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대장의 죽음(1)
1968년 1월말에 있었던 적들의 구정공세가 두어달쯤 지나자,그 기세가 한풀 꺾여가고 있는것 같았다.
우리는 여세를 몰아 한층 수색작전을 강화해 우리지역의 적들을
완전소탕을 하는데 안간힘를 썼다.
그러나 현지의 사정이 어떤지를 잘 모르는 청룡(여단)본부의
작전부서나 대대본부의 작전부서에서는 항상 수색지점을 너무 많이 잡아 사실은 건성으로
지나가는데에만도 시간이 모라랐다.
사실 동굴의 입구를 발견하면 우리가 사과탄이라고 부르는 마치 둥근 사과 모양의 최류탄을 집어넣고 터뜨려야 하는데도 우리는 수류탄을 집어넣어 터뜨리고는 그만 그것으로 끝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시간도 없는데다 최류탄을 터뜨리면 그 더운 날씨에
방독면을 써야하고 방독면을 쓰면 누가 누군지 분간이 힘들어 지휘도 잘 안될 뿐만아니라,상의
칼라에 까스가 묻으면 쓰리고
따가운 것을 하루종일 참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날따라 중대 수색작전의 목표지점이 너무 많았다.
이동중 간혈적인 총격이 피아간에 잠시 있긴 했었지만 아무도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어 매우
다행스럽게 여긴 하루였다.
작전을
나갔다 돌아 오거나 매복을 나갔다 돌아오더라도 항상 소대별로 집합을 한 뒤, 소대장의 명에따라 "총기검사!" 라는 구호에 따라 모두들
탄창을 뺀 총구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연이은 "발사!"라는 구호에따라 방아쇠를
당긴다.
"차착"하고 빈총의
방아쇠가 격발되어 마치 한소리처럼 들리고 "이상무"라는 대원들의 소리가 연이어 합창이 되면 그날 하루의 고된 작전이 모두 끝이 나는
것이다.
"소대장님, 오늘 매복은 우리소대 차롄데요" 전령이 저녁밥을 내게 가지고 오면서 하는 말이다.
"알고 있어, 대원들 모두 밥먹고 나갈 준비나 잘 하라고
전달해"
오늘따라 너무 어려운
지역을 갔다 왔는데 하필이면 우리 차례라니.오늘은 좀 쉬었으면...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면 또 새롭게 생각이 바뀌는
것이 군인이다.
중대장실 앞에 소대원들을 집합시키자,오늘따라 너무 소란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소대 선임하사관이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치는데도 몇몇녀석들이
서로 말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야, 조용히 못해!" 목소리 큰 내가 고함을 한번
질렀다.
잠시 조용한듯하다가 또 소리가 난다.
마악
어둑해지려고해서 그런지,뒤에 있는 대원들은 뚜렷이 보이지가 않는다.
"이 새끼들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왜 출발 하기도 전에
싸우고 야단이야?"
벌써 쌍소리가
내 입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들아 여기서 나한테 맞아 죽는 것이 적한테
죽는것 보다 나아. 왜 하필이면
매복을 나가는데 싸우고 지랄들이야 응!"
나는 여태껏 없었던 일이 잠시 벌어진 것에 대해 왠지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선임하사관!"
나는 무사히 다녀 오라는 인사를
위해 나와있는 방중사를 불렀다.
"네"
"몽둥이 하나 빨리 가져 와!!"
방중사는 내 기세에 따라 어디론지 몽둥이를 가지러갔다.
"모두 무장 풀어!그리고 분대장은 열외.."
대원들은 모두 무장을 풀고 무장
옆에 조용히 열을 맞추고 서 있었다.
"열 맞추어 일열로 하나씩 내 앞에
서!"
나는 선임하사관이 구해온
나무 몽둥이로 매맞는 자세로 서 있는 대원들의 볼기를 향해 모두 세대씩을 후려쳤다.
30여명이 넘는 대원들을 혼자서 상대를 하고나, 땀이 옷에
베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부터 쓸데 없이 입을 여는 놈이 있으면 각오해!"
쥐 죽은듯 조용한 대원들을 본 후 나는 중대장실로 들어
갔다.
"출발 준비 끝!!"
왠지 중대장은 잠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머뭇거리는 것 같았으나 나는 아직도 흥분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아 얼른 돌아서 나와버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중대장은 낮에 작전이 너무 고되었다고 판단해 내 대신 중대를 지키고 있었던 포
소대장인 장 중위를 대신 보내려고 했었다는 것이다)..
야간매복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진입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통의 물이 꽉 채워지지 않아 출렁이는 소리가 들려도
안되고,야전삽이 꽉 조여지지 않아 철걱거리는 소리가 나도 안된다.
내가 대원들에게 기합을 준 것도 혹시라도 진입시 집중력을 잃고
대원들의 정신이 해이해질까 싶어서였다.
전해들은 얘기지만 적들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은
한국군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저녁 일곱시가 꽤 지난 시각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소리를
죽여가며 얼마남지 않은 목표지점을 향해 진입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조명탄이 하늘에서 터지고 있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아뿔사..
바로 우리중대가 있는
곳이 훤히 밝아있고 곧이어 헬리콥터 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있었다.
적의 기습공격? 적의 산발적 공격? 중대내의 사고?
내일 새벽 매복을 철수할 때까지는 중대본부에서 지시하는 말은
듣을 수는 있어도 무전으로
소리를 내어 물어 볼 수는 없는 입장이다.
매복취소와 귀대하라는 지시도 전연 없다.
또 포병대대의 위치가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와 상당히 가까운데도 포병대대에서 우리 27중대로 포사격을 해주는 소리도 없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무전기에서는 가끔씩 "브라보! 브라보! 여기는 델타! 이상없으면 두번 불어라 오버.."라는 우리의 상황을 확인하는 중대본부 통신병의 목소리가 여늬때와 다름없이 전달되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우리소대 통신병은 "후~ 후~"하고 송신기에 입을 갖다대고는 바람 소리를 내주었다.
결국 나는 중대내의
어떤 사고라는 것을 알아 차렸으나 날이 새기까지는 꾹 참고 매복에만 전념할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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