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병영 일기 / 제9화 : "만남" 그리고 "이별" (수료식 그리고 그 이후 이야기)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어.....'
노사연의 노랫말이 꼭 아니라도 인생이란 긴 항로에서 '만남'은 그저 어쩌다 보니 우연의 일치로 이루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생사 지난날을 회고 해 보면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도 모르겠지만, 336기 해병 동기들과의 만남은 아주 짧은 6주간의 시간이지만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 이라는 무한한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이기는 하지만 물어 물어 이렇게 대화의 공간인 카페 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이 증명을 하고 있다.
큰 아들이 공군에 입대해 신병 훈련을 마치고 50일 만에 후반기 교육을 앞두고 휴가를 나왔었는데 바짝 기합이 들어 가지고 휴가 명령 신고를 하는데 그 긴장된 모습이 그 옛날 수료식에서 내가 부모님 앞에서 진급 신고를 하던 모습과 흡사해서 감개무량 한 적이 있었다.
1977년 7월 30일 드디어 아침은 밝아 왔다.
그동안 군인을 만들기 위하여 고생한 멀리 상남 교육대,마 산 유격 교육대 교관들을 비롯하여 본대의 소대장, 교관들을 비롯하여 훈련소의 관계자들과 멀리 고향으로부터 초빙 받아 찾아온 부모 형제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그동안 갈고 닦은 기초 군사 훈련 내용인 총검술, 분열 사열 등을 시연하고 의장대의 특별 시범 공연을 보여 주므로 구리빛으로 검게 탄 늠늠한 대한민국 해병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주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식순에 따라 부대장 인사등 모든 행사를 종료 하고 우리는 부모님 상봉 행사를 갖었다.
6주간의 찌든 땀에 젖은 훈련복과 통일화는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집어 넣고 피와 땀, 정열과 인내의 상징인 붉은 명찰을 패찰하고 해병만의 특이한 색상의 전투복과 상륙전 부대만이 신을수 있는 세무 워카를 착용하고 각진 8각모를 쓰고 우리는 각자 가족들과 눈물과 감격의 상봉이 이루어 졌다.
우리는교관들로부터 반복하여 훈련 받은대로 부모님 앞에서 부동 자세로 '필승' '해병 훈병 000 는 1977년 7월 30일부로 훈병에서 이병으로 진급의 명을 받아 이에 신고 합니다.' 다시한번 '필승'하고 신고를 끝냈다.
6주만에 대면하여 우리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부모님들은 의아해 했다.
우리들은 부모님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음식들을 먹으며 그동안 고된 훈련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열차로 훈련소를 찾아 왔는데 중간 상남역에서 군인들의 훈련하는 고함 소리를 듣고 상남역에서 내려 그곳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오셨다고 하셨다.
지금은 두분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해마다 7월이 오면 면회 오셨던 부모님 생각이 난다.
어떤 해병의 부모님은 떡을 스텐다라로 가득 가지고 오신 분도 계시고 주로 통닭을 비롯하여 군에서 접할수 없는 음식들을 싸 오셔서 서로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교관들도 함께 식사를 하고 그동안의 노고에 대하여 감사의 표시를 한 것으로 기억된다.
면회온 분 중에는 김영민 해병의 아버지 '김흥재' 선생님도 계셨다.
김흥재 선생님은 나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시기도 하셨다.
나와 같은 소대 소대원이었던 '방영식' 해병은 나의 부모님께 같은 병과를 받아 같이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친근 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짧은 만남은 30개월 이라는 긴 이별을 통해 제대라는 꿈을 기약하며 눈물로 끝을 맺게 됐다.
면회 시간을 마치고 우리들은 각자 정든 내무실로 돌아와 곤봉을 정리하고 연병장에 집합하여 제일 먼저 포항 훈련단으로 떠날 보병 병과를 받은 해병들을 실고 갈 군용 트럭에 동기들을 떠나 보내고 나머지 병과를 받은 해병들은 병과 학교로 개인출발이 주를 이루며 떠나고 나를 비롯한 기갑 병과를 받은 7명의 기갑 2진은 훈련소 근무대 소속의 대기대 내무실에서 지겨운 2주간의 대기대 생활이 시작됐다.
거의 하루 일과가 작업이 대부분인 우리의 일과는 훈련병 시절의 긴장이 사라진 탓인지 무척이나 지루했다.
단지 위로가 되었던 것은 식사 시간에 자유배식 형태로 배식을 받아 양이 적어 고생 하는 후임 훈련병들에게 나누어 주면 고맙게 생각하는 모습을 통해 지루한 대기대 생활을 적응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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