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달구지해병이다..5편] 영등포의 밤
이것이 도대체 뭔, 일이다냐!
아니 세상에 눈을 떠보니 내가 파출서 소파위에서 자고 있는게 아닌가..
나로써는 얼척이 없는일이 벌어지고 만것이다.
순경아저씨의 말씀에 의하면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얼마나 어젯밤에 술을 많이 퍼묵었는지 택시에서 내린나는 날도 추운디..
팔자걸음으로 비틀비틀 보도블록위를 걸어가고 있었는 모양이다.
비틀비틀.. 비틀비틀..
아스팔트가 춤을 춘다.
그때마침 관내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신 순경아저씨 눈에
술취한 어린 해병이 파출서 앞을 그런 모습으로 지나가고 있었나보다.
도저히 순경아저씨 마음속엔 자기 동생생각에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유리창 밖으로 그 모습을 보고있던 파출서 순경아저씨가 나를 부축하고 파출서로 들어온것이다.
나는 술 버릇이 이러하다.
술에 취하면은 "미안흐다. 아빠가 술을 쪼깐 마셔부렀따.. 나! 그냥 잘랑게 이해흐소.." 하고서
침대에 꼬꾸라진다.
옆사람을 절대로 성가시게 하는 법은 없다.
뭐들라고 술은 지가 퍼마시고 남들을 성가시게 흔단말인가.
그것은 광여리해병의 진실이다.
정신을 차리고 파출서 순경아저씨께 초면에 실례가 많았다고 인사를 드리며
파출서를 나와 큰 형님댁으로 향하였다.
큰 형님댁에 도착한 나는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였다.
구겨진 그린사지도 반듯하게 다리고 다음 집결장소인 영등포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동기들과 광주역에서 만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시간이 지나면 고향을 떠나서 영등포로 가야만 한다.
이것또한 고향의 情이겠지?
이것또한 고향의 Love이겠지?
솔찬히 오랫동안 고향을 뒤로한채 나는 떠나야만 한다.
어린해병들의 몸을 싫은 완행열차는 우렁찬 기적소리를 내며 철길위를 달리고 또 달린다.
빵빵.. 빵빵....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내 젊은날의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머나먼 그곳으로..
마음속에선 두려움이 잃고있는 알수 없는 그곳으로..
그곳에 가면은 어느누가 날 반겨줄까?
완행열차는 낯설은 서울의 뒷골목을 돌고 돌아 드디어 영등포 역에 도착한다.
하나 둘씩 그린사지에 빨간명찰을 단 해병대 동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떤 동기들은 가족과 같이 동행을 한다.
아마도 그들은 살고있는 집이 가까운 서울인 모양이다.
어머니와 함께.. 여자친구랑.. 가족들에 모습도 보인다.
영등포에 집결하여 아마도 어느 미지의 세계로 또 떠나겠지..
그곳이 지금으로선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가자면 가는 것이지..
조국이 나를 원하면 그냥 가는것이지..
어느새 時間은 똑딱똑딱 잘도 흘러만 간다.
내가 해병대에 입대한 날이 추석전날 9월 24일이다.
전반기 6주교육, 후반기 11주교육을 마치고나니 벌써 4개월이 흘러버렸다.
1월 중순을 훌쩍넘겨버린 겨울은 쌀쌀한 날씨이다.
영등포에도 서서히 어두움이 깔린다.
해질녘 5시경 마음이 초초해진다.
아마도 모두 모인듯하다.
한쪽에서 우리를 기다리는건 다름아닌 "M602군용트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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