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해병대 야사 8.
1966년 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공정식 사령관께서 퇴역 선물로 전 해병대 병력이 입을 위장복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특수부대의 사기와 긍지가 바로 그런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1967년 이른 봄 내가 백령중대의 소대장이었을 때 국회 국방 위원들의 방문으로 전 병력이 처음으로 위장복을 입고 열병식을 가지게 되었는데 막상 우리는 푸른색의 위장복을 입은 것이 아니라 겨울철에 가까웠기 때문에 푸른색을 뒤집어서 모래 색상의 위장복을 입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뒤집으면 푸른색과 모래색이 뒤바뀌는 2중 색상의 전투 위장복이었던 것이다.
물이 빠지는 위장복
1967년 정상 위장복
1968년 1월 우리는 포항에서 월남으로 출발을 하기 전 미리 위장복을 지급 받았다. 그리고 시꺼먼 작업화도 개인적으로 지급을 받았는데 막상 정글화라는 전투화는 주지도 않았고 겨우 월남에 가서야 기존 장교들이나 하사관들이 가끔 가뭄에 콩 나듯 미제 정글화를 신고 있는 것이 눈에 띠었는데 실상은 모든 병력 거의가 한국에서 신고 온 그 신발 그대로를 신고 전투를 했다.
나는 사실 한국에서 신고 온 내 신발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데다 미제 정글화는 윗부분이 가죽으로만 된 것이 아니고 두터운 천으로 되어있어 매우 가벼운데다 물에 들어갔다 바로 나와도 물이 잘빠지고 또 바닥이 웬만큼 날카로운데 찔려도 튼튼하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한 켤레를 구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던 중 얼마 있지 않아 전령이 어디서 어떤 사연으로 구해왔는지는 모르지만 누가 신던 미제 정글화를 하나 구해 가지고 와 내가 신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시꺼먼 작업화에 있었다. 물론 윗부분은 검은 천이요 바닥은 고무로 돼있었지만 끈은 말도 안 되는 굵은 나이롱 끈으로 돼 있어 매끄러운 탓에 도저히 신발을 묶고 다닐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움터에 나온 전사들을 위한 배려치고는 너무한 것이었다.
얼마 있지 않아 우리가 다시 보충지급을 받았던 위장장복에서 갑자기 염색이 빠지기 시작했다. 원래 1968년 이전 추라이 지역에서 지급을 받았던 위장복들은 초록색이 짙은 그야말로 숲속 푸른 나무 잎의 색상과는 잘 희석 되는 매우 매력적인 색상의 위장복이었으나 왼 일인지 호이안으로 와서 지급된 위장복부터는 그 색상이 누른빛이 많이 도는데다 염색이 세탁을 할 때마다 빠지고 있었다.
이것은 위장복이 아니라 대원들 말처럼 노출복이었다. 모르긴 해도 야간에 매복을 나갔다 그로인해 적으로부터 발각이 되어 결국 목숨을 잃은 전우들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중대 소대장들은 이것은 국회국방 위원들에게 보내야 한다는 지론이 비등했지만 문제는 도착하기도 전에 검열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들어 그만 두었다.
결국 청룡부대에서 해병대 사령부로 강력히 항의를 한 후 부터는 이제 물이 안 빠지는 위장복이 아니라 물이 덜 빠지는 위장복으로 바뀌어 지급이 되었던 것이다.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고 있는 부하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치부를 한 윗사람들을 생각하면 과연 그들이 애국자인지 매국노인지 궁금할 때가 더러 있었다.
1970년대 어떤 국회위원이 어떤 실업가를 6.25때 마산 앞바다의 물에다 염료를 타서 간장이라고 군납을 했기 때문에 치부를 할 수 있었다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실업가는 발칵 노해 네 정치 생명을 끊겠다는 말로 응수를 해 잠시 사회가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다.
월남에서 우리가 먹었던 고추장은 내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의 고추장이 될 것 같았다.
아마 시뻘건 고유의 고추장을 먹으면 더운 날씨의 월남전에서 무엇이 잘못 될 수도 있을까 싶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납작한 나무통에 담겨 중대로 납품 된 고추장은 바로 된장에 고추 가루를 살짝 섞어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의 고추장이 납품 되고 있었던 것이다.
잘 먹고 죽은 놈이 때깔도 좋다는데 그래 조국을 위해 죽는 부하들에게 주는 고추장마저 피를 빨듯 빨아 먹어야 했는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끔은 내가 잘 못 살았던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장교들의 신발 꼬라지
** 끝 **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35구문굉 선배님 http://www.rokm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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