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5기 구문굉

해병대 긴빠이

머린코341(mc341) 2015. 11. 11. 21:46

해병대 긴빠이

  

이 참전수기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선배님 께서  쓰신 글을 양해하에 옮겨 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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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대나 마찬가지로 한두달 방어에만 열중하거나 야간매복에만 열중하다 막상 전투를 하는 작전에 투입되면 마치 운전면허를 따서 얼마 안되는 사람이 며칠 쉰 뒤 다시 운전을 할 때의 기분처럼 매우 어색하고 설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청룡부대의 정예라는 ㅌ중대는 1968년 1월 추라이에서 호이안으로 이동 한 후로 줄곧 청룡(여단)부대 본부의 외곽방어를 하기에 급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적들이 구정휴전을 틈타 많은 병력이 우리 해병대 지역에 산개되어 있었기 때문에 청룡부대 본부에서는 항상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정예중대인 ㅌ중대로 하여금 외곽 방어만을 하도록 했던 것이다.


몇개월이 흐른 후 이제는 평정도 어느정도 되어가는 중이라 주간에 벌어지는 대대급작전일 경우는 ㅌ중대도 함께 참가를 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중대와는 달리 같이 작전을 하더라도 어둡기 전에는 냉큼 청룡본부의 외곽 방어를 위해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러다보니 상대적인 전투력이 본의 아니게 떨어져 있는 것은 물론 대대급 작전에도 참가하는데만 의미를 둘 뿐 실질적인 전과는
거둘 방법이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상부의 기대는 그렇지를 않아 중대장은 항상 전과가 없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개미도 여왕개미를 위해 병정개미가 있듯이 ㅌ중대에도 중대장을 위해 고민을 풀어주는 부하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1968년 11월의 어느날 청룡본부담당의 수사관으로부터 수사보고서가 한건 올라왔는데 그 내용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말하자면 노획품 창고에 ㅌ중대가 적을 사살하고 노획했다는 노획소총이 한정 들어왔는데 총류는 M16이며 총번을 조회해 보니
바로 ㅌ중대 자기들의 총이라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베트콩들도 주로 미군들로부터 노획환 M16 소총을 소지하는 경우가 있긴하지만 우찌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나는 청룡부대 외곽에 있는 ㅌ중대장 ㅅ대위를 즉시 불렀다.


ㅅ대위는 자기 동기생 중 가장 빨리 중대장을 나간 사람이며 내가 기초반교육을 받을 때 우리 소대장을 했던 사람일 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의 친구였기 때문에 나와는 매우 친한 사이였다.


늠름한 몸매에 새까만 얼굴을 하고 권총을 차고는 힘없는 걸음을 하고 수사과로 들어 오는 ㅅ대위가 보였다.
그가 내 앞으로 걸어들어 오자 나는 웃음부터 나왔다.


"우선 앉아서 땀이나 좀 닦으시지.."
"야.. 이거 어떻게하지?"
"내가 받은 보고는 ㅌ중대 중대원이 다낭에 나가 미군총을 슬쩍 긴바이(좋은 의미로 잠시 실례)한 모양인데 그래 그걸 자기총과 구별을 못해
긴바이한 미군총은 자기가 갖고 자기총은 전과라고 보고를 했으니...... 명색이 그 이름을 자랑하는 ㅌ중대의 체면이 말이 아닐세. 거기다 전과보고까지 올렸잖나..."


ㅅ대위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 앞을 왔다 갔다하면서
"야..어떻게하지? 어떻게하지?"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정신 차리고 좀 앉아있어.. 내가 어떻게 해볼께. 아직 헌병대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사건이야"


나는 담당 수사관과 통화를 했다.


"야.. ㅎ중사! 노획품 사건은 불문에 부치고 ㅌ중대에서 누가 올테니 미군총과 ㅌ중대총을 바꾸어주도록 창고에 얘기하고
노획품 대장의 총번도 수정하도록 해줘"


ㅅ대위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야.. 구중위 고맙다"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중대장이나 잘 마쳐, 그래도 동기생 중에는 선두주자 아이가"


들어 올때의 모습과는 달리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그의 뒷 모습이 매우 믿음직 스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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