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병의 실록(12)] 초소에서 생긴 일
귀관 애인있나?"
"없슴돠!"
어려운 신고 후의 면담에서 대대장은 무엇보다 무사고와 사단 선봉대대의 영예를 이룩한 자신의 지휘 능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복은 아무래도 좋았다. 하루 빨리 소대에 귀속되어 실무 생활에 적응하고 싶을 뿐이었다.
대대장은 신병이 올 때마다 애인이라던가 집안 문제같은 개인 신상을 묻는 이유는 부대 생활에 빨리 적응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며 부연설명까지 했다. 정복은 보기와 다르게 신병 하나에도 치밀함을 보이는 대대장이 두렵게 느껴졌다.
자대 배치를 받고 처음으로 나서는 보초 길은 멀고도 험했다. 본부행정반에서 나올 때부터 캄캄한 어둠 뿐이었다. 손톱 밑에서 위태 위태하게 남아 있던 봉숭아물처럼 보이던 그믐달이 자취도 없어 사라졌다. 정복은 앞서가는 고참 뒷꿈치만 바라보며 걸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철커덕거리며 엉덩이와 옆구리를 부딪히는 총의 반동이 신경쓰였다.
3초소에 도착하여 보초 교대를 했다. 수하(誰何)를 하고 원두막처럼 생긴 초소로 들어가며 정복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소매끝으로 문질러 닦았다. 상병 계급을 단 정 해병이 보초 근무시의 주의 사항을 물었다.
정복은 순검 시간에 암기했던 보초의 일반 수칙과 특별 수칙의 조항들을 순서대로 떠올리며 조소의 창턱에 설치된 새총 모양의 총 받침대에 총을 얹으며 정 해병의 질문에 답했다. 정해병은 막힘 없이 수칙을 풀어내는 정복을 한번 쳐다보더니 창턱 밖으로 보이는 어둠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 새꺄 보초 근무 초짜지?"
"악! 그렇슴돠"
"너 군대 생활 몇 개월 남았냐?"
"......."
"이 새끼가 선임 말이 말 같잖나 왜 대답이 없어?"
"아닙니다 계산 안 해 봤슴돠"
"계산 안 하긴 짜식...괜히 기압 든 척 하고 있네, 내가 임마 너 만큼 남았다면 자살한다 자살해"
정해병은 보초 내내 10개월 남은 기간이 10년 같다고 군대를 저주했다.군대 3년 썩어서 남긴것은 포경 수술하나 뿐이라며 투덜거리기까지 했다.
"오늘이 첫 보초라? 야 짜샤, 니 군대 인생도 오늘부터 조지기 시작하는 거다 씨발놈의 군대 생활 보초 빼면 시체다 시체"
정 해병은 야간 보초 근무 두 시간이 제일로 지겹고 미치고 환장할 시간임을 누누히 강조했다. 허수아비처럼 아무런 할 일도 없이 서 있기란 주간에 작업 열시간 하는 것보다 더 지루하다는 거였다. 군대 생활 반은 했어도 간첩 비슷한 건 씨알머리도 못 봤으니까 대충 대충 시간만 때우면 된다고 보초 근무 요령까지 가르쳤다.
"야 심심한데 너 청춘 사업 이야기나 듣자. 생긴것도 뺀지리하니 가시나들도 많았을 거 아니겠어? 몇 명 따 먹어봤어? 나도 공순이들 따 먹어 볼려고 여러번 시도해 봤는데 고것들이 구멍에다 금테를 둘렀는지 도통 걸리지가 않더구만. 야! 공순이 따 먹었던 스토리나 발사해라 니 얘기 들으면서 보초 시간이나 쪼갤란다"
"아직 없슴돠"
"뭐? 없어? 이 새끼봐라....신병 새끼가 겁대가리도 없이 하늘같은 고참 속이네?"
"정말 없슴돠"
"야 새꺄. 니 나이가 몇 인데 아직까지 계집 하나 못 따 먹어봤어? 넌 좆도 없어?"
정 해병은 정복의 복부를 개머리판으로 지어박았다. 장난삼아 가볍게 친 것이였지만 맞는 정복의 복부는 이외로 아프고 쓰라렸다.
"야 씨발놈아 정말 얘기 안 할거야?"
정복은 돈 많은 부잣집 아들에게 떠나버린 애경일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추억거리라도 만들어 놓는 것데 싶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흘러간 물이었다. 그렇게 품고 싶어도 아까워서 참았던 여자, 혹여 품었다 날아갈까봐 품지 못했던 여자, 사랑은 영원한 것이며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던 여자....그런 여자를 정복은 떠 올렸다.
하지만 정복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 이미 떠나버린 여자, 사랑은 영원하지도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는 것도 아닌걸 증명해 준 여자를 지워버려야 했다. 정복은 자신의 동정을 가지고 간 환락촌의 숙이라는 여인을 떠 올렸다. 그녀는 많은 남자를 상대했지만 최소한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지는 않았었다. 정복은 그런 여인과의 관계를 적당히 버무려 정해병에게 상납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숙이라는 여자가 있었슴돠. 그녀와 전 한눈에 통해었고 만나는 날 바로 여관으로 직행했더랬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몸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습니다. 빵빵한 가슴 적당히 튀어 나온 엉덩이에 남자의 모든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도톰한 입술까지 그녀는 환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었슴돠. 여관방에 들어가자 마자 그녀는 미친듯이 저의 바지 쟈크를 내리고는 고개를 쳐 박았습니다"
"그래서...그래서 씨발놈아 빨리 이야기 해 고참 순직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제것을 아이스크림 빨 듯 입안 가득 넣고 있던 그녀가 제가 금방이라도 발사할 태세를 취하자 하던 작업을 멈추고는 지 옷들을 벗더니 제 몸 위로 올라와서는 승마 자세를 취하는데 피스톤 운동할 때마다 빵빵한 가슴이 제 눈 앞에서 철렁거리는데......"
"오메...미치것네 미치것어...그래서"
"승마 자세로 한참 제 몸을 농락하던 그녀가 정신없이 제 아랫도리를 조여오는데 그녀 맛이....옹녀가 따로 없었습니다"
"가만 가만....좀 기다려 잠시 나갔다 올텐께.....전방을 잘 주시하고 있어"
정해병은 눌러 썼던 철모와 M16을 정복에게 인계하고 초소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곧 바로 바클 푸는 소리와 바지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
-12부 끝-
출처 : 해병대인터넷전우회, 518기 전종권 후배님 http://www.rokm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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