지 내무실은 정말 천장 만 막혀 있을뿐 먼지 풀풀나는 창고였습니다...
아무리 해병대라지만...넘하다 싶을 정도의 열악했던 환경...
대부분 상남에 가면 용지못에 빠졌던 기억들이 있었을텐데 다행히 저희들 기수는 그곳은 피해 갔습니다...
훗날 후반기 교육가서 더 혹독하게 야밤 연못에 반쓰바람하는 일은 있었지만...
상남 도착후 생각지도 못했던 고문관 대열에 제가 제대로 끼어들게 됩니다.
상남 사격장..
그날 당직 소대장이 이용팔 소대장이었는데 이분 월남 짜빈동 전투의 영웅이라 몸에 수류탄 파면도 밖혀있고 생김새 자체도 거의 예술입니다...
걍 쳐다만 봐도 "악랄"이란 단어가 생각나게 하는 분였죠...
그 당시 훈련소 분위기는 대낮에도 사열대 위에 올라가 훈병들 야전삽으로 빳따 죽도록 맞는 분위기라 요즘처럼 구타금지 이런건 생각지도 못하던 시절 였는데 그 중 이용팔 소대장의 안면강타 싸대기는 한 번 맞았다 하면 정말 소름끼치게 아펐습니다...
김선홍 소대장의 가죽장갑 싸대기와 더불어...
그런데 그날 사격장에서...
실탄 배분을 하던 중 당직 소대장 실탄 10발을 소대장 해병인 내가 맡았습니다.
소대장님 실탄이라 잃어버린면 큰일날것 같아 해병창고에 넣는다고 넣은게 맘은 해병창고에 넣겠다하고 잠바(당시 저흰 이차대전때 입던 모양의 짧은 훈련 잠바를 입고 있었습니다)주머니에 실탄을 넣고서 잠바를 벗은체 사격장으로 올라 간겁니다.
영점조준을 마치고 당직 소대장이 절 부르더군요..
소대장 해병~~
"악 훈병&%$~~"
실탄 가져와~~
악 알겠습니다~`
순간 해병창고(일명 해병창고...뭔지 아시죠? 걍 뱃속에 다 집어 넣으면 되는 우리들만의 해병창고)에 손을 넣었는데 당연히 있다고 여겼던 실탄이 없는겁니다..
아~~난감 실탄 어디갔지?
당시 뱃속엔 4주만에 첨 받아본 청룡빵을 아까워서 넣어논 상태라 빵과 실탄을 그만 잠깐 착각을 했던거죠..
긴장될 수밖에 없는 사격장의 살벌한 분위기에 순간 실탄을 어디에 넣었는지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았던 겁니다..
지금도 그땔 생각함 마치 귀신에 홀렷던거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소대장의 실탄을 잃어버린 덕분에 순간 사격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뭐야? 쉐꺄~~일루와~~퍼벅 퍼벅~~
안면강타하는 이용팔 소대장 얼굴도 이미 굳어버린 상태고 난 이미 거의 죽은 목숨처럼 흠씬 두들겨 맞고 나니 다시 찿아봐 하면서 전 대원 사격중지~~하더만...우리 동기들 전부 오리걸음으로 실탄 찿기에 나서게 됩니다..
완전 초 울트라 비상~~정말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1시간 정도 이잡듯 사격장 전체를 뒤졌지만 실탄은 나오질 않고 사열대 아래로 내려가 망연자실한 체 혹시나 하는 맘에 잠바를 집어 들었는데..이럴수가......
실탄이 잠바 주머니에서 나오는데 아~~반가버라~~살았다..
그렇게 새까맣게 생각이 안날수가...
넘 반가운 맘에 실탄을 손에 쥐고 이용팔 소대장에게 냅따 달려갔죠...
소대장님 실탄 찿았습니다~~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이게 왠일입니까?
좋아할줄 알았던 소대장 얼굴이 확 일그러지더니
"이런 고문관 쉐끼~~"
하는 말과 함께 1시간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정말 아작나게 때리더군요..
아~~
고문관 ~~!!
태극기 경례할때 "필승~"하는 넘들만 고문관인지 알았더만 정작 내가 고문관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1시간 가량 실탄분실 소동이 끝나고 다시 사격이 시작 되었습니다...
각자 손에는 표적지와 실탄을 받아들고 사선에 올라갔습니다..
신나게 달려가 표적지 붙이고 사격이 시작 되었죠...
워낙 운동 신경도 좋구 시력도 좋은터라 사격은 항상 자신 있었습니다.
사격이 끝나구 달려가 빼든 내 표적지~~~
순간 기절 하는줄 알았습니다....
10개만 있어야할 구멍이 20여개 나있는데 내건 아주 걸래가 되어 있더군요...
옆에 있는 동기넘건 깔끔~~..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픔을~~
또 다시 똥파리(소대장 별명)한테 터질걸 생각하니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동기넘이 내 표적지에 대고 열나게 갈겨 댄겁니다.
옆에 서있는 동기넘의 난감한 표정~~
사선으로 되돌아와 젤 먼저 그걸 받아본 교관...
한번도 웃음을 보인적 없는 교관의 얼굴에 빙긋 웃음이 나오길래...
아 살았구나 했는데.그게 아니더라구요..
모두들 주목 시키더니 국민의 피와 땀같은 세금 낭비 했다며 전부 총들고 오리걸음~~~
다들 동기가 아니라 웬수다란 말이 속에서 절로 나왔을 겁니다..
잠시후 다시 사격 시작 ...
이번엔 산등성이에 번쩍 총알이 튀는가 싶더니 불이 나더군요...
뭔 한 겨울에 산불야~~
전대원 산등성이로 달려가 산불진화~~
아 지겹겹~~
상남 사격장에서의 추억은 정말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상남에선 철망 사이로 일명 이동주부 아주머니들한테 몰래 담배도 사 피우고(그 당시 훈련소에선 금연) 라면도 사 먹을수 있는 행운이 있었죠...
그렇게 몇 일간의 상남 생활을 마치고 마산 벽암지로 향했습니다.
마산 벽암지에서 바라본 마산의 야경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아스라히 펼쳐진 야경에 취해 고향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이제 마산 끝나고 훈련소 복귀하면 1주일후엔 수료다~~!!
그리운 부모님과 사랑하는 그녀도 만나겠지?
훈련소 시간은 왜 그리도 천년처럼 지긋지긋하게 더디게만 가던지?
요즘은 보급이 좋아져 먹는 걱정들은 안한다던데 그 당시 훈련소 생활은 정말 배고픔 그 자체였습니다.
왕자식당서 식사 마치고 나와 오와열 맞춰 해병 행진곡 부르고 나면 바로 소화 되면서 군가 한 곡 채 끝나기도 전에 배가 고프기 시작했으니까요...
정말 그땐 소원이 배터지게 먹어보는거였죠..
그나마 해군 애들은 해양빵인란 소보로빵이라도 피엑스서 사 먹던데 해병대 훈병들에게 피엑스 사용은 아예 상상조차 불허였습니다.
상남 가서야 첨으로 제한되나마 빵을 살 수 있었죠..
찌든 기름에 튀긴 계란 크기의 청룡빵...
한번에 50개 먹은 기억도...ㅋㅋ=_+
이빵 아껴서 밤에 먹으려구 해병창고에 넣었다 각개전투장서 포복하는 바람에 나중엔 빵가루만 털어 먹기도 하구...
그런데 이빵 밤에 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 퉁퉁 부어있습니다..ㅎㅎㅎ
마산 훈련이 끝나고 진해로 돌아오는데
정문 입구부터 죽 늘어선 얼굴 허여 멀건한 신병(348 인듯...)들이 박수를 치면서 서 있더군요...
정말 희한한게 5주정도 차이밖에 안나는데 상남을 다녀오는 모습들을 보면 다들 새까만 구릿빛 얼굴에 마치 전장터서 돌아오는 개선 장군들 같았습니다..
줄서서 박수치는 신병들은 왜그리도 한심하게 보이던지?...
우리도 그랬을텐데..하하
진해로 돌아와 젤 먼저한게 샤워다운 샤워~~
그동안 그렇게 까칠하게 우릴 고롭히던 교관의 모습이 그날부턴 다소곳(?)해 지더군요...
이제 1주일후면 지긋지긋한 흰 명찰 떼고 빨간명찰을 달게 된단 기대감에 마치 제대 병장 마냥 다들 들떠 있었습니다.
상남과 마산 벽암지 다녀오면 제법 해병대다운 짜세가 나오는것 같더군요...
그것두 잠시 후반기 포항 교육대가면 그런 꿈이 일장춘몽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시무시한 해병 실무병들의 모습을 측근에서 보면서 진해가 얼마나 호텔 같은 생활였는지 알게되죠..
마지막 6주차 훈련은 대부분 총검술과 수료식 준비로 내무실에선 매일 수료식에 입을 그린사지 다리느라 다들 분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밤이면 교관님 방에 들어가 라면도 한 개씩 얻어먹고...
아 그 꿀맛 같았던 라면맛~~~
드뎌 수료식 하루전 꿈에도 그리던 작대기 하나와 두 종류의 빨간명찰(뿔 명찰과 헝겊 명찰)을 받아들고 다들 감격에 겨워 수료식 상상에 가슴 부풀어 첨으로 취침 순검을 해보고 실로 해피한 밤을 맞이 합니다..
해병대 이병~~~!!
드뎌 우리가 해병대원이 된 겁니다...필승 해병346기~~
출처 : 대한민국 해병대 연구, 알카포네(346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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