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바다위 전초기지 '천왕봉함'…수평선 밖에서 상륙작전
美 중고 상륙함 사용한 해군, 국산 기술로 상륙함 개발 시작
국산화율 96% 천왕봉함, 이전 상륙함 대비 속도·탑재능력↑
축구장 1.3배 크기에 아파트 15층 높이..최대속력 23노트
방어체계 보강 및 초수평선 상륙작전 수행으로 생존성 강화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올해 1월 30일 진해 해군기지를 출발한 천왕봉함은 태국으로 향했다. 다국적군의 인도적 연합훈련인 ‘2016 코브라골드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2015년 해군작전사령부 예하 제5성분전단에 배치된 천왕봉함의 첫 해외 원정길이었다.
1982년부터 매년 열리는 코브라 골드 훈련은 미국 태평양사령부와 태국군사령부가 공동 주관하는 다국적 평화유지 활동이다.
무력분쟁이 발생한 지역에 국제연합(UN)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다국적군이 투입돼 분쟁을 종식시키고 안정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숙달하는 인도적·평화적 훈련이다.
상륙기동부대인 해병대 병력 230여명을 포함해 총 440여명의 병력과 상륙돌격장갑(KAAV) 8대 및 전차(K-1) 4대를 실은 천왕봉함은 진해군항을 출발한지 8일 만에 태국 싸타힙항에 도착했다.
천왕봉함은 태국 핫야오 해안 일대에서 연합상륙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유사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차기 상륙함 1번함인 천왕봉함이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6·25 전쟁 이후 美 중고 상륙함 운용
6·25 전쟁에서 가장 유명했던 전투 가운데 하나가 인천상륙작전이다. 1950년 9월 15일 UN군이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인천에 상륙해 북한군의 ‘허리’를 절단해 섬멸하는 작전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의 전세를 바꾸고 서울 수복의 기반을 마련한 군사작전으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병대원을 태우고 적진 후방에 침투할 수 있는 상륙함(LST)이 필수다.
우리 군은 6·25 전쟁 이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쓰던 상륙함 8척을 도입했다. 당시 우리 해군은 이 함정을 운봉함(LST-671)이라고 불렀는데 노후화가 심각해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해군은 한진중공업(097230)(3,935원 45 -1.13%)을 통해 1993년 고준봉함(LST-681)을 시작으로 비로봉함(LST-682), 향로봉함(LST-683), 성인봉함(LST-685) 등 4척의 고준봉급 상륙함(LST-Ⅰ)을 건조했다.
고준봉함은 우리나라의 첫 상륙함 건조 프로젝트였지만 미국 상륙함 설계를 현대화한 수준에 그쳤다. 최신 기술이 적용되지 못한 탓에 지대함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이 없었다.
공격 수단도 기관포 정도 뿐이었다. 속도도 느려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컸다.
이같은 고준봉급 상륙함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 천왕봉함이다. 천왕봉함은 기존 2600톤급 고준봉함 보다 크기 더 커진 4500톤급의 차기 상륙함(LST-Ⅱ)의 선도함정이다.
2011년 10월 한진중공업이 건조를 시작해 2014년 12월 취역했다.
천왕봉함 주요 무장 체계 [해군 제공]
◇국산 차세대 상륙함 건조, 국산화율 96% 달해
우리 해군은 상륙함정의 이름을 적지에 상륙해 고지를 탈환한다는 의미로 지명도가 높은 봉우리명을 사용한다.
천왕봉은 1967년 국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의 최고봉으로 백두대간 남부의 중추봉이다.
천왕봉함은 길이 126.9m, 폭 19.4m로 축구장의 1.3배 크기다. 37.2m의 키로 아파트 15층 높이와 맞먹는다.
우리 해군 함정 중 독도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최대 승조 가능 인원은 상륙군 포함 420여명으로 기존 상륙함의 350여명 대비 탑승 인원이 늘었다.
2대의 상륙기동헬기 이·착륙이 가능하고 고속상륙주정(LCM) 3척과 상륙돌격장갑차 및 전차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최대속력도 23노트(시속 40km)로 기존 상륙함 보다 5노트 이상 증가했다.
특히 천왕봉함에는 기존 상륙함에 없었던 상륙작전지휘소 기능이 신설됐다. 상륙함의 주임무는 상륙작전을 위한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고 국지 분쟁 시 신속 대응 전력을 분쟁 지역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이때 전대나 전단이 꾸려지는데 여기서 천왕봉함은 ‘기함’(旗艦) 역할을 한다. 전대장(대령)이나 전단장(준장)급 지휘관이 천왕봉함에 탑승해 상륙부대와 호위함 및 항공전력 등을 지휘한다는 의미다.
천왕봉함에는 작전 지휘를 지원하는 통신체계 등이 갖춰져 있다. 천왕봉함은 바다에서는 주로 위성을 통해 통신하며 얼굴을 보고 회의할 수 있는 화상회의 장비도 설치돼 있다.
천왕봉함의 전투체계와 레이더, 함포 등 주요 장비는 국내 개발 제품으로 선체 포함 국산화율이 96%에 달한다.
전투체계가 국산화 됨에 따라 기존에 따로 운용했던 탐지장비와 무기·모니터링 센서 등이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통합됐다. 지휘 결심을 그만큼 빨리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또 화면 뿐 아니라 장비운용 매뉴얼과 컴퓨터 키보드까지 한글화함으로써 기존 영어 체계보다 장비 운용이 쉬워졌다.
선체 앞에는 ‘노봉’이란 이름의 국산 40mm 함포가 장착돼 있다.수직발사관도 설치돼 있는데 이는 국산 방어유도탄(SAAM)을 탑재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천왕봉함은 ’마스(MASS)‘라는 독일제 기만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대함 미사일에 대응해 함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연막을 피워 함정의 모습을 감추고 열을 발생시켜 적외선 미사일을 교란시킨다.
해병대원을 태운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천왕봉함을 빠져나와 적이 점령하고 있는 해안가로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적 시야 밖에서 상륙작전 시작으로 함정 생존성 제고
천왕봉함은 미 해군이 구사하는 ‘초수평선 상륙작전’(Over The Horizon Amphibious Assault)이 가능한 상륙함이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상륙함이 직접 해안에 접근해 병력과 장비를 내려놓는 기존의 개념과는 다르게 적의 관측에서 벗어나 수평선 너머에서 시작하는 상륙작전이다.
적 미사일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륙함은 먼 바다에 있고 헬기와 상륙돌격장갑차,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 등이 병력과 물자를 실어 해안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천왕봉함은 물이 차오르는 갑판을 의미하는 ‘웰도크’(Well Dock)를 갖추고 있다. 이 갑판에서 상륙정을 발진시킨다.
상륙정을 발진시킬 때 천왕봉함은 배를 살짝 가라앉혀 배 안에 물을 채워 상륙정이 쉽게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천왕봉함은 함수 부분에 2대, 함미 부분에 1대의 상륙정을 탑재하고 있다.
상륙정은 한 대에 100여명의 병력 혹은 전차 한 대를 실을 수 있다. 상륙정의 최고속도는 20노트(시속 37㎞) 가량이다.
천왕봉함에서는 2대의 UH-60급 헬기를 운용할 수 있다. 향후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모태로 한 상륙기동헬기가 전력화 되면 천왕봉함의 상륙작전 수행 능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천왕봉함장인 김형곤 중령은 “기존 상륙함인 LST-Ⅰ 대비 LST-Ⅱ는 2배 이상 탑재 능력이 증대됐고 속도 역시 빨라졌다”면서 “특히 공중과 원거리에서의 입체적인 상륙작전이 가능해져 우리 군의 단독 상륙작전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201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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