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병의 실록(17)]불길한 징조(上)
"왜요 제가 맘에 안 들어요? 전 해병대 아저씨가 좋던데....남자답고 화끈하고....
또.....허리 힘도 좋고....빨리 들어가요 끝내 줄께...."
눈이 큰 여자는 정복을 끌다시피 방으로 이끌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마자 여자는 정복을 눕혀 놓고 산전, 수전, 공중전을 넘나드는 현란한 잠자리 솜씨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정복은 긴자꾸인 그녀의 여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속에서 생활하다 오랜만에 여자를 대면하니 더욱 그러했다. 터질 듯한 유방, 길게 뻗은 다리, 대리석 같은 우윳빛 피부에 무엇인가 벌레같은 것이 자신의 중요한 곳을 물어 뜯는 듯환 묘한 느낌. 여인은 수십 번에 걸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용암 같은 액체를 쏟아냈다. 극락이 따로 없었다.
어머니의 건강은 정복이 생각했던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도 아니었고 굽신을 못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입대하기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일주일간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안마도 해 드리고 재미난 이야기도 해 드리며 정복은 오랜만에 아들 역활을 제대로 하는 것같아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도 무척 흡족해했다. 연신 괜찮다고 하면서도 어깨를 마다하지 않는 걸 보니 말이다.
애틋한 사랑일수록 타인의 시샘을 받기 마련인가? 행복한 일주일의 휴가도 끝나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기차역까지 배웅 나와서는 아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야야 이번 휴가는 우째 이리 짧노? 이번에는 와 이리 니를 보내기 싫은지 모르겠다 꼭 가야하나? 안 가면 안 되나? 꼭 무신 일이 벌어질 것 같단 말이다. 어제 밤 나타난 너그 아부지가 꿈도 그렇고.....아이다 내가 부정타그러 와 이카노 노망 들라 카는갑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이소. 어딜가든 내 하기 나름 아입니꺼. 그리고 고참들 다 잘했줍니더"
"오냐 오냐 내가 너무 방정 맞는 생각을 했는 기라"
기차에 오르자 마자 정복은 창가에 앉았다. 차창 밖에선 어머니가 연신 눈물을 훔치셨다. 정복은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시선을 허공에 뒀다. 기차는 모자의 이별과는 무관하다는 듯 서서히 미끄러지며 모자간의 거리를 갈라 놓고 있었다.
"야야 정복아 그래도 조심하거래이 특히 북쪽으로 움직일 때 조심하고"
어머니는 어젯밤 꿈이 마음에 영 걸렸는지 기차를 따라 움직이며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정복은 기차가 미끄러질수록 멀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더 보기 위해 고개 돌렸다. 어머니는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곳에 서서 손을 흔들고 계셨다.
어머니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기차는 전 속력을 냈다. 창가에는 아름다운 대 자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복의 마음은 무거웠다. 오로지 눈물을 찍어 내시는 어머니 모습만이 성에낀 창가에 달라붙어 흐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실내 온도로 인해 낀 성에...손가락은 그곳에다 무의식적인 글을 적고 있었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글자는 점점 실내 온도에 의해 물방울로 변하며 생명을 잃어갔다. 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물방울! 그것은 정복이 흘리지 못한 슬픈 눈물이었다.
정복은 슬픔을 잊기 위해 눈을 감았다. 눈만 감으면 슬픔은 저절로 잊혀질것만 같았다. 하지만 슬픔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조명처럼 어머니의 마지막 당부만 귓전에 울릴 뿐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정복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야야 북쪽을 조심하거래.....북쪽"
-17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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