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美 해병대의 한국 소총 체험…K 계열 소총 고사(枯死)위기
지난 2월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일대에서는 한미 해병대가 함께 설한지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 해병대가 한국 지형과 기후를 익히고 한국 해병대와 전술을 공유해 연합 작전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미 해병대는 이 훈련 기간 독특한 경험을 했습니다. 잠시 김포 해병 2사단으로 이동해 한국 소총과 권총을 두루 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S&T 모티브가 제작해서 한국 해병대가 사용하고 있는 K1A 기관단총, K2 소총, K201 40mm 유탄발사기, K14 저격용 소총 그리고 K5 권총이 미 해병대 손에 쥐어졌습니다.
● "가볍다" "미군 소총과 다를 바 없다"
한국 소총 사격에는 미 해병대 제3해병원정대, 해병3사단, 3정찰대대 알파중대 대원들이 참가했습니다. 소총 뿐 아니라 안전헬멧과 방탄복도 한국 해병대의 것을 사용해봤습니다. 반응은 제법 괜찮았습니다.
알파중대 리차드 베노 상병은 “미국 소총과 정말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며 “내 임무를 고려한다면 K1A가 가벼워서 적격”이라고 말했습니다. K1A는 탄창을 뺐을 때 2.78kg로 미군 M4A1보다 100g 정도 가볍습니다.
가장 인기를 끈 소총은 한국 해병대에도 보급된 지 얼마 안 된 K14였습니다. 저격용 소총입니다. 유효 사거리가 800m이고 정확도는 1.0 MOA입니다. 100 야드 거리에서 여러번 사격했을 때 표적지의 탄착군이 1인치 즉 2.54cm 안에 형성됩니다. 한미 해병대들이 너나없이 쏘아 보겠다며 손을 들었습니다.
전투 능력, 용맹으로 치자면 세계 최강인 대한민국 해병대도 미 해병대의 무기 적응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해병 2사단 김 모 병장은 “미 해병대들은 두어 발 정도 사격 교육을 받은 뒤에 곧바로 과녁에 명중시켰다”며 “새로운 무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소총을 실컷 쏘아 본 미 해병대는 한국 해병대에게 미국 소총을 사격해 볼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명맥 끊길 위기의 K 계열 소총들
미국 해병대가 좋은 평가를 내린 한국의 대표 소총 K2 생산이 내년에 일시 중단된다는 뜻밖의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군이 내년 K2 소총 수급계획을 ‘0정’으로 책정한 것입니다.
군이 전시 동원 예비군용과 전시 초기 피해를 고려한 비축량까지 모두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군은 내년까지 현역 장병 전원에게 K2를 지급하고 예비군 전원에게는 K2 또는 M16 소총을 지급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K1까지 합치면 230만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군은 설명했습니다. 군은 후년부터는 교체 수요가 연 3천정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내년에 주력 K2의 생산을 중단하고 후년부터 3천정을 생산하면 제조업체가 버틸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국내 유일의 소총 생산업체는 S&T 모티브입니다. 43년 전 국방부 조병창으로 출발해 현재 연 10만정 이상 생산 가능한 설비와 생산인력 450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S&T 모티브가 폐업을 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면 될 일 같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소총 제조업체는 유사시 대량의 소총을 공급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문을 닫을래야 닫을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S&T 모티브 관계자는 “인력과 설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연 5만정 생산이 필수적”이라며 “내년부터는 장비와 인력을 놀리든, 내치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군이 필요도 없는 소총을 계속 만들라고 돈을 내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업체는 설비와 인력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S&T 모티브가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 ‘유사시 소총 공급’ 의무를 지킬 여력을 유지한다면 다행이지만 갑자기 해외 시장이 열릴 리 만무합니다. 현재로선 K 계열 소총의 진화는커녕 명맥 유지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SBS뉴스] 201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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