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484기 김광열

[난, 달구지해병이다..4편]농성동파출소

머린코341(mc341) 2015. 10. 29. 15:28

[난, 달구지해병이다..4편]농성동파출소 

 

나그네님을 따라서 골목길을 접어드니 주막촌의 불빛이 우릴 반겨준다.

     예전의 술집들은 이름의 끝이 촌(村)자가 많이 붙어 있었다.

 

     나그네 : "좋은데는 아닌디.. 그냥 여기서 한잔 흐자, 잉!"

     광여리 : "아니, 여그도 괜찮습니다."

 

     나그네 : "내가 넉넉흐면은 스탠드 빠라도 가믄 좋은디..

                   느그들흔테 미안흐다. 이해들혀라. 잉!"

     동기놈 : "아따! 우리가 고맙지라."

 

     나그네 : "사실 내가 누군지 궁금흐냐? 나도 해병대 출신이다. 눈치챘지야?

                   내가 쫄병때 생각이 나드라.

                   그래서, 느그들한테 술 한잔 사줄려고 그런다."

     광여리 : "필 승! 고맙습니다. 선배님.."

 

     그 순간,

     필 승! 소리에 주위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선배님에 얼굴에도 미소가 드리워진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은 모두들 웃고 떠든다.

  

     한 두시간정도 시간이 흘러갔을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해병대 선배님과의 대화는 이어진다.

 

     문제는 우리 모두 전반기6주, 후반기11주 동안이나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몸뚱아리에 취기가 오른다.

 

     정신이 몽롱해져온다.

     안마시다 마시는 술에 모두들 헤롱헤롱 거린다.

 

     억제된 생활속에서 17주를 보낸 우리들은 망아지가 된다.

     통제된 생활속에서 담배 한개피를 마음놓고 피우지 못한 우리들이기에..

 

     갑자기 누리는 자유에 모두들 정신이 없어진다.

     주막촌에서의 술자리는 해병대선배님께서 계산하고 나가신다.

 

     나그네 : "느그들 실무에 올라가서도 아무 탈 없이 군대 생활 잘해라. 잉!"

     우리들 :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나그네 : "내마음이 기쁘다. 느그들한테 술 한잔 사주고 난께로.."

     우리들 : "고맙습니다. 선배님.. 필 승..^^*"

 

     주막촌에서 나오니 겨울찬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취기가 서서히 올라온다.

 

     우리들 모두 걸음걸이가 팔자 걸음이다.

     전붓대가 움직인다.

 

     아스팔트도 움직인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내일 영등포로 가기 위해서 광주역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우리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해야만 했다.

 

     광여리 : "얼릉얼릉.. 들어가자.

                   아따메, 어째서 아스팔트가 춤을 춘다냐.."

     동기들 : "그래, 잘들어가라. 잉!"

 

     광여리 : "그래, 느그들도 택시 잡아라. 언능야!"

     동기들 : "잘 들어가라. 잉! 낼 만나자."

 

     내 기억속에 또렷이 남는건 분명히 택시를 탄것은 생각이 나는데..

     그 다음은 필름이 끊겨 버린 듯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날 밤 신세를 진 곳은 농성동파출소이다.

     아침에 흔드는 느낌에 눈을 뜬 곳은 파출소 소파 위다.

 

     내가 미친놈이지라..

     내가 미친놈이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