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도끼만행사건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 심재규
때는 1992년 가을 추석연휴 기간으로 기억된다.
나는 당시 김포의 해병부대에서 상병 말호봉 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주인공은 그 당시 우리중대 중대장을 역임 하시던 김 은수 중대장님에 대한 회고이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신 엘리트 중 엘리트 급 군인이셨다.
특히 축구를 무척 잘하고 좋아하는 해사 축구부 주장 출신으로 알고 있다.
우리 중대는 열 중대였고, 그 당시 우리 대대는 아홉, 열, 열한 중대.
그리고 본부중대로 편성되어 전방 해안방어를 대대단위로 교대하곤 했다.
사건의 전말은, 1992년 추석 연휴기간 대대 체육대회가 있었다.
추석 당일 날을 전후하여 전날엔 각종 예선이 진행되고, 당일은 휴일과업을 하고 다음 날 결승 및 체육대회를 치룰 예정이었다.
아홉 중대와의 예선 첫 경기, 짜잔~!
전반전 1:0으로 지고 있던 열 중대, 잠깐의 휴식 시간은 참으로 지옥과도 같았다. 다른 경기도 아닌 축구경기를 그것도 중대장님이 직접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고 있다니? 도저히 용서가 안 된 중대장님은 열 중대 선수들을 다그치기 시작했고, 후반전도 전세는 나아지지 않고 시간은 흐르고 초조해진 중대장님은 축구경기에는 없는 작전타임을 요구하신다.
그 당시 주심은 대대 작전 장교님.
억지로 얻어낸 작전 타임 시간에 중대장님이 내린 명령은,
“공을 잡으면 무조건 나에게 패스해라!”
축구 실력도 매우 우수하신 중대장님이셨기에 열 중대 선수들은 중대장님만 믿고 모든 공을 패스한다.
그런데! 축구를 혼자 할 수 있으랴? 열 중대 중대장을 아홉 중대 모든 선수가 에워싸기 시작하니 처음에 계획하신 플레이가 안 나오나보다.
감정이 치오르신 중대장님은 계급을 거론하며 일계의 해병들을 제압하시기 시작했다. 그것도 매우 거친 플레이로 말이다.
아홉 중대 선수들이 약이 오른 중대장에게 대적하기엔 너무도 불공정했다.
사병 대 장교, 그것도 대대 최고참 대위이신 열중대 중대장님에게는.
그것은 마치 축구를 넘어 1대 11의 미식축구와도 같았다.
거칠어진 플레이에 주눅이 든 아홉 중대 사병들은 부상병이 속출하며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주심의 호각이 경기 종료를 알리고 말았다.
흥분한 중대장님 주심이신 작전 장교를 부른다.
열중대장 -
“야! 삐리리 작전장교! 너 이리와 봐! 지금 경기가 끝났다고? 이 삐리리야! 너 주심 똑바로 안 볼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시던 중대장님은 주심을 보고 계셨던 작전 장교님에게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심각해진 상황은 다른 중대 중대장님과 장교님들의 중제로 겨우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나는 축구 예선전을 아홉 중대에 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나만의 잘못된 아니 우리 열 중대 모두의 오판이었다.
우리 모두는 추석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었으니까.
드디어 사건 당일인 추석날 아침, 대대원들이 전부모여 합동 차례를 지내고
각 중대들은 다음날 있을 체육대회 응원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열중대 옆에서 아홉 중대도 열심히 응원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대대 작전 장교님이 아홉 중대 응원을 지도하고 계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홉 중대 중대장님과 작전 장교님은 고등학교 선,후배 지간이셨단다.
그래서 작전장교님에게 아홉 중대 중대장님이 학교 다니실 때 응원하셨던 것을 부탁하여 어쩔 수 없이 도와주러 오셨던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시던 우리 열중대 중대장님, 어제의 패배가 다시 떠오르시나보다. 다시 작전 장교를 부른다.
열중대장 - “야! 삐리리 작전장교! 니가 왜 아홉중대 응원을 지도해? 넌 본부중대 소속 아니야?”
작전 장교 - “선배님 부탁으로 좀 도와주러 왔습니다.”
열중대장 - “야! 이 삐리리야! 그럼 어제 심판도 니 선배가 부탁해서 그 따위로 본거 아냐?”
작전장교 - “(약간 대드는 느낌으로)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승부는 승부이지 왜 이리 더티 하십니까?”
열중대장 - “(드디어 폭발하며) 뭐? 이 삐릴리야! 너 이리와!”
언어의 논쟁을 지나 폭력이 가해지려는 순간, 작전장교님은 대대 작전 상황실로 줄행랑을 치셨다.
그 순간 열중대장님의 외침
열중대장 - “이 삐리리! 도망을 가?”
(큰소리로) 보급 하사! 보급창고 문 열어~!”
당황하여 뛰어온 보급하사는 열지 말아야할 보급 창고 문을 열고 말았다.
뚜둥! 중대장님이 들고 나오신 건, 바로 날이 선 도끼였다.
씩씩거리며 대대 작전 상황실로 달려가신 중대장님 잠겨있는 작전 상황실 문을 그냥 도끼로 부수고 말았다.
상황을 듣고 추석 휴식중이시던 대대장님이 직접 출동하시는 상황으로 일단의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대대 간부회의가 열리고 어제 즉 추석전날 모든 예선전은 무효화되고 추석 다음날인 체육대회 당일 모든 예선을 치루기로 하셨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체육대회 날, 어제의 도끼사건의 영향이었을까?
열 중대 선수들은 하나가 되고 능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여 축구와 총력전(줄다리기) 계급별 계주를 우승함으로 대대 종합 우승이란 쾌거를 이루고 만다. 환희의 순간이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은 무엇일까?
아홉 중대나 열한중대의 관용이 빚어내준 우승은 아니었을까?
20여년이 지난지금 그 순간을 회상하면 웃음이 난다.
몇 해 전, 군대 동기 및 후임들이 함께 모인 시간이 있었는데 그 당시 중대장님의 전령을 했던 후임을 통하여 고인이 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해병대를 사랑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셨으며 중대원들 모두의 참 스승이셨던 OOO중대장님 존경하고 감사했습니다.
내 삶이 조금은 힘겨울 때 그 순간의 군 생활을 회상합니다.
제 기억 속에 영원하신 OOO중대장님 평안하십시오
필 승!
고인에게 누가될까 이름은 안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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