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고교동창들

머린코341(mc341) 2017. 9. 24. 11:17

고교동창들


서울 양천구 신정4동 / 최보영


1983년 봄, 해병대에 간 고교동창 친구가 휴가를 나왔다.


위장복에 그린베레모에 정글화, 거기에다 발목에는 링까지 차고 나왔다.


피 끓는 20대 초반의 나이로 보기에는 환상이었다.


나는 다음날 친구와 함께 후암동 병무청으로 가 해병대에 지원서를 냈고 그해 여름 집안에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캠핑 가는 것처럼 웃으면서 진해훈련소에 입소를 하였다.


같이 지원을 했던 친구는 떨어지고 나 혼자 만이 빨간 명찰을 달기위해 입소를 하였다.


훈련소 첫날밤 바로 ‘장난이 아니구나~ 이것이 해병대구나~’ 하고 느꼈지만 후회는 안했다. 사나이니까.


전반기 교육을 끝내고 휴가를 받아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을 하였는데 멀리서 해병제복을 입은 대원이 걸어오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기압 든 목소리로 “필승!” 하며 경례를 하였는데 아뿔싸! 날 멋진 복장으로 해병대자원입대를 하게 만든 그 동창놈이 아닌가?


아니 지금은 선임해병이지. 친구 놈은 빙그레 웃으면서


친구 - “훈련 잘 받았나? 할 만하지?”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나 - “악! 할 만합니다!”


하고 친구한테 말을 높였다. 친구 놈 하는 말


친구 - “아쭈! 기압 들었는데~? 괜찮다. 말 놔도 된다.”


하는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말투가 되 버렸다.


다행히 얼마 되지 않아 친구는 차시간이 다 되 그 자릴 벗어날 수 있었다. 속으로 쪽팔려하며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후반기 교육은 진해로 가 해군들과 함께 생활을 하였다. 물론 내무실과 교육은 따로 받았지만 소수병력인 우리는 교육장을 활개치고 다녔다.


어느 날 교육을 마치고 석식을 하러 식당으로 가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해군들끼리 말다툼을 벌이고 있어 신경 끊으려고 하는데 일방적으로 당하는 병사가 고교동창이 아닌가?


이런! 내 친구가 반갑기도 하고 열도 받았다.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나 - “누가 내 친구에게 욕을 하는가? 이 친구는 내 동창이다! 앞으로 누구라도 건들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하고 큰소리쳤다. 주변에는 해군병사가 200여명이 넘었고 우리 해병대원은 10여 명 뿐이었다.


모든 눈동자가 나를 항하였고 나는 친구 어깨를 치며 무슨 일이 있으면 날 찾아오라고 큰소리쳤다. 친구는 멋 적은지 얼굴이 빨개지며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날이후 후반기교육 끝날 때까지 그 친구 얼굴은 한번도 보질 못했다.


모든 교육이 끝나고 자대배치를 받기위해 연대본부에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추운겨울날 교육이 길었던 나는 후임병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는데 선임 일병이 들어와서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자기를 모르냐고 물어본다.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이라 모른다고 하니 고향부터 시작해서 한참 이거저것 조사를 하더니 또 고교동창이었다.


나는 주간이었고 선임은 야간이라 부딪힐 일이 없었는데 자기는 나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을 놓으라 하더니 나를 우물가로 데려가서 자기가 쫄병이라 빨래를 하러 나왔는데 나보고 좀 하라고 한다.


우물이 꽁꽁 얼었는데 날보고 뭘 어떡하라고 이놈 진짜동창이 맞기는 하는 건지.


‘내무실에 쫄병들도 많은데 굳이 왜 날?’ 속으로 별의별 욕을 다했지만 겉으로는 기압 든 병사로서 “악! 알겠습니다!” 하며 집에서 한번도 안 해본 빨래를 얼음을 깨가면서 얼은 손을 불어가면서 나는 빨래를 하였다.


이놈은 내가 빨래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은가 ‘참 사회 같았으면 어휴~ ’

빨래를 다 마치자 건빵 한 봉지를 주며 “군대생활 잘해라~” 하고 가버린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어느덧 상병고참이 되었다.


하절기에는 육군에서 지원 병력이 와서 합동근무를 하는 기간이 있었다.


상황실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지원 병력 리스트가 와서 살펴보니 고교 후배가 있었다. 반가웠다.


오후에 지원 병력이 도착하여 나는 후배를 찾아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겁먹지 말고 근무 잘하고 가라고 다독여줬다.


다음날 아침, 전방소대에서 난리가 났다. 후배가 초소에 배치받자말자 내 이름을 팔아가며 초소에서 근무시간 내내 잠을 자다 중대장님 순찰에 걸렸다는 것이다.


후배는 아침에 자대복귀를 하였고 같이 근무를 섰던 고참 해병은 완전무장으로 오전 내내 기압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날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며, 내가 무슨 죄가 있지?


벌써 전역한지 30여년이 다 되 가지만 군 생활만큼은 아직도 가슴 한켠에 생생이 남아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