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병대원들이여 자존감을 잃지 말자"
박익만 전 해병대부사령관
오늘 우연한 기회에 2가지 해병대 관련 기사를 읽었다.
해병대가 6·25 때 쓰던 전차포를 개량해 해안포로 사용해 왔던 것을 전량 교체한다는 내용과 해병대 전국 총연맹 시국선언문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이 두 기사에 직접 해당되는 당사자이기에 이 글을 쓴다.
먼저 나는 1974년 서해 5개 도서 위기설 당시 처음 백령도에 증원되었던 부대의 참모장교였다.
지난 1974년 12월 4일 김포에서 출발 인천에서 LST를 타고 백령도에 도착했을 때 눈은 내리고 추운 아침이었다.
백령도 해병부대는 우리가 도착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숙식할 장소가 없어 분대 천막을 치고 세찬바람에 날라 가지 않도록 천막 줄을 붙들고 밤을 새웠으며 자고 일어나면 콧구멍에 새까만 그을음이 가득 차 있었다.
먼저 와서 소초장을 했던 동기생은 “한 달 동안 먹을 게 없어 소대원 전원(40여 명)이 고구마를 먹고 연명했다”고 말했다.
모든 해병대원들은 해안포 진지 및 영구시설 구축에 총 동원되었고, 북한의 함정과 항공기가 제 마음대로 우리 주위를 위협했다.
그 후 1991년도에 작전참모로 다시 백령도에서 근무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보다 근무환경이 다소 나아졌지만 육지에서의 근무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당시 여러 가지 주변 상황변화로 인해 서해 5개 도서 전력증강이 요구되어 합참에서 김인종 준장(그 후 이명박 대통령 경호실장)을 단장으로 하여 20여 명의 점검단이 백령도를 방문했다.
군 당국에서는 백령도의 전략적 가치는 인정하면서 전쟁발발 시 전선의 조정문제 등으로 백령도 전력 증강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 예로 1년에 한번씩 해안포 실사격 훈련을 하는데 바다에서 타깃을 끄는 정장들이 그 임무를 매우 꺼려했다.
왜냐하면 해안포가 노후되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해안포 진지도 우리 해병대원들이 손수 구축한 진지라 한 발 쏘고 나면 포연이 사라지기까지 3~5분을 기다려야했다.
그 외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았지만 지면 관계상 줄인다.
그 점검단이 다녀간 후 합참에서 ‘연백계획’이란 이름으로 노후화된 해안포 교체, 전차교체, 공격헬기 배치 등 전력증강이 결정되었으나 하나도 실행되지 않았다가 몇 해 전 북한에 의해 연평도 포격 도발을 받았다.
그동안 나라를 위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근무한 서해 5개 도서 해병대 장병들의 고통은 얼마나 컷 을까?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 안 될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지극히 유감인 것은 탄핵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져 나라 전체가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그런데 탄핵 반대 세력 가운데 빨간 명찰을 단 해병대 군복을 입은 군중들이 최선봉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해병대는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구국의 영웅이었다.
6·25전쟁 때도 결정적 역할로 나라를 구했고, 5·16혁명 시 주체적 역할로 혁명을 성공 시켰으며, 월남전을 통한 조국 근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군대가 되었다.
해병대의 모든 행위는 어떤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한 충성이었다.
대다수의 해병대 출신들은 박근혜의 수호세력이 아니다.
해병대 복장으로 탄핵반대 주 세력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길 없어 해병대 출신임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우리해병대원 전원은 정말 나라를 사랑하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군대임을 모든 국민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절실한 심정으로!
박익만 전 해병대부사령관
[금강일보]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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