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병의 실록(9)]빼앗긴 동정(中)
소파 위에 누운 정복은 미스 김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겼다. 미스 김은 정복의 몸 구석구석을 공격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정복의 몸도 싫지 않은 듯 아랫도리가 불타오르며 여자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않았다.
애경이에 대한 복수심에 순간적으로 미스김의 유혹을 묵인했지만 동정만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눠야 한다고 신앙처럼 믿어왔었기에 마음 한 구석은 깨림찍 한 건 사실이었다. 정복은 마음과는 다르게 반응하는 자신의 몸이 미치도록 싫었다. 하지만 미스 김은 정복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복의 몸 위를 기며 음과 양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복은 미스 김과의 관계가 처음은 아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친구들에 의해 환송식을 받던 날 밤 이었다. 친구들은 정복에게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술을 퍼 먹였다. 혀가 꼬부라지고 몸이 비틀거릴 만큼 퍼 먹이곤 군대 가는 남자는 누구나 간다고....군대가는 통과 의례라고....딱지 떼지 못하면 큰 사고 당한다고 정복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정복은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에서도 애경이를 떠올렸다. 비록 군대간단 통보에 3년은 기다릴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겨 마음 한 구석이 서운했지만 애경이 말고 다른 여자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환락의 거리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친구들은 안전한 군대생활이라는 그럴사한 명분을 내 세워 정복의 몸을 환락의 거리로 밀어넣었다. 작은 쪽문이 달린 자그마한 방으로 여인이 정복을 안내했다.
방으로 들어가자 창문에 부딪히는 비알갱이 소리가 여자의 향수와 함께 정복의 가슴을 후벼팠다. 정복은 실루엣 가운에 짙은 화장을 한 여인을 흘깃봤다. 어름잡아 스물은 갓 넘었을까 말까한 얼굴....어쩌다 이런 곳까지 흘러 들어왔을까......정말 자신이 원해서 이런 일을 하는걸까 정복은 스쳐 생각했다.
"오빠 딱지 떼러왔지?"
여인은 정복을 보자마자 능구렁이 눈칫밥을 때렸다. 정복은 여인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그의 앳된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다.
"눈치하난 빠르군"
"그럼요 눈치 빼면 시체죠"
정복은 여인의 맞은 편에 누워 빗물이 떨어지는 창밖을 바라봤다. 빗물은 창문을 타고 하릴없이 밑으로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오빠 롱타임이야 숏타임이야? 난 롱이었으면 좋겠는데......"
"롱? 숏? 난 그런 거 몰라....친구들이 밀어넣어 들어오긴 했지만.....그런데 왜 롱이었으면 해?"
"음....순박함이라고 할까? 오빠를 처음 보는 순간 이런데 올 사람 같지 않았어"
"헛참...순박한게 아니라 어리버리로 보였겠지"
"아냐....절대 그건 아냐..정말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갖춘 왕자 같애....비도 오겠다....시답잖은 소리 그만하고 누워서 이야기나 하자"
"그거 좋은 생각이네?...굿 아이디어"
여인은 창밖을 향해 누워있는 정복 옆에 팔 벼개를 했다. 정복은 술기운 탓에 그런 여인의 행동이 싫지 않았다.
"이름이 뭐지?"
여인을 향해 비스듬하게 자세를 바꾼 정복이 여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름은 알아서 뭐해요 그냥 숙이라고 해주세요"
여인은 이름따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무렇게 대답하곤 창밖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하안 님아....정을 주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이고 가슴이야 가슴이 불덩이 같네"
여인이 노래를 부르다 말고 자기 가슴을 손으로 때렸다.
"오빠! 내 가슴이 타 버릴 것 같아 한번 만져 볼래?"
여인이 정복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정복의 손을 자신의 옷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가슴은 브래지어도 걸치지 않은 맨몸이었다. 실하고 커다란 젖가슴이 손 안에 가득 느껴졌다. 여인의 말대로 뜨거운 가슴이었다. 불과 같이 타오르고 있어서 손을 데일 것만 같았다.
"내 가슴이 왜 이렇게 뜨거운지 알어 오빠?"
정복은 대답대신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여인의 말을 가로 막으며 몸을 일으켰다.
-9부 끝-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518기 전종권 후배님 http://www.rokm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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