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병영 일기 / 제10화 : "광주"로 달려간 해병들(기갑 병과 후반기 교육 일기)

실록 병영 일기 / 제10화 : "광주"로 달려간 해병들(기갑 병과 후반기 교육 일기)

신병 훈련소 수료가 거의 임박 했을 즈음 신병들의 최대 현안은 병과를 선택하는 문제다.

나는 '경인간 중턱에 태양이 솟아...'로 시작하는 교가를 부르던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기 군포의 제지를 응용하여 생활 용품을 제조하는 회사에 3년정도 근무하다 입대 하였으므로 군 생활도 같은 전공 분야인 기계를 다루는 병과를 선택하여 생활하면 제대 후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여겨져 1순위로 공병을, 그리고 2순위는 같은 소대의 안경을 낀 친구가 기갑을 가면 탱크나 중장비나 거의 비슷하다는 조언으로 '기갑'을 지원하여 기갑을 병과로 받게 되었다.

지금 내가 신병으로 병과를 선택 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보병'을 선택 할 것이다.

해병은 상륙전부대를 특성화한 부대이므로 보병 출신 이라야 해병다운 멋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루한 2주간의 신병 훈련소 근무대 대기대 생활을 마친 우리는 1977년 8월 14일 전라남도 광주시 상무동에 위치한 '육군전투병과 교육사령부(C.A.C) '예하의 '육군기갑학교' 전차 승무원반으로 위탁교육의 명을 받고 8주간의 병영생활에서 잠시 일반인들이 사는 사회로 나아 가게 되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무적 해병, 무적 탱크병에 선발된 자랑스러운 336기의 7명의 해병들은 훈련소 6정문을 나와서 제일 먼저 진해 시내의 뒷산에 위치한 충혼탑에 올라 진해 시내를 관망 하는것을 시작으로 몇 명의 해병은 고향 집으로 그리고 나머지 해병들은 열차를 타고 교육대가 있는 전라남도 광주를 향하여 달렸다.

열차속에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 당시 '이리 열차 폭약 폭발 사고'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 났다고 한다.

1977년 8월 15일 우리들은 광주에서 가장 번화한 '충장로' 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집으로 향하였던 친구들과 약속장소인 송정리 역에서 만나 드디어 후반기 병과 교육을 위해 육군 기갑 학교로 가기 전에 행정적인 지원을 관장하는 '상무대 해병 파견대'에 들러 깡깐한 인상을 풍기는 중사 계급의 파견대장의 해병의 품위를 지키라는 들으나 마나한 일장 훈시를 듣고 떨리는 마음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여야 된다는 착잡한 마음을 간직한채 기갑학교 학생대대로 편입하게 되었다.

1977년 8월 16일 30개월 군 생활의 단편이 될 육군기갑학교 전차승무원반 병 652기로 입교식을 치루므로 공군을 제외한 3군의 군 생활을 두루 두루 체험하는 이색적인 군대 생활이 시작됐다.

육군은 편재가 해병과는 달리 최소 단위가 소대가 아닌 '구대'로 편성되어 학생대에 편입되어 일반적인 내무 생활과 기초 군사 훈련은 학생대에서 그리고 전문적인 군사 교육은 기갑학교에서 진행되었다.

그들은 식사시간엔 팬티만 입고 스푼을 옆구리에 차고 맨발로 식당으로 가는 특이한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식사구호도 해병대의 '감사히 먹겠음'과 달리 '잘 먹겠음'이라 초창기에는 혼동이 되었다.

체력 훈련도 처음보는 '봉 체조'를 끊임없이 시켰다.

아침에 기상하면 구보로 몸을 풀고 아침 식사후 구대장의 인솔로 교재와 노트 등 필기구를 지참하고 그들의 말대로 '학과 출장'이라는 표현과 같이 학교 강의실에서 전차 개요, 전차 운전술, 전차포 사격술, H.M.G, L.M.G 등 중화기 사격술, 권총 사격술등 전차병으로서 갖추어야 될 일반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교관들로 부터 교육 받았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학생대로 귀대하여 내무생활에 임했다.

30개월의 군 생활 중 이때가 가장 편한 생활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체력적으로도 심하게 소모당하지 않고 식당의 식사는 밥의 양과 부식이 해병 훈련소에 비하면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푸짐하고 양호한 점 등으로도 이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기갑학교 교육도 이론적인 교육이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면 해병훈련소와 같이 실기 훈련을 위해 야외 교장으로 이동해 실질적인 교육을 통해 실전에 강한 군인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