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아리랑(14)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下)
2009년 5월 25일, 북한은 기어이 핵실험을 성공시켰다. 지난날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의 화해무드는 단지 북한의 기만술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한민족이 그토록 열망하는 평화의 염원과는 아랑곳없이 꾸준히 핵을 개발해왔던 것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인 핵폭탄은 바야흐로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미국, 러시아, 중국만이 보유하고 있었던 ICBM(대륙간탄도유도탄)을 일찍이 북한도 갖추고 말았으니, 가히 북한은 세계 4번째의 군사강국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작금의 김정일은 그의 아들을 벌써부터 후계자로 내세움으로써 세습체제의 통치기반을 영구적으로 굳히고 있다. 현대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왕조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실로 어느 날 갑자기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버린 한반도, 이제 이 나라는 북한과의 무력대치 상황 속에 항상 핵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대한민국에 대하여 그동안의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대남비방과 반정부선동을 일삼으며, 우리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등 전쟁용어를 구사하면서 호시탐탐 협박을 가하고 있음이 오늘날 한반도의 주지하는 현실이다.
참으로 위험천만이며 유감천만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같은 민족으로서 지금까지 경제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대한민국으로서는 무색할 정도로 배신감을 느끼며, 그 폭거적 작태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한반도에 긴장감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더욱이 적화야욕에 혈안이 되어 있는 그 북한을 바로 목전에 두고서도, 우리나라는 마치 안보불감증에라도 걸린 듯, 먼 나라의 남의 나라 이야기를 듣는 듯 하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다분히 예상되는 이 와중에 이 나라 정부는 하필이면 이때에 병력감축을 거론하는가 하면, 정치권 또한 여야가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다가 국론의 분열만을 야기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민주를 주장하면서도 오히려 민주를 파괴시키는 양상을 빚고 있다. 마치 지난날 패망직전의 월남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한 양상에 심히 우려감을 감출 수가 없다. 여기서 우리는 월남의 패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월남은 결코 월맹의 군사력에 의해 붕괴된 것이 아니다. 지도층의 부정부패, 국민들의 안보의식 결여, 좌익단체의 선전·선동 등으로 국론은 나날이 분열되어 갔고 사회는 점점 혼란으로 빠져들어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의 시민단체·종교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 하면서 부르짖는 반전반미구호, 미군철수 주장, 반정부 데모는 가뜩이나 어지러운 정국을 더욱 혼돈으로 몰고갔다.
마침내 월남은 스스로 자중지란한다, 월맹은 수순으로서 형식적인 전투만 치루었을 뿐, 그대로 월남을 접수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100만명의 월남 피난민이 바다를 통하여 탈출을 시도한다. 이른바 보트피플, 그들은 정처없이 기약없이 바다위를 떠돌았다. 태풍을 만나기도 했고 해적을 만나기도 했다. 나라잃은 망국의 설움, 이보다 더 애달픈 감정이 어디 있으리요.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두운 탓인가. 무책임, 무원칙, 무질서... 과연 이 나라 대한민국은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증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가, 실로 이러한 모습은 그 모두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내팽개치는 지극히 실망스러운 행위이다.
그것은 주인의식이 결여된 참으로 무책임한 행위이다. 진정한 집주인은 자기 집의 울타리를 든든히 쌓는다. 그리고 그 울타리를 소중이 여긴다. 그것이야말로 내 가족을 지키고 재산을 지키고 나아가 평화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허물어진 울타리로서는 결코 내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인류역사가 발견한 동서고금의 공통된 이치인 것이다.
한 집의 울타리 개념, 그것은 국가로서의 안보개념과 일치한다. 진정 이 나라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면, 먼저 이 나라의 울타리걱정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대한민국의 주인 될 자격을 가지는 것이며, 그런 연후에 비로소 민주를 부르짖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 또한 진정 대한민국을 위한 집단이라면, 그 울타리를 소중히 하는 정신부터 만천하에 보여준 연후에 그 다음으로 정책의 시시비비를 논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그 진정한 가치를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나라 정부도 대한민국의 진정한 정부라면 모든 정책에 우선하여 이 나라 울타리를 든든히 쌓는 공사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정부에 대한 기왕의 불신감이 해소되면서 나아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 속에 맡은 바 나머지 소기의 정책들도 무난히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는 범치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들의 삶에 있어서 행복과 평화를 지켜주는 구실을 하는 울타리, 그 중 가장 큰 울타리는 바로 국가의 울타리인 것이다. 그 울타리에는 보이는 울타리와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다. 보이는 울타리가 국방정책이라면, 보이지 않는 울타리란 바로 보훈정책인 것이다. 예컨대 진시황의 만리장성이 국방정책이라면, 서구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진작은 바로 보훈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주제는 보훈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논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보훈정책의 현주소는 어디까지 와있는가. 그 보훈열차에는 정작 우선적으로 태워야 할 진정한 유공자는 내버려 둔 채, 오히려 후순위의 이상한 유공자를 더 많이 태운 채, 그나마 애국심 함양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애국심 퇴보의 길로 달리다가 기어이 수렁에 빠져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자격이 없는 자는 태우지 말아야 했고, 길이 아니라면 더 이상 가지 말아야 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유공자란, 보훈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군대의 자기희생으로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참전유공자, 즉 파월용사들을 말하는 것이다. 파월용사들은 이 나라를 전쟁의 위기에서 건져내었고 또한 이 나라를 가난의 굴레에서 건져내었다. 그야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국가유공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정권들은 그들을 이용하기에만 급급했고, 좌파정권들은 그들을 홀대하기에 급급하면서 국가유공자의 인정에는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과연 우리나라 보훈법의 규정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으려면 이 나라 정권들에 이용당하고 홀대받는 반세기에 가까운 과정을 요한다고 되어있는 것인가. 그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의 역대정권들은 보훈정책을 소홀히 한 결과 모두 직무유기를 자행한 것이다. 국가안보에 투철치 못한 그런 정신으로 이 나라를 다스려왔으니 어찌 진정한 유공자의 숭고한 정신이 선양될 수 있었을 것이며, 어찌 국민들의 애국심이 함양될 수 있었으리요. 오로지 무심한 세월 속에 선양되어야 할 파월용사들의 공적은 날로 날로 비하되어갔고, 함양되어야 할 국민들의 애국심은 날로 날로 피폐되어갔을 뿐이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이상한 유공자들이란, 뚜렷한 자기희생의 공적도 없이 단순한 사고나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국가에 의해 피해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유공자가 된 경우를 말한다. 애당초 이런 자들은 국가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 자로서 국가배상법의 차원에서 해결하여야 할 성질이지, 결코 국가에 대하여 희생을 한 자로서 국가보훈법의 대상에 해당하는 자로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보훈정신의 잘못된 해석과 보훈제도의 그릇된 운용으로 말미암아 국가에 대한 희생자와 국가에 의한 피해자가 같은 개념으로 혼동되면서, 오늘날 본말이 전도된 기형적인 유공자들이 다량 배출되어 온 것이다. 그 결과 파월용사들의 가슴에는 상대적 배신감과 박탈감 속에 지난날의 국가에 대한 충정이 부질없었음을 느끼는 가운데 회한과 한숨만이 쌓여갔고, 국민들의 가슴에는 그나마 남아있던 애국심은 어느새 사라져가고 그 대신 그 자리에는 황금만능주의, 집단이기주의, 한탕주의 등 바람직하지 못한 정신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계속)
출처 : 융이 님 블로그, http://blog.chosun.com/chikookp/413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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