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518기 전종권

[어느 해병의 실록(16)]포상휴가(下)

머린코341(mc341) 2016. 10. 9. 07:01

[어느 해병의 실록(16)]포상휴가(下)

 

정복은 조교의 통보가 실수일꺼라 생각했다. 아니면 자신이 잘못 들은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옆 사선에 있는 다른 대원들의 모두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확실히 꿈은 아니었다. 가슴이 벅차 오르고 두 다리가 떨려왔다.


어머니의 웃는 모습도 떠올랐다.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하니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멍하니 서 있는 정복에게 최 고참 병장 박해병이 다가와서 믿기지 않는 다는 듯 한마디를 던졌다.


"너 옆 사선에서 쏜 놈이 누구였지?"


포상 휴가 신고를 마치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정복은 옆 자리에 앉은 본부소대 권해병이 권하는 음료수를 마다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특등사수가 된 사연을 되씹었다. 


정복의 타켓에 10발이 맞혀진 건 사실이었다. 최고참 박해병인 한 말 "옆 사선에서 쏜 놈이 누구였지?"는 과연 무슨뜻이란 말인가? 옆 사선에서 고의로...아니면 실수로 정복의 표적에다 대고 사격했단 말 아닌가?


정복의 좌측 4번 사선엔 분명 하리마우 김해병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우측 6번 사선엔 쫄 진해병이었다. 쫄 진해병은 정복과 버금가는 물사수였고 4번 사수 하리마우 김해병은 대표적인 명사수이지만 평소 하는 걸로 봐 남을 배려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담 과연 누가.... 왜...무엇 때문에 정복의 타킷에다 사격을 하여 특등사수를 만들어줬단 말인가? 정복은 어떤것이 진실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머리를 흔들었다.


"이정복!"


옆 자리에 앉은 본부소대 병장 권해병이 혼돈 상태인 정복의 정신을 깨웠다.


"모친 편찮으시다며?"

"예?  그걸...... 어....어떻게 아셨습니까?"

"군대에서 보안이 아무리 철저해도 비밀은 새는거야 쨔샤"

"...................."

"너....어떻게 특등사수가 되었는지 모르지?"

"예? 그럼......"

"세상엔 나쁜놈인 척 해도 나쁘지 않는 놈이 있고 좋은 놈인 척 해도 좋지 않는 놈이 있는거야"

"그럼....."

"하리마우 그 새끼....겉 보기엔 쫄병들 고롭히는 재미로 군생활하는 것 같지만 실은 쫄병들 생각하는 것은 대대에서 제일일꺼야. 며칠 전에 니네 소대 내 동기놈에게 들은 이야긴데 너희 모친이 편찮으시는 걸 알게된 하리마우가 본래 니 옆사선이 아니였는데 동기놈한테 부탁해서 일부러 자리를 옮겼다고 하더구만. 세상엔 겉만 보고 사람 판단하면 안 되는 건가봐....휴가 끝나고 귀대하거든 괜찮은 여자 하나  상납해라"


버스는 어느새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영등포 역 부근은 한 낮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버스에서 내린 정복은 곧장 부산행 열차를 타려했지만 권해병이 식사나 하고 가자며 정복을 끄는 바람에 역 건너편 골목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아담한 중국집엔 점심 손님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짜장면과 짬뽕을 시켰다. 소주 두병도 비웠다. 오랜만에 마신 술은 두 사람의 몸을 지배하고 술 기운은 기분 좋게 만들었다. 기분 좋은 것은 권해병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집을 나온 두 사람은 역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길거리엔 쭉빵 아가씨들이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으며 여자에 굶주린 두 늑대의 눈과 코를 유혹했다. 권해병이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해병대 휴가자라면 꼭 거쳐가야 하는 곳이 있다며 정복의 손목을 잡았다. 정복은 선임이 하자는데로 따를 수 밖에 없었기에 권해병의 뒤를 따랐다.


정복과 권해병이 간 곳은 서울에서도 유명한 남자들의 보금자리였다. 권해병은 휴가 나올 때 마다 이곳을 이용한다며 정복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포주인 듯한 여자에게 계산을 마친 권해병이 1시간 뒤를 약속하고 여자를 껴 안고 안으로 사라졌다.


정복은 별 마음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냥 나가자니 권해병님이 혼자 나갔다고 고롭힐 것 같고 그렇다고 들어가지니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우물쭈물 거리는 정복 옆에 새파란 아이샤도루를 덧칠한 여자가 다가섰다.


"제가 맘에 안 들어요? 전 해병대 아저씨가 좋던데....남자답고 화끈하고....또.....허리 힘도 좋고....빨리 들어가요 화끈하게 해 줄께...."

-1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