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22대사령관 전도봉

전도봉 장군님 회고록 21 - 전쟁의 후유증

머린코341(mc341) 2017. 8. 17. 09:29

전도봉 장군님 회고록 21 - 전쟁의 후유증


한국전쟁 당시 도솔산 전투와 김일성고지 전투 등에서 용전분투한 우리에게 그 당시 이승만대통령은 제1연대에 이어 창설되는 제2연대 창설식에서 무적해병(無敵海兵)이라는 사자성어 휘호를 하달하셨다.


경남 진동리 전투와 통영 상륙작전의 연전연승으로 ‘마거릿 히킨즈’라는 AP통신 기자로부터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격찬을 받은 바 있으며 이 당시 대통령의 명령으로 전 부대원이 일계급 특진을 하기도 하였다.


또 월남의 짜빈동 방어전을 성공시킴으로서 외신기자들로부터 일제히 ‘신화를 남기는 해병대’ 라는 칭송을 받으며 해병대의 용맹성을 세계 방방곡곡에 펼치고 조국의 명예과 자긍심을 높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전쟁터에서는 불멸의 전공을 세운 우리들이지만 전장에서 돌아온 우리들은 깊은 전쟁의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


수없이 많은 선배들도 조국의 산야와 먼 이역에서 목숨을 바쳤지만 살아남은 자 역시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던 자이다. 다행히 생명을 건져 몸은 돌아왔지만 육신이 파괴되고 정신과 마음이 찢긴 깊은 상처를 안고 생환한 것이다.


당시의 조국이 가난하고 무지하여 이들을 돌보아 줄 틈도, 돌보아 줄 방법도, 또한 그러한 여유도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자 일수록, 치열하고 험난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 일수록 그 당시의 상황에 비례하여 지니고 온 상처는 깊고 험한 것이었다.


본래 살아왔던 모습 그대로 살지 못하고 세상을 일찍 하직하거나,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하고, 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금 이 시간에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전우도 있다.


보통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그 뒤안길에서 어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때로는 개(犬)처럼 되기도 하고 미친듯한 무뢰한이나 난폭자, 무법자가 되기도 한다.


자기들처럼 험한 곳에서 싸워보지 못한 군대를 멸시하기도 한다.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인정할 줄도, 존중할 줄도, 포용할 줄도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증상을 ‘전쟁후유증’이라고 부른다.


1975년 월난전을 끝낸 미국 해병대가 그 전쟁의 후유증으로부터 치유되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미국 의회가 인정한 것은 1991년 제29대 사령관 ‘존 그레이’대장 때 이었으니 16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전쟁의 상처는 이처럼 깊고 오래가는 것이어서 치유되고 회복하는데 많은 세월이 소요됨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