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518기 전종권

[어느 해병의 실록(8)]빼앗긴 동정(上)

머린코341(mc341) 2016. 8. 28. 04:04

[어느 해병의 실록(8)]빼앗긴 동정(上)

 
지옥 같던 포항 땅을 뒤로하고 2박3일간의 휴가를 떠나는 정복의 발걸음은 솜털처럼 깨끗하고 가벼웠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어머니는 분명 연속극을 보시다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정복을 반겨줄 터였다. 낡고 떨어진 대문 앞에 정복은 발걸음을 멈췄다.


"엄마! 엄마"


정복은 엄마를 부르며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다.


"누고?"


어머니는 방문을 열고 내다보다가 꿈에도 그리던 아들이라는 걸 알고는 버선발로 뛰쳐나오셨다.


"아니 이게 누구여? 이거.....내...내....내 새끼 정복이 아니여! 아이고 시상에....."

"엄마...어....엄.....마.....흐흐흐흑"


정복은 엄마를 끌어안으며 참고 참았던 통곡을 토해냈다. 교관 앞에서 짓밟힐 때도 배가 고파 앞이 안 보일 때도 이를 악물고 참고 참았던 눈물이었다. 어머니도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통곡했다.


얼마나 가슴 아프고 쑤시던 자식이었던가. 가슴에 박힌 큰못이 되어 마구 쑤셔 대던 자식과 어머니의 눈물이 홍수처럼 넘쳐흐르고 있었다. 허름한 달동네의 밤이 깊어가며 두 모자의 눈물에 젖고 있었다.


어머니는 한 달 반만에 만나는 자식을 10년 반 만에 만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셨다. 훈련받을 때는 밥도 굶긴다는데 밥이라도 실컷 먹여야 한다시며 바구니가 찢어지도록 장을 봐 오셔서는 정성스레 밥을 지어 조선시대 마당쇠가 먹었을 양의 밥을 퍼 정복 앞에 내 밀었다.


어머니는 그 앞에 앉아 정신 없이 밥을 퍼 넣는 모습을 바라봤다. 어머니가 해 주시는 된장찌개와 갈치 조림이 정신 없이 퍼 넣던 정복은 수저조차 들지 않고 자식 밥 먹는 것만 쳐다보시며 흐뭇해하시는 어머니를 보자 괜히 무안했다.


"엄만 왜 안 드세요?"

"내는 그 동안 뜨신 밥 많이 안 묵었나. 그리고 니가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내는 배부르다"


다음 날 아침 정복은 늦은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애인 애경일 만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와중에 친구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접하곤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탓이었다. 애경은 정복이 입대하고 일주일도 못 되 다른 남자 품으로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애 닮았던 사랑이었던가. 얼마나 공들었던 사랑이었던가. 정복은 그런 사랑을 하찮게 생각한 애경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확인 사살을 위해 전화 걸기를 시도했지만 애경은 정복의 전화를 회피했다. 회피한다는 건 사실이라는 걸 뜻했다. 정복은 들고 있던 수화기를 집어 던져버렸다. 수화기는 단단한 벽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시련에는 술이 최고였다. 그리고 방탕함도 도움이 되었다.


"어서 오세요"


어두운 조명아래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앉아있던 스물은 갓 넘은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복을 향해 교태 섞인 인사를 했다. 여자는 테이블 두 개 쯤 배열해 놓고 눈먼 주정뱅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생계를 유지하는 하는 듯 어두컴컴한 가게를 커버하려 어울리지도 않은 화장을 손질하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그리 예쁘진 않았지만 몸매만큼은 어딜 내 놔도 빠지지 않았다. 정복은 얼굴을 들고 맞은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은은한 붉은 꼬마전구 아래 눈화장을 짙게 하고 입술을 붉게 칠한, 꼭 요괴 같은 여자일 줄 알았는데 그의 생각이 예상 밖으로 빗나갔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헐렁한 블라우스에 생 머리를 길게 기른 화장기 전혀 없는 여자가 자기를 보고 생긋 웃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전혀 생각나지 않는 마치 이웃집 누나 같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정복은 맥주 2병과 마른안주 하나를 시킨 다음 여자가 따라준 잔을 벌컥 이기 시작했다. 맥주 2병은 금방 바닥을 들어냈다.


"시련 당하셨나봐 왜 이렇게 급하세요 군인아저씨?"

"시련.....시련이라......하하하하하하"


술기운이 온 몸을 지배하자 정복은 시련이란 말에 헛웃음만 났다. 맥주 3병을 들고 온 여자를 향해 정복은 의미 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시련을 알어?"

"왜 몰라요 저도 여잔데"

"당신이 여자라....."

"왜요? 제가 여자로 안 보이세요?"

"그게 아니라..당신이......그러고 보니 내가 자꾸 당신이라 그러네....이름이?"

"김이예요"

"그래 미스 김......미스 김 눈에는 내가 남자로 보이나?"

"그야 당연하죠. 그것도 아주 멋진"

"아하 이 아가씨 사람 볼 줄 아네? 우리 마음도 통하는데 연애나 한번 해 볼까?"

"연애요? 하하하하 연애라면 제가 반대할 이유가 없죠. 안 그래도 외로웠던 참이였는데"


정복은 옆에 앉은 여자가 외로웠던 말에 동정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치곤 굵은 한쪽 다리를 그녀의 다리 위에 얹었다. 그 행위는 어쩌면 술  기운 탓 일 수도 있었고 애경에 대한 복수일 수도 있었다.


"미스 김, 너 오늘 진짜 숫총각 만났다. 꼭지도 안 딴 견본으로 자지 하난 부이아이필거다. 며칠 몸 살깨나 앓게 만들어 줘 봐 그러면 내 이 집 술 다 사지."


정복은 술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자 이 술 한잔 먹고 내 자지 꼿꼿이 함 세워 봐"

"성미도 급하셔라 저도 목이나 축이고 볼일을 봐도 봐야죠. 군인아저씨가 오늘 첫 손님인데...간판도 내려야하고"


정복은 미스 김의 잔에 술을 따랐다. 미스 김은 받아 쥔 술잔을 금방 비워냈다. 몇 번의 술잔이 오고가고 술기운이 정복을 지배하자 본능적으로 미스 김의 블라우스 단추를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 손안에 잡히는 커다란 젖의 느낌이 정복은 싫지 않았다.


미스 김은 어깨를 틀며 그 손을 뿌리치곤 스스로 단추를 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정복의 바지 자크를 내려 그곳에 얼굴을 묻었다. 정복은 아래로부터 전해져 오는 쾌감에 눈을 감았다.


  -8부 끝-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518기 전종권 후배님  http://www.rokmc.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