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철부지(돈키호테) 소대장

머린코341(mc341) 2017. 9. 30. 11:52

철부지(돈키호테) 소대장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 김성규(김영상)


처음 진해훈련소에서 6주 교육이 끝나고 포항에서 4주 훈련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자대배치는 정말 힘든 포항사단. 그중에 특기병도 아닌 일반 보병부대에 배치되었습니다. 사실 서해 5도에서 근무하는 해병은 편한 보직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실탄을 지급받고 근무하기 때문에 구타와 기합이 포항 일반보병의 1/10도 안될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 소대장님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제가 일병 때 저희 중대로 배치 받아 오신 송소위님은 강원도 분으로 키 178cm의 건장한 체격에 정말 당당하고 멋져보였습니다.


소대장님은 처음 저를 대면하면서 저와 찰떡궁합이 되었습니다.


저를 잠깐 소개하자면 ‘장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남들보다 약간의 반항아적 기질이 있어서 선임들과 자주 부딪칠 정도였습니다.


우리 송소대장님은 중대에서 남들이 상상하기 힘든 일을 거침없이 하며 말썽을 자주 부리시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병장진급을 하는 날, 소대장님도 중위로 진급하셨습니다.


그때 중위 계급장은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소대장님은 진급축하주를 산다며 일요일에 저와 제 동기를 데리고 외출을 나갔습니다. 술을 마시다가 소대장님이 갑자기 옷과 모자를 바꾸어 입자고 했습니다.


저는 안 된다고 했지만, 소대장님은

소대장 - “나도 장교라는 억압에서 벗어나 하루만 아니 잠시만이라도 자유 롭게 술 먹게 좀 해주라.”

하며 부탁을 하셔서 결국 윗옷과 모자를 바꿨습니다.


이때부터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소대장님은 목소리가 커졌고 마음껏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옆자리에 있던 타 부대 하사관들이 조용히 하라고 했지만, 제가 일어나서 참견하지 말고 가라고 하니 장교인 저를 보고 아무 말 못하고 나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민간인이 우리가 군복을 바꿔 입고 소란을 부린 것을 눈치 채고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분은 타 부대 중대장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소대장님과 싸움이 났고 저 역시도 술을 마신 상태라 싸움에 끼어들어 식당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식당주인의 신고로 헌병대가 출동하였고, 저와 소대장님을 끌고 갔습니다. 헌병들이 저에게 윽박지르자 소대장님은


소대장 - “내 소대원은 내가 책임질테니 가만히 있어!”


라며 끝까지 저를 보호해 주셨습니다.


결국 우리 대대장님이 직접 오셔서 저희를 데리고 중대로 복귀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 이후로 소대장님은 대대로 전입을 가게 됐습니다.


참, 그때 같이 있던 동기는 혼자 도망갔다고 제대하는 그날까지 고생 좀 했습니다. 하하하!


대대에 가셨어도 소대장님은 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병장 마지막 야간 훈련 때 소대장님은 대대장님이 없는 사이 짚차를 몰고 와서


“나 멋있지 않냐?” 하면서 저와 수통을 바꾸자고 하셨습니다.


바꾼 수통에는 소주가 가득 있었습니다. 저녁에 추우니까 나눠 마시라면서 돌아서는 그 모습은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송 소대장님! 정말로! 정말로 보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했던 군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제 아들도 군대를 갔다 왔지만, 지금도 저는 그분과 같이 근무한다면 해병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습니다.


소대장님 제 글을 들으셨다면 언젠간 만나게 될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만나서 그때 있었던 수많은 일들 같이 추억하면서 술한잔 기울이고 싶습니다.


꼭 만나고 싶습니다.

송 소대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