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아리랑(12) - 슬픈 영웅들(下)
현행 국가유공자 관련 모법인 “국가유공자 등 예우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보훈대상을 “희생자 및 공헌자”로 통칭하면서 그 목적을 미래지향적 공훈선양을 강화함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법률에 의하면 국가유공자 지정대상 17개 항목이 있는 바, 우선순위별로 집약대별하면, ①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②생명희생자(전사·순직), ③신체손상자(전상·공상) 및 무공수훈자 및 보국수훈자, ④특별공로자의 4가지 순위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군인이 국가유공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사자나 전상자 혹은 훈장을 받은 자가 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여한 파월용사들에 대해서는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나마 ④의 특별공로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으나, 애매모호한 추상적 규정으로 말미암아, 좀처럼 이 나라 정부는 파월용사들을 특별공로자로도 인정치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파월용사들에 대하여 특별공로자의 차원에서 그 해당 여부를 두고 자의적인 해석에 의존케 함도 결코 순리에 맞지 않는다. 파월용사들은 전쟁의 상황을 맞아 그 모두가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나아갔다. 전사자나 전상자 그리고 참전자, 그 모두가 국가의 안위를 목전에 두고 죽음을 각오한 그 숭고한 정신에는 그 누구도 아무런 우열을 매길 수 없다. 그러므로 평화 시에는 순직·공상을 당한 자에 한정하여 국가유공자로 인정한다 치더라도, 전쟁 시에는 비록 전사자나 전상자가 아닐지라도 참전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유공자로서 인정되어야 함이 명문으로 따로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평화 시의 병역의무 수행과 전쟁 시의 병역의무 수행은 그 임하는 정신 자체부터 천지차이로서 결코 같은 잣대로 다루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어째서 평화 시에 군대훈련을 받다가 대머리가 된 자는 숭고한 정신을 가진 자로 인정받아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으며, 어째서 전쟁터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자는 숭고한 정신이 그보다 못한 자가 되어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는가. 참으로 불가사의한 결론이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보훈기본법”에 의한 희생공헌자의 우선순위를 보면, ①일제로부터의 조국의 자주독립, ②국가의 보호 또는 안전보장, ③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④국민의 생명 또는 재산의 보호 등 공무수행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네 파월용사들은 그 희생공헌의 순위가 ②의 국가의 보호 또는 안전보장에 해당되는 바, 당연히 국가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예우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파월용사들은 ③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에 해당하는 5·18 민주유공자보다도 못한 존재로 밀리면서 여태껏 국가유공자의 대열에조차 끼이지도 못한 채 홀대받는 세월이 어언 40년이 흘렀다.
과연 파월용사들의 이룬 업적이 5·18 민주유공자의 업적보다 못한 것인가. 상기 보훈법의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국가 자체의 존립과 보호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보다 순위에 있어서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국가의 안전보장이 보훈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일제시의 독립운동가를 제외하고는 국가안녕에 대한 공헌이 최우선순위로서 최상의 가치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로 국민을 국가가 지켜준다면 그 국가는 바로 군대가 지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보훈정신은 군대에서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하는 것이다. 국가가 있고서야 비로소 자유도 있고 민주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존재를 근거로 하여 단지 국가의 내부적인 제도를 개선함에 의미가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공헌이, 결코 외부로부터의 위기에서 국가를 건져낸 국군의 공헌에 비하여 앞선다고 볼 수 없다.
궁극적으로 보훈정책이란, 국방정책과 함께 국가안보에 맥을 같이하는 숭고한 정책으로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국방정책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투력배양에 있다면, 보훈정책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애국심 고취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군인으로서의 국가유공자의 의미는 국가자체를 전제로, 그리고 위기(전쟁)를 전제로, 그리고 자기희생의 정신을 전제로 하여 그 개념이 다시금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의미를 재정립한다는 것... 그것은 결코 국민들의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수 없는 필수사항인 것이다. 그것은 빛바랜 이 나라의 정기를 다시금 살리는 길이며, 이 나라의 유사시, 이 나라를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다시금 살려내는 유일무이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길은 국가의 엄숙한 절대적 지상명령이며, 정부로서는 숭고한 사명감 속에 기필코 완수하여야 할 절대적 지상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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