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해병대 야사 6.
당시 군대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기름이 제일 말썽이었다.하루는 해군 본부 후문에서 근무를 하던 헌병이 내 방으로 얼른 들어 와 보고를 했다. 지금 기름을 부리러 온 민간인 유조차 한 대가 기름을 그대로 싣고 나가려다 발각이 되었다는 보고를 했다.
그리고 티켓은 부린 것으로 되어 있어 지금 차를 잡아 놓았다는 보고도 함께 했다. 나는 기가 찼다. 당시 기지 사령부의 수송부 대장은 해사 출신의 대위였고 내 친구들의 친구였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나는 바로 전화로 수송 대장에게 전화를 걸고 대장이 알아서 해명을 해 달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평소에도 수송부 트럭들이 자주 후문 앞에서 앵코를 당하는 일이 많아 내가 웃어넘기곤 했는데 이러다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돌아오는 차량의 문 앞 앵코는 나쁘게 생각하면 넣을 때는 여유 있게 넣고 바깥으로 나가 빼서 팔아먹을 때는 약간 많은 양의 기름을 빼는 통에 벌어지는 그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수송부에서는 F,O와 휘발유 두 종의 기름을 주로 다루었는데 내가 기지사령부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만약 메스콤이라도 탄다면 참모총장께서 영 말씀이 아닌 입장이 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고 또 바로 얼마 전에 부산에서 해군 정보기관의 수장이 밀수 사건에 관련되어 일간지 신문에 대서특필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봄이면 으레 해군기지 사령관께서 직접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것은 매년 정해진 공식 같았다. F.O가 트럭 11대분 그리고 휘발유가 2대 분이었다. 말하자면 트럭 13대가 기름을 싣고 인천으로 이동을 한다고 했다.물론 그 기름은 겨우내 절약을 했던 것으로 생각 되었다.
나는 그 이상을 알 필요가 없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을 해도 이상한 것은 그런 일은 모두 내가 처리를 하고 헌병 대장께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괜히 또 신경을 쓰고 기지 사령관께 이상한 얘기를 하게 되면 해군과 해병대 간의 문제가 되기도 쉬울 뿐 아니라 해군 본부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기지 사령관의 입장도 말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매주 열리는 기지 사령부의 회의에는 언제나 내가 참석을 했고 헌병 대장이 참석하는 일은 아예 없었다.
하루는 정오가 조금 지나 갑작스런 보고가 하나 들어왔다.해군 본부 후문에서 가까운 대방동 작은 시장 어귀 쪽에서 해병대 스리쿼터 한 대가 뒤집혔는데 기름이 든 드럼 다섯 개도 같이 흩어졌고 그로인한 해병대 대원이나 민간인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잠시 후 더욱 자세한 보고를 들으니 그 해병대 스리쿼터는 아직 완전 폐쇄가 안 된 여의도 경 비행장에 있는 항공대 소속이며 항공유 다섯 드럼을 세탁소에 팔러가다 급 커버를 잘못 돌아 뒤집어 졌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뒷골목도 아니고 바로 해군 본부가 있고 헌병감실도 그리고 서울지구 헌병대도 모두 있는 그 턱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더욱 분개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여의도에서 보고를 받았는지 번개처럼 조종복을 입은 채 매우 건장해 보이는 고참 대위 한 사람이 헌병대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내 방에 먼저 들어와 그를 기다렸다.
이번 일은 처음의 일도 아닐 것이고 이참에 문제 해결을 똑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는데 전령이 그 대위가 헌병감실 쪽으로 가 버렸다는 보고를 했다.
나는 즉각 그 대위가 문제 해결을 직접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상관 심부름꾼으로 온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헌병감실의 해병수사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일은 항공대의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우리 쪽에서 처리하겠다는 말을 해 그러시라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즈음 곧 당국에서 휘발유와 관련 된 공문이 하나 내려왔다. 군에서 하도 말썽이 많이 나는 휘발유에 대한 군 당국의 새로운 용단이었다.앞으로는 군용 휘발유에 대해서는 붉은 염료를 넣어 통제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솔직히 헌병들의 반듯한 복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삼일이 멀다하고 새것으로 갈아 끼어야 했던 하얀 장갑도 모두가 헌병대를 도운 해군의 수송대와 해병대사령부의 보급 부서 덕택이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 끝 **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해간35기 구문굉 선배님 http://www.rokm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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